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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09.18 16:12:5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혁연 대기자

사람에게는 인명(人名)이 있고, 땅에는 지명(地名)이 있다. 한반도 지명 분류를 처음으로 시도한 사람은 아쉽게도 일본인 젠쇼에이스케(善生永助)였다. 그는 1935년 발간한 '조선의 취락'이라는 책에서 한반도 취락과 지명을 학문적으로 처음 분류했다.

지명은 땅에 대한 단순한 호칭같지만 그 이상의 문화·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지명은 토지에 고착된 것이기 때문에 보수성이 매우 강한 편이다. 경기도 수원의 지명에서 이같은 현상을 발견된다.

수원(水原)은 상고시대에는 매홀(買忽)로 불렸다. '매'는 '물', '홀'은 '성'을 의미한다. 지금의 수원은 고대 후기에는 수성(水城), 고려 시대에는 수주(水州)라는 지명을 갖고 있었다. 근원인 '물 水' 자는 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명의 보수성은 역으로 그것이 바뀔 경우 종종 적지 않은 혼란을 초래한다. 우리고장 보은군에서 그같은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신라는 470년(자비마립간 13) 3년의 공사 끝에 보은에 산성을 쌓았다. 바로 삼년산성으로, 보은군의 최초 이름인 '삼년산군'(三年山郡)은 여기서 유래했다.

이후 삼년군으로 첫 개명을 하게 된다. 고려는 후삼국을 통일한 후 삼년산군을 '보령'(保齡)으로 고쳤고, 그후 잘못 전해져 '보령'(報令)으로 칭하게 됐다. 조선전기의 세종실록지리지도 이 과정을 비교적 자세히 싣고 있다.

'본래 신라의 삼년산군(三年山郡)인데, 경덕왕(景德王)이 삼년군(三年郡)으로 고쳤고, 고려 때에 보령군(保齡郡)으로 고치어, 현종(顯宗) 9년에 상주(尙州) 임내에 붙이었다가,뒤에 소리가 변하여 보령(報令)으로 되었다.'-<세종실록지리지 보은현 조>

현재 충남(당시 충청우도)에는 '보령'(保寧)이라는 도시가 존재하고 있다. 한자 표기는 다르지만 우리고장 '보은'과 그 발음이 똑 같다. 조전 전기의 조정도 이 때문에 적지 않은 혼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1406년(태종 6) 충청우도의 보령과 음이 같아 혼동이 일어나자 '보령'의 명칭을 '보은'으로 개칭하고 현감을 두었다. 이때 보은만 개명된 것은 아니었다. 우리고장 '청주'(淸主)와 발음이 비슷한 함경도 '청주'도 이때 귀에 익은 '북청'(北靑)으로 개명됐다.

'군현의 칭호를 고치었다. 이조에서 소리가 서로 비슷한 각 고을의 칭호를 고치도록 청하니, 이에 청주(靑州)를 북청(北靑)이라 하고, 양주(襄州)를 양양(襄陽)이라 하고, 영산(寧山)은 예전 이름 그대로 천안(天安)이라 하고, 보성(甫城)은 예전 이름 그대로 진보(眞寶)라 하고, 보천(甫川)은 예전 이름 그대로 예천(醴泉)이라 하고, 횡천(橫川)은 횡성(橫城)이라 하고, 보령(報令)은 보은(報恩)이라 하였다.'-<태종실록>

강원도 양양과 충남 천안의 현 지명이 이때부터 유래됐음을 알 수 있다. 앞서 지명은 땅에 고착된 것이기 때문에 개명을 해도 혼란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밝힌 바 있다. 정확성을 생명으로 하는 사관(史官)에게도 그런 현상이 일시적으로 찾아왔다.

지진이 일어났던 모양이다. 그러자 당시 사관은 '충청도 보은현(保恩縣)에서 지진이 일었다'(세종실록)라고 적었다. 물론 '報恩'으로 표기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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