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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범

시인

불볕 날씨가 바뀌었다. 태풍의 영향인지 아침저녁으로 차갑고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나뭇가지를 뒤흔드는 유령 같은 바람. 천변에서 흔들리는 갈대를 본다. 푸른 빛이 춤추듯이 바람에 흩날린다. 가을의 시작인가. 빠르게 스치는 공기의 흐름이 계절의 변화와 시간의 경과를 알린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

솔개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춤추다가

샛바람 불면 서쪽으로 인사하고

하늬바람 불면 동쪽으로 인사하고

따뜻한 마파람 불면 북쪽으로 인사하고

높바람 불면 찡긋하며

남쪽으로 인사 하네

더 세게 불어라 불어

솔개 바람아

이 한 몸 한평생 네 탓 하지 않았네

이리저리 인사했어도

내 절개를 지켰네

마른 날이면 한 자리 꼿꼿이 서서

독야청청 하늘에 내 깃발 꽂았으니

짧은 가을날 오면

더 많은 고독의 씨앗을

만방에 뿌리리라

― 갈대, 이재삼

시는 갈대의 성질과 닮은 인간의 삶을 묘사한다. 바람이 불 때마다 연약한 갈대의 꽃대는 풍향에 따라 동서남북으로 이리저리 흔들린다. 바람은 언제나 같은 방향에서 불지 않는다. 계절에 따라 바람의 방향이 바뀌며 이에 따라서 갈대는 꽃대를 돌려 고개 숙인다. 그 모습은 누군가에게 인사하는 사람의 모습과 같다. 하지만 갈대는 습한 지역에서도 강한 생명을 가지고 살아남는다. 시의 바람은 '삶의 고난'을 상징한다. 갈대는 유연하게 모진 풍상을 넘기고 춤추듯 흔들리기도 하면서 겸손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화자의 눈에 비친 갈대는 누군가에게 인사를 하는 약한 자의 모습이며 또한 많은 이들의 일상이기도 하다. 남을 섬긴다는 것, 이웃에게 자신의 일부를 내준다는 겸양의 아름다움은 갈대 내면에 곧은 품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수없는 풍파를 견뎌낸 화자는 "바람아 더 세게 불어라"라고 주문한다. 역경을 수없이 넘어온 의지의 표현이며 자기 생명력의 발현이다. 그는 흔들림 속에서도 "이 한 몸 한평생 네 탓 하지" 않으며 자신의 지조와"절개"를 지켜왔음을 알린다. "한 자리 꼿꼿이"서 있다는 건 화자가 '하나의 일 혹은 직업'을 위해 살아왔음을 뜻한다. 그리고 그는 끝내 푸른 하늘에 자기 "깃발을 꽂으며" 성실하게 살아온 삶에 대한 자긍심을 드러낸다. 다가온 '고난'을 긍정하고 자기가 가꾼 "고독의 씨앗을 만방에 뿌리리라" 다짐하며 자신의 후대 혹은 따르는 이들에게도 그 마음이 이어지기를 기원한다.

살아가는 가운데 우리에게 다가오는 예기치 않은 풍파는 삶을 바꾼다. 살면서 직업을 바꾸거나 하던 일을 포기하거나 방황하는 일은 누구든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이 시가 고상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건 화자가 하나의 정신에 투철한 까닭이다. 변함이 없다는 것, 흔들림 속에서 자신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한 줄기 갈대일 뿐이다. 하지만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 파스칼의 경구가 떠오른다. 바람만 불면 흔들리는 나약한 존재. 하지만 인간은 그 가운데에도 꿈을 꾸며 자신의 불완전함과 나약함, 절대 부족을 극복하길 희망한다. 흔들리면서 꿈꾸는 갈대가 인간이다. 나는 지금 어떤 이상을 그리며 사유하는가. 가을이 시작된다. 더 깊은 고독 속으로, 꿈꾸는 갈대의 날개 속으로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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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