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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이상 군대 갔다온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거개가 '빠따'(배트의 일본식 발음이지만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그냥 쓴다)에 관한 안좋은 추억이 한 두개 정도는 있을 것이다. '줄빠따' 에서 '신고 빠따'등 등 종류도 다양하고 기법도 다양해 공포의 대상이었을 것 이다. 필자는 장교생활을 해 군 복무시절 그런 빠따의 휘둘림을 당하진 않았지만 후보생 시절에 선배들로 부터 무수히 '뜸질'을 당해 엉덩이에 묻어나는 그 통증의 전율을 3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잊을 수 가 없다.오죽했으면 하루라도 안맞고 지나가면 불안할 지경이었으니 어느 정도인지 이해가 갈 것이다.

그렇다고 맞고만 지새운 건 아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그 맛을 안다고 맞아본 경험이 풍부한 탓에 내가 선배가 된 후 후배들에게 군기잡기의 명분을 내세워 고스란히 전승(傳承)해줬다. 그 후배중의 한명은 지금도 자주 만나는 데 이따끔 "선배님 그 때 왜 그렇게 두드려팼냐"고 항의(?)를 한다. 그 저 미안할 따름이지만 그 시절에는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고 겸연쩍어 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 뿐 아니다. 운동부 생활을 하며 내 위에 선배가 없는 덕분에 기강을 잡는다며 툭하면 집합을 시켜 후배들에게 '돌림빠따'질을 해댔다. 그래도 누구하나 반항을 하지 못했다. 그럴 분위기도안되고 만약 그랬다가는 후환이 몇 곱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저 맞는 댓수나 줄여줬으면했을 것이다. 만약 요즘 같으면 영락없는 사법처리 감이다.

최근 국가대표 배구 코치의 유명 인기선수 구타 사건으로 스포츠계는 물론, 일반 사회에 까지 담론의 주제로 회자되고 있다. 기실 훨씬 오래전 부터 운동선수를 둘러싼 구타로 물의를 빚은 일이 한 두번이 아니지만 이번은 피해자격인 선수가 자신에게 돌아올 여러 부담을 감수하면서 까지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피멍 든 얼굴을 공개하는 바람에 그 파장이 적지않다. '빠따'를 사용한 것이 아니고 주먹과 발길질로 선수를 때린 코치는 무기한 자격정지 중징계에 이례적으로 형사고발까지 당했다. 그것도 피해자가 아닌 선수촌장을 고발인으로 해서이다.

그 배경에는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의 스포츠계의 고질병인 구타 근절의 확고한 의지가 깔려있다. 배구협회에서 징계선 마무리를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종목 관계자들도 잘 알아들어라 하는 메시지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갈수록 모든 스포츠가 과학적 방법을 적용해 실력과 기량이 향상되는 가운데 심리학적 관리도 큰 몫을 하는 등 진화를 계속하고 있지만 선수와 지도자들이 직접 부딪히고 교감을 필요로 하는 훈련 현장에 까지 이러한 메카니즘이 침투하기는 쉽지 않다. 바로 이 틈새에서 갈등과 불만의 표출이 이뤄지고 은밀한 폭력 행위 등이 산발하게 된다.

일부 지도자들은 구타는 어느 정도 필요악이라는 입장이고 또 동조를 받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즉 구타의 효과는 정신적인 면에서 잠깐 긴장을 시키는 것이지 되레 경직을 불러 플레이를 망치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승리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마음만 더 잘해야지를 다짐 할 뿐 잘 안돠면 또 두드려 맞지 않을 까 하는 불안이 더 크기 때문이다.

스포츠계는 도제식 상하 관계의 구조로 어느 정도 구타행위에 대한 용인과 묵인이 이뤄지고 있다. 지도자들은 '우리도 맞으면서 운동했는데…'라는 관행과 경험의 틀 안에서 합리화를 하고 선수들 역시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그렇지만 갈수록 개인을 최고 가치로 내세우는 신세대 운동선수들로서는 ' 때리면 맞는다'라는 인식은 엷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에 따라 제2,제3의 박철우 사건이 나올 개연성도 아울러 커진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지도자들은 만약 구타를 해야할 상황이라면 때리기 전 한번 더 생각하고 때려야 한다. 반드시 감정을 배제하고 당사자가 반성하고 뉘우치게 끔 하는 이성의 매를 들어야 한다. 열받은 상황에서 쉽지 않겠지만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꼭 노력해야 한다. 프로야구 롯데의 로이스터 감독이 선수들에게 절대적 신뢰를 받는 이유는 훈련 보다 관리,정신력 보다 집중력,기세 보다 시스템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구타라는 것을 생각조차 못하는 선진국 스포츠의 강점을 흘려보내서는 안될 것 같다.그리고 일부 대학에서 운동부 구타 추방에 나선 것은 아주 잘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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