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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5.22 15:30:57
  • 최종수정2022.05.22 15:30:57

김정범

시인

목련공원에 앉아있다. 낮은 지대에서는 바람이 많이 불고 있지만,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아늑하다. 아홉 개의 하얀 사각기둥이 있는 쉼터에서 에릭 클랩튼의 '천국의 눈물'을 듣는다. 이 노래는 그가 아들을 잃고 만든 곡이다.



천국에서 너를 만난다면 너는 내 이름을 알까

천국에서 너를 만난다면 예전과 같을까

저 문 너머엔 분명 평화만이 있을 거야

천국에서 더는 눈물 흘릴 일이 없을 거야

―Eric Clapton, 'Tears in Heaven' 가사 중



화장장 흰 기둥에는 12개의 점이 별처럼 박혀있다. 상부 9개의 점과 하부 3개의 점이 나누어져 있는데, 그 사이를 검은 칠로 구분해 두었다. 지상과 천상을 나누어 놓은 것일까. 검은 벽 아래 3개의 점과 연못은 우리가 살아가는 치열한 생존의 세계를 뜻하고, 위의 9개 점은 구천(九泉) 즉 저승을 뜻하는 게 아닌가 짐작해본다.

연못 위엔 슬픔이 떠있다. 수련(睡蓮) 꽃은 밤이 되면 꽃잎을 접고 잠을 잔다. 때가 일러서 아직 꽃은 볼 수 없다. 푸른 원의 잎새, 그 아래서 작은 물고기가 조용히 헤엄친다. 수면이 고요해서 물고기의 움직임이 쉽게 보인다. 햇빛이 수련 잎새 위로 떨어져 구른다. 원형이 갈라진 잎새 모양은 하나씩 보면 하트 같지만, 몰려 핀 잎새 모습은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나비 떼 같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는 수련에 대한 그림을 250여 편 그렸다. 그는 빛에 따라 달라지는 대상을 보며 같으면서도 다른 그림을 남겼다. 빛이 그리는 세계의 변화무쌍한 양태는 동일한 대상이 빛의 감성에 따라 얼마나 달라지는 가를 보여준다. 들뢰즈는 모네의 수련을 '차이와 반복'의 예로 언급한다. 그는 삶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반복한다는 것은 행동한다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모네는 존재의 본질에 도달하고자 수련을 그린 것이 아니다. 빛이 비치는 각도와 강도, 그리고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수련'을 그린 것이다. 그 모습은 어느 순간도 똑같은 적이 없다. 우주와 자연 그리고 인간은 매 순간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 수련에 대한 시인의 인상(Impression)은 어떠할까.



물은 꽃의 눈물인가

꽃은 물의 눈물인가

물은 꽃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고

꽃은 물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한다

― 정호승, '수련' 부분 발췌



시인도 누군가를 잃었나 보다. 수련을 보며 시인은 물과 꽃의 관계를 생각한다. 만물은 그물망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늘 교통하며 하나를 이룬다. 서로 다른 '존재'이지만, 넓게 보면 하나의 존재인 '우주'의 일부다. 수련은 연못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간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뿌리는 크고 굵어진다. 물이 생명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수련은 뿌리를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물은 자신의 생명을 내주어 꽃을 품고 이로써 또 다른 생명력을 얻는다. 불가분의 관계가 '물과 꽃' 사이에 있는 셈이다. 물은 우주의 근원적인 원소이고 '인간의 희로애락'과 강력한 연대를 맺고 있는 영적, 물질적 에네르기다.

어버이날이 지난 며칠 후에 어머니는 소천하셨다. 상을 치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오랜 병환 중에 가셨기 때문에 마음이 아팠고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어찌하여 사랑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그 깊은 의미를 깨닫게 되는가. 스스로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네의 '양산을 든 여인'과 어느 여름날 꽃 양산을 쓰고 외출하시던 어머니 모습이 오버랩 된다. 꿈꾸던 그 나라에, 그 별에 어머니는 도착하셨을까. 지금 연분홍 사랑초에 물을 주고 계실까. 빛이 쏟아진다. 수련이 연둣빛 새잎을 낳는다.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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