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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범

시인

우크라이나 민간인 피해에 대한 국제엠네스티의 메일을 읽으며 슬픔과 분노를 느낀다. 새삼 인간의 역사는 욕망이 빚은 땅의 역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러시아의 침공 역시 효용가치가 높은 땅을 점유하려는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원시시대 인류는 수렵, 채취, 어로가 쉬운 땅을 찾아 정처 없이 이동했다. 자연과 싸우기 위해 인간은 많은 도구와 생존 무기를 만들었고, 타 부족과 충돌하고 영토를 확장하면서 문명을 이룩했다. 좋은 땅을 찾아내고 그것을 정복하는 건 인간의 유전자에 각인된 생존본능이다. 종족의 번영은 자원이 풍부한 땅이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인간의 질긴 욕망은 더 많은 자원의 착취를 위해 수많은 전쟁을 일으켰고 현대에 이르러서도 이는 계속 반복되고 있다.

마당에 커다란 네모 그리고

한 뼘 땅을 갖는다.

과감하게 목자를 튕겨 땅을 넓혀가야지

저 애는 동유럽과 서유럽까지 금을 긋고 경계를 지웠다

난 야금야금 일본을 차지하고

중국 상해와 북경까지 신중하게 목자를 보낸다

모스크바에서 알래스카를 먼저

공략해야 할 텐데 마른침을 삼킨다

남극에 열을 올리고 있는 너

북극을 욕심을 내고 있는 나

어스름해질 때까지 땅 따먹는데

"해 떨어졌다 고만 저녁 먹자"

어머니 부르는 소리에

목자 던지고 넓은 땅 버리고 집으로 달려간다

하늘이 부르면 가야 할 우리

아직 마당에 네모를 그리고 있는

─ '땅따먹기' 전문, 임경순

유년 시절 '땅따먹기' 놀이가 소재인 시다. 화자는 천진난만하게 놀이를 즐기는 동심을 이야기하고 독자는 행복한 추억의 시간에 빠져든다. 하지만 마지막 두 행에 이르러 독자는 뜻밖의 반전을 만난다. 시의 마지막 시선이 가리키는 것은 해피엔딩이 아니다. 시적 시공간이 세계로 확장되는 까닭이다. 추억은 현실로 돌아오고 아이는 어른이 되고 놀이는 전쟁으로 바뀌며 삶은 죽음을 지시한다.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와 '하늘이 부르는' 소리는 극적인 대비효과를 보이며 악한 세계에 대항하는 의식적 저항과 허무, 초탈의 정서를 내비친다. 시인의 카메라는 아이의 순수한 놀이를 통해 어른들의 '투기와 전쟁' 그리고 욕망 쟁취의 수단인 '폭력'을 암묵적으로 고발한다. 허욕의 발현은 대부분 소수 권력자의 그릇된 욕망과 판단에 따라 발생하며 필연적으로 무고한 이를 '희생의 제물'로 삼는다. 그리하여 얻는 건 무엇일까.

시의 화자는 한탄한다. 많은 땅을 갖기 위해 죽을 때까지 '네모를' 추구해도 '하늘이 부르면' 사람은 모든 걸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떠나는 사람이 손에 쥐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우주적으로 본다면 지구는 모든 자연체의 공동소유다. 동식물은 자연에서 생존에 필요한 것만 취할 뿐, 더는 욕심 부리지 않는다. 현재진행형으로 끝난 시의 마지막 행이 '제국 시대의 복귀'를 암시하는 듯하여 마음이 착잡하다.

모감주나무에 노란 꽃이 피었다. 나무의 영문 이름은 Golden Rain이다. 가만히 보니 많은 꿀벌들이 날아다니며 꿀을 채취하고 있다. 꿀벌은 꿀을 채취하면서 꽃가루를 이전해주어 나무가 열매를 맺도록 도와준다. 서로에게 좋은 공생관계다. 남는 자원은 나누고 부족한 자원은 받는 것, 자연의 지혜로움에 경탄과 감사의 마음이 든다. 노란 꽃잎이 바람에 후드득 떨어진다. 황금빛의 비가 내린다. 온 세계에 꽃비가 내리는 날이 올 수 있을까. 평화로운 인류의 황금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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