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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범

시인

국회의원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많은 이야기를 쏟아낸다. 서로 반대되는 양 진영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어느 주장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어쩌면 그들이 말이 보통 방식과 달라서 중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잘못 알아듣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떠돌아다니는 말 중 긍정적이고 사랑에 찬 말 그리고 희망차고 유익한 말만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말을 잘한다는 건 타인을 설득하는 능력이 좋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국민을 설득할 능력이 없는 정치가나 권력자는 말 대신 강압적인 힘을 사용한다.

무수한 말들이 날아다녀요

쫑긋 귀를 세워 문을 열어요

말들을 잡기 위해 소리를 키워요

말 속에 숨어있는 의미는 헤아리지 않아요

말과 소리가 난무하는 공간 안에서 발아한 씨앗

가벼운 입을 찾아 또 날아가요

「말의 씨앗」 전문, 안애정 (시집 구피 닮은 여자, 시산맥사 2018)

이 시는 '말하기'와 '듣기'의 중요함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우리의 감각기관은 그저 받아들일 뿐 판단하지 않는다. 들은 말을 판단하는 건 우리의 뇌다. 뇌는 감지한 걸 판단하여 다른 기관이 움직이도록 명령을 내린다. 뇌의 기능이 잘못되었거나 혹은 그릇된 결정을 한다면 우리 몸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하여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시의 화자는 작은 '말의 씨앗'이 거대한 풍선처럼 부풀려져 누군가에게 상처와 고통을 준다는 사실을 경고한다. 세상에는 '무수한 말이 날아다닌'다. 소리뿐인 말은 '상처'를 주기도 하고 사람을 치유하는 '약'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익한 '말'을 듣기 위해 '귀를 세우'고 '소리를 키우'지만 화자나 청자나 그 말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여 생각하고 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내뱉은 말은 그저 소멸하는 게 아니라 공간 안에서 '씨앗'으로 남아있다가 비슷한 환경 혹은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환경에 처하면 '가벼운 입'을 통해 발아하여 타인에게 다른 형태로 전파된다. '음식은 갈수록 줄고 말은 갈수록 늘어난다'라는 속담이 있다. 입과 관계된 것 중에서 음식은 먹을수록 그 양이 줄어들지만, 말은 할수록 보태져 점점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만들게 되니 말하기를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 정치권에서 난무하는 말들의 잔치는 어떻게 끝날까. 지키겠다는 약속은 반드시 지켜질까. 표를 의식한 거짓과 진실 사이의 벽은 왜 그리 높은 걸까. 불현듯 나에게 어떤 '나쁜 말의 씨앗'이 숨어있는가 생각한다. 나는 아름다운 말을 해왔는가. 혹은 아무렇게나 지껄인 말이 행여나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는가 하는 반성의 마음이 든다. 창밖의 나무는 말없이 서 있다. 봄기운을 타고 조용히 자기 잎사귀를 피워낼 궁리를 한다. 식물의 씨앗은 발아하여 풍성한 잎과 열매를 맺고 다시 씨앗으로 떨어져 자신의 양분을 다른 동식물에게 돌려준다. 침묵의 행동, 자연이 주는 말 없는 질서와 교훈이다. 바람이 불자 나무가 서걱거린다. 나무는 무어라고 말하는 걸까. 한 표를 행사해야 하는 우리에게 말보다는 신중한 생각과 행동이 먼저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 바람이 어디에서 불어오든 간에 뿌리를 곧게 뻗으란 이야기 아닐까. 중심을 향해, 변하지 않는 '인간 존중'의 원칙을 향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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