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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범

시인

JTBC에서 방영하던 '싱어게인'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얼마 전에 끝났다. 이 프로그램은 무명 가수들이 서로 열전을 벌여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경연 프로그램인데, 참신한 기획과 틀을 깬 구조가 마음에 들어 즐겨 보게 되었다. 데뷔는 했지만, 이름을 알리지 못한 가수들의 노래와 사연은 많은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었다.

최종 우승자는 '30호'라는 이름으로 경연에 참여했던 이승윤이라는 젊은 가수다. 그의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편곡과 노래, 자유로운 퍼포먼스는 모두를 혼란에 빠뜨렸다. 심사위원장이었던 유희열은 서태지의 음악을 선례로 들면서 "대중음악의 속성상 대중은 친숙한 것을 좋아한다. 따라서 그의 음악은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하지만 한 단계를 넘어서면 한국 대중음악의 새로운 장르를 창조하는 역할을 그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논지로 이승윤의 음악을 평가했다. 어떤 분야든 선구자적 입장에 선 사람은 반대와 저항에 부딪힌다. 하지만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자는 고난을 딛고 자신이 원하는 세계를 완성한다.

고요를 깨지 않는 것보다

적절한 말을 몰라

그냥 입술을 뜯고만 있었던 거죠, 그땐

시적 허용 속에서

부유하는 꿈들은 고요해

시적 허영 속에서만

살고 있는 마음은 불안해요

어수선한 밤거리엔

가야 한다고 새겼던 주소들이 없어요

소란한 내 일기장 속엔

새까만 새까만 구멍이 났어요

―이승윤 작사 작곡 노래 '시적 허용'중

위의 노래는 경연에서는 발표하지 않은 이승윤 자신의 곡이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그의 음악 정신은 위의 가사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시적 허용'이라는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과 '시적 허영'이라는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 사이에서 늘 갈등하며 음악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 애매한 '경계'에 서 있다고 했을 것이다. 그 경계에서 무엇을 창조하는 것, 그것이 그의 꿈꿀 권리가 아니었을까. 여러 번의 경연 과정을 보면서 대중은 그의 새로운 음악에 열광했고 인터넷과 문자 투표로 많은 호응을 보냈다. 결과적으로 유니크한 장르를 가진 그의 음악의 승리였다.

예술에 꿈이 없다면 그 예술은 존재가치가 없다. 예술가적 상상력과 감성은 인간에게 역동적인 에너지를 제공해 준다. 꿈은 새로움의 추구이며 창조의 원천이다. 누군가가 꿈꾸지 않고, 변화를 추구하지 않았다면 세계의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아마 예술가의 꿈 꿀 권리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아를 최대한도로 표현할 수 있는 권리일 것이다. 그것은 사회적인 제도, 관습과 문화 또한 편견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추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인 김수영의 말을 빌리자면 "모든 살아있는 문화는 본질적으로 불온한 것이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문화의 본질이 꿈을 추구하는 것이고 불가능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술가로 사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전업 예술가는 현실의 경제적 상황과 싸워야 하기에 더욱 힘든 직업이다. 누군가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자신이 '이기적인 것' 같다고 한 이승윤의 말에서 꿈을 가로막는 현실의 암울한 벽이 느껴졌다. 세상의 잣대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희망을 주지 않는다. 좌절과 불운의 늪에서 지속해서 싸워야 하는 게 예술가의 운명이다. 싱어게인은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의 예술을 고집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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