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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12.01 15:16:09
  • 최종수정2024.12.01 15:16:09

김정범

시인

한낮인데도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어서 하늘이 캄캄하다. 며칠 전 눈발이 날리긴 했지만, 옛날에 비해 날씨가 따뜻한 편이다.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기후가 변하긴 했나 보다. 러시아 대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도 끝날 줄 모른다. 오히려 전 세계로 확대되는 분위기마저 느껴지고 미국 트럼프 정권의 요청이 있을 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야 할 거란 뉴스까지 들려온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도 화산처럼 끓고 있고 주변 아랍국의 분위기 역시 좋지 않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마지막 12월에 서서 '평화는 불가능한 일인가'하는 착잡한 마음이 든다.

하늘에 나무를 심고 싶었어

둥근 눈의 식물이 자라나,

플레이아데스 신성을 향해 줄기를 뻗는 것을 그렸었지

살아 있다는 건,

전기로 피었다가 이끼로 말라가는 것

물 위에 나무를 심는다

둥둥 떠다니는 나무가 실뿌리를 내리면

따뜻한 전류가 흐르게 될까

기름기 가셔낸 하늘,

탄피 사라진 흰 모래밭

그 위를 맨발로 걷고 싶어

쇠공이 굴러가는 도시에 나무 엔진을 돌리고 싶어

푸른 잎새 속의 공포를 보여줄게

꿈이 바이러스를 뱉어낸다

심장의 제너레이터에서 쏟아져 나오는 전류를

대기의 쟁반에 뿌린다

쇠붙이에 촘촘히 박히는 별의 못

물빛에 젖는 부식토

지구 식물의 삼바 춤과 살아 있는 악기들

이 지상에서는 언제쯤 연기가 그칠까

―김정범 「꿈과 제너레이터」 전문, 시집 '병 속의 고양이' 시문학사, 2023)

동물들은 자기 영역을 표시하고 다닌다. 그리고 그 영역 내에 침입자가 들어오면 무력으로 물리친다. 물론 그 싸움에서 패배한 짐승은 죽거나 혹은 도망쳐 그 영역을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식물들은 다르다. 식물은 한자리에 뿌리박고 죽을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킨다. 물론 식물들도 살기 위해 경쟁하고 생존을 위해 진화한다. 그 싸움은 스스로와의 싸움일 뿐, 타자를 직접적으로 해치는 방식은 아니다. 식물들은 독립적인 힘을 키우며 자기를 지킨다. 나무의 마음은 기본적으로 자기희생적이다. 인간과 동물들이 살 수 있도록 자기의 잎과 가지, 열매를 내준다. "하늘에 나무를 심어" 우주까지 뻗치도록 아름답게 가꾸거나, "물 위에 나무를 심어" "실뿌리에서 따뜻한" 사랑이 흐르게 한다면 지구 생태의 모습은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이데아가 지구에 사는 인간의 상식이 된다면 전쟁 같은 파괴적인 모습은 사라지지 않을까. 그리하여 "기름기 가셔낸 하늘"과 "탄피 사라진 흰 모래밭"이 펼쳐진 조화로운 세계가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심장의 제너레이터에서 쏟아져나오는" 사랑의 마음이 지구 구석구석에서 별처럼 빛을 발한다면.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포연 가득한 세상에서 산다. 역사는 수없이 많은 전쟁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트라우마는 반복된다. 과연 "이 지상에서는 언제쯤 연기가 그칠까"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직 붉게 피어 있는 베고니아 꽃잎을 본다. 한 장 한 장의 꽃이 '등불'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상상 속으로 꽃잎을 날린다. 이제 얼마 지나면 새로운 해가 시작된다. 새 시간 속으로 붉은 염원을 날려 보낸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지리라, 내일은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이 되리라, 주문을 외친다. 언젠가는 "이 지상에 연기가 그치고" 맑디맑은 세상이 올 거라고, 꿈을 가득 채운 아이들이 우주를 행진하는 날이 올 거라고 상상한다. 희망은 이 세상을 유지하는 에너지다. 포탄이 떨어지고 군화에 짓밟혀도 푸른 잎은 다시 돋아난다. 한 해의 마무리하는 모든 이에게 작은 소망을 쏘아 보낸다. 제발 모두 평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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