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0.9℃
  • 맑음강릉 26.2℃
  • 맑음서울 21.2℃
  • 맑음충주 21.3℃
  • 맑음서산 20.9℃
  • 연무청주 20.2℃
  • 맑음대전 21.2℃
  • 맑음추풍령 18.9℃
  • 맑음대구 21.0℃
  • 맑음울산 21.9℃
  • 맑음광주 20.4℃
  • 맑음부산 21.1℃
  • 맑음고창 19.2℃
  • 맑음홍성(예) 19.6℃
  • 맑음제주 20.2℃
  • 맑음고산 18.4℃
  • 맑음강화 19.7℃
  • 흐림제천 15.9℃
  • 맑음보은 17.7℃
  • 맑음천안 18.9℃
  • 맑음보령 17.2℃
  • 맑음부여 18.0℃
  • 맑음금산 17.0℃
  • 맑음강진군 20.7℃
  • 맑음경주시 22.9℃
  • 맑음거제 20.3℃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3.05.21 15:55:37
  • 최종수정2023.05.21 15:55:37

김정범

시인

뉴스 화면에 멕시코 리오그란데강을 건너 미국으로 향하는 중남미 불법 이민자 행렬이 보인다. 깊은 강물을 건너는 모습이 위태롭다. 멕시코와 미국 사이에는 철벽이 가로막고 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크고 아름다운 장벽을 만들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큰 장벽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아름다운 장벽을 만들 수 있을까. 아무리 훌륭한 디자인을 한다 해도 그 벽이 아름다울 것 같진 않다. 길은 열려있을 때 아름답다.

그녀가 담을 넘고 있다

긁힌 얼굴은 피로 가득하다

햇살이 부신 창을 던져 허리를 찔러도

빗줄기가 축축한 손으로 머리채를 휘감아도

허공을 온몸으로 들어 올리며

입술을 깨문 채 넘고 있다

어디선가 Donde Voy가 흘러나온다

지나던 바람이 손을 내밀자

바람의 등을 타고 길을 나서는 그녀

붉은 몸을 펼쳐 단 한 번 날갯짓으로

추락을 가장한 비상을 한다

몸이 퍼즐 조각처럼 바닥에 흩어지고

그녀를 태운 발소리들이 멀어진다

담장엔 소문이 무성하게 가시를 세우고

떠나지 못한 장미들의 모의가 몽글몽글 피어난다

그녀는 지금쯤 누군가의 신발에 묻어

사사베* 국경을 건너고 있겠다

* 멕시코 소노라 주 사사베에 미국으로 입국하려는 멕시코 난민들을 차단하기 위해 설치한 거대한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이 있다

─ 김나비, 「히치하이킹」 전문 (시집 나비질, 시산맥사 2023)

히치하이킹(Hitchhiking)은 목적지를 가기 위해 모르는 이의 차량 등을 얻어타는 것을 말한다. 시는 꿈의 땅으로 가기 위해 죽음을 감수하는 여인의 모습을 그린다. 시적 상황은 암울하다. '긁힌 얼굴은 피로 가득하고' '햇살이 부신 창을 던져 허리를' 찌르고 '빗줄기가 축축한 손으로 머리채를' 휘감는다. 담을 넘던 여인은 결국 '추락'하고 몸은 '퍼즐 조각처럼 바닥에' 흩어진다. 여인은 물리적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시가 이야기하는 건 죽음이 아니라 희망을 향한 '비상(飛上)'이다. 여인은 죽고 '소문이 무성하게 가시를' 세우지만, 희망을 품은 이들의 꿈은 여전히 '몽글몽글 피어난다.' 그리하여 그녀는 '사사베 국경을 건너고 있는' 또 다른 이의 희망과 함께 그들의 '신발에 묻어' 끝내 국경을 넘는 것이다. 시는 세계의 슬픈 현실을 이야기하면서도 인간의 희망과 사랑을 버리지 않는다.

시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Donde Voy'는 멕시코계 미국가수 티시 이노호사(Tish Hinojosa)가 1989년에 발표한 스페인어 노래다. 제목은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뜻이다. 내용은 불법 이민을 시도하는 자가 고향에 남겨둔 자기 연인을 그리는 노래다. 가사 중에 '희망은 나의 운명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운명(destinacion)은 목적지라는 의미를 품는다. 담을 넘으려고 한다는 건 초월적인 의지를 갖고 있다는 걸 말한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죽음을 초월할 때 또 다른 삶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쓸쓸한 난민 여인의 삶과 죽음을 통해 시인은 죽음마저도 막을 수 없는 '희망의 초월성'을 노래하고 궁극적으로 인간의 고귀함과 서로 간의 연대 그리고 사랑을 강조한다.

미국-멕시코 사이의 철벽은 일편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유리 벽을 의미한다.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벽, 타인의 고통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투명한 벽 말이다. 매년 전쟁, 내란, 기아, 기근, 질병, 인종차별 등으로 많은 난민이 발생한다. 기후변화로 인하여 앞으로 이 문제는 더 심화할 수 있다. 인간 사이의 벽을 부수고 길을 내는 것이 옳지 않은가. 죽음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는 사람들도 모두 같은 사람 아닌가. 그들에게 강력한 희망의 빛이 비치길 기원하는 시인의 메시지가 고요한 밤을 흔들며 파동치듯 번져나간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이연희, "100만 청주, 몇 사람이 아닌 청주시민이 함께 그려야"

[충북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연희(청주 흥덕) 의원은 지난 1월 SK하이닉스가 CES 2026에서 HBM4 16단을 공개하면서 차세대 AI 메모리 경쟁력도 분명히 보여줬다고 판단했다. 이런 흐름과 반도체 슈퍼사이클 전망을 종합할 때 청주시가 앞으로 4년 동안 최소 1조원 수준의 법인지방소득세를 확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이 막대한 재원이 일시적으로 들어왔다가 일회성 사업이나 보여주기식 사업으로 흩어지면 청주의 미래를 바꾸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 의원은 행정 몇 사람이 아니라 청주시민이 함께 그리는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활용방안을 찾자고 가장 먼저 제안했다. 1조원 세수는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청주의 미래를 누가 어떤 원칙으로 결정할 것인가의 문제로 판단한 것이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공론화위원회'가 6·3지방선거 민주당 주요공약으로 다뤄지는 것인가. "이번 공론화 제안은 청주에 들어올 수 있는 큰 재정을 미래의 청주를 위해, 청주답게, 또 시민답게 쓰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공약화 여부는 결국 청주시장 후보자의 의지와 판단이 중요하다. 지방선거 공약은 지역의 미래 비전과 행정 철학이 담겨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토론회에 시장 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