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20.7℃
  • 흐림강릉 20.8℃
  • 흐림서울 20.7℃
  • 흐림충주 20.5℃
  • 흐림서산 19.7℃
  • 흐림청주 21.5℃
  • 흐림대전 21.4℃
  • 흐림추풍령 20.7℃
  • 구름많음대구 24.1℃
  • 구름많음울산 23.5℃
  • 맑음광주 25.5℃
  • 맑음부산 27.0℃
  • 구름많음고창 26.3℃
  • 흐림홍성(예) 19.5℃
  • 맑음제주 25.8℃
  • 맑음고산 25.8℃
  • 흐림강화 20.4℃
  • 흐림제천 18.9℃
  • 흐림보은 20.0℃
  • 흐림천안 20.0℃
  • 흐림보령 22.8℃
  • 흐림부여 21.0℃
  • 흐림금산 23.4℃
  • 맑음강진군 26.4℃
  • 흐림경주시 22.7℃
  • 구름많음거제 24.5℃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정범

시인

불볕 날씨가 바뀌었다. 태풍의 영향인지 아침저녁으로 차갑고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나뭇가지를 뒤흔드는 유령 같은 바람. 천변에서 흔들리는 갈대를 본다. 푸른 빛이 춤추듯이 바람에 흩날린다. 가을의 시작인가. 빠르게 스치는 공기의 흐름이 계절의 변화와 시간의 경과를 알린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

솔개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춤추다가

샛바람 불면 서쪽으로 인사하고

하늬바람 불면 동쪽으로 인사하고

따뜻한 마파람 불면 북쪽으로 인사하고

높바람 불면 찡긋하며

남쪽으로 인사 하네

더 세게 불어라 불어

솔개 바람아

이 한 몸 한평생 네 탓 하지 않았네

이리저리 인사했어도

내 절개를 지켰네

마른 날이면 한 자리 꼿꼿이 서서

독야청청 하늘에 내 깃발 꽂았으니

짧은 가을날 오면

더 많은 고독의 씨앗을

만방에 뿌리리라

― 갈대, 이재삼

시는 갈대의 성질과 닮은 인간의 삶을 묘사한다. 바람이 불 때마다 연약한 갈대의 꽃대는 풍향에 따라 동서남북으로 이리저리 흔들린다. 바람은 언제나 같은 방향에서 불지 않는다. 계절에 따라 바람의 방향이 바뀌며 이에 따라서 갈대는 꽃대를 돌려 고개 숙인다. 그 모습은 누군가에게 인사하는 사람의 모습과 같다. 하지만 갈대는 습한 지역에서도 강한 생명을 가지고 살아남는다. 시의 바람은 '삶의 고난'을 상징한다. 갈대는 유연하게 모진 풍상을 넘기고 춤추듯 흔들리기도 하면서 겸손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화자의 눈에 비친 갈대는 누군가에게 인사를 하는 약한 자의 모습이며 또한 많은 이들의 일상이기도 하다. 남을 섬긴다는 것, 이웃에게 자신의 일부를 내준다는 겸양의 아름다움은 갈대 내면에 곧은 품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수없는 풍파를 견뎌낸 화자는 "바람아 더 세게 불어라"라고 주문한다. 역경을 수없이 넘어온 의지의 표현이며 자기 생명력의 발현이다. 그는 흔들림 속에서도 "이 한 몸 한평생 네 탓 하지" 않으며 자신의 지조와"절개"를 지켜왔음을 알린다. "한 자리 꼿꼿이"서 있다는 건 화자가 '하나의 일 혹은 직업'을 위해 살아왔음을 뜻한다. 그리고 그는 끝내 푸른 하늘에 자기 "깃발을 꽂으며" 성실하게 살아온 삶에 대한 자긍심을 드러낸다. 다가온 '고난'을 긍정하고 자기가 가꾼 "고독의 씨앗을 만방에 뿌리리라" 다짐하며 자신의 후대 혹은 따르는 이들에게도 그 마음이 이어지기를 기원한다.

살아가는 가운데 우리에게 다가오는 예기치 않은 풍파는 삶을 바꾼다. 살면서 직업을 바꾸거나 하던 일을 포기하거나 방황하는 일은 누구든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이 시가 고상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건 화자가 하나의 정신에 투철한 까닭이다. 변함이 없다는 것, 흔들림 속에서 자신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한 줄기 갈대일 뿐이다. 하지만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 파스칼의 경구가 떠오른다. 바람만 불면 흔들리는 나약한 존재. 하지만 인간은 그 가운데에도 꿈을 꾸며 자신의 불완전함과 나약함, 절대 부족을 극복하길 희망한다. 흔들리면서 꿈꾸는 갈대가 인간이다. 나는 지금 어떤 이상을 그리며 사유하는가. 가을이 시작된다. 더 깊은 고독 속으로, 꿈꾸는 갈대의 날개 속으로 바람이 분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철탑산업훈장 수상' 곽인학 ㈜광스틸 대표이사 인터뷰

[충북일보] ㈜광스틸이 2026년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영예의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2000년 설립 후 20년간 건축자재 제조 외길을 걸어온 곽인학 ㈜광스틸 대표이사는 이번 수상에 대해 "지난 20여 년간 오직 '더 안전하고 견고한 건축 자재를 만들겠다'는 외길을 걸어왔다"며 "그간 숱한 난관 속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기술 혁신과 품질 향상에 매진해 온 광스틸의 고집과 정직함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감회가 매우 깊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년이 이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었다면, 이번 수훈을 계기로 향후 100년을 이어갈 지속가능한 건축 자재 리딩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광스틸은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대표 대기업 산단 현장과 공공기관에 자재를 납품하며 독보적인 신뢰를 쌓아오고 있다. 안전과 품질에 있어 단 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가운데 광스틸은 '철저한 품질관리'와 '현장 맞춤형 솔루션 제공'으로 꾸준히 선택받고 있다. 광스틸의 시그니처인 '스피드블록메탈패널'은 세계 최초로 실리콘을 쓰지 않는 Non-Caulking(논 코킹) 방식이 적용됐다. 기존 패널의 외벽 오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