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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새해다. 2021년의 문턱에서 잠시 시간에 대한 상념에 빠진다. 매년 의례적으로 하는 행사 같은 것이다. 올해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하다가 불현듯, 시간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한다.

감성 속의 어떤 시간은 황홀하고 아름답다. 어떤 시간은 가면을 쓰고 있으며, 어떤 시간은 힘들고 위험하다. 시간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손에 쥘 수 없는 공기처럼 가변적이고 유동적이다. 우리는 시간을 의식하며 살아간다. 일할 때도, 커피를 마실 때도, 잡담할 때도, 잠자는 순간에도 늘 시간을 카운트한다. 하지만 우리가 오감으로 인식할 수 있는 건, 시간 자체가 아니라 변화하기 전과 후의 차이뿐이다. 그 변화로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감지한다. 이러한 인식의 배후에는 삶에 대한 본능적인 반응이 내재한다. 시간에 대한 시인들의 사유는 어떠할까.

시간의 얼굴을 직접 본 사람을

우리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꿈의 시간 공장에서

하루하루 뜨여 나오는 시간의 옷감을

사람들은 누구보다 더 많이 사기 위해서

어떤 이는 평생을 노래 부르고

어떤 이는 평생을 글만 쓰고

어떤 이는 평생을 돌만 줍고

어떤 이는 평생을 밥만 먹고

어떤 이는 평생을 남만 헐뜯고

어떤 이는 평생을 용서 빌고

어떤 이는 평생을 고기 잡습니다

그들은 꿈의 시간 공장에서

늙은 것과 젊은것들의 낟알을 골라내고

늙은 희망과 젊은 희망을 낱낱이 골라내고

썩지 않는 한 알의 밀알의 시간만을

보물처럼 아껴둡니다

―시간을 찾아서, 4, 5연 중에서, 김종철

시인은 삶을 <꿈의 시간 공장>으로 비유한다. 사람들은 그 공장에서 <시간의 옷감>을 더 많이 사기 위해 평생을 분투하며 살아간다. 시인이 비유적으로 사용한 <노래, 글, 돌, 밥, 헐뜯기, 용서 빌기, 고기 잡기>는 욕망의 달성을 위한 행위이다. 시간의 베틀로 짜낸 <옷감>은 욕망의 성취를 의미하리라. 하지만 시간의 날줄과 씨줄은 인간이 꿈꾸는 대로, 짜는 대로, 그 색깔과 모양을 만들지 않는다. 운명은 예기치 않게 방향을 틀고, 생은 자주 흔들린다. <우리는 시간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없다. 시간의 실체를 알 수 없다는 것은, 우리가 예측 불가능한 세계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시간의 여정 속에 <보물>이 숨어있음을 시인은 넌지시 알려준다. 시간의 오묘한 흐름 가운데서 인생의 참맛, 참 진가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시공간의 날줄과 씨줄의 결합. 모든 결과는 자연 활동과 사람의 사고와 행동이 결합한 복합체이다. 그 누구도 미래 상황에 대한 진실은 알지 못한다. 매 순간 내린 선택이 때론 좋은 행운으로, 때론 나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경험한다. 이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에서 주저한다. 현실의 벽 앞에 서서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노인으로 태어나 아기로 죽는, 시간의 역설을 그린 영화에서 주인공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네가 자랑스러운 삶을 살기 바라지만, 만일 네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힘을 갖고 있길 바란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영화 대사

나는 이 훌륭한 구절을 시인의 시와 연결해 본다. <다시 시작할 힘>이 있다는 것은 내 안의 불씨가 살아있다는 것이고, 그 씨앗은 <밀알의 시간>일 것이다. 나의 베틀로 어떤 <시간의 옷감>을 짜고 싶은가. 자신의 내부에서 반짝이는 <밀알의 시간>에 집중해보자. 우리는 스스로 느끼는 것보다 훨씬 멋진 사람이고 삶의 풍부함을 아는 사람이다. 새로운 출발에 필요한 건 주어진 삶을 긍정하는 태도뿐이다. 긍정은 의욕을 갖게 하며, 자신감을 고취하고, 삶의 방향을 전환한다.

Well begun is half done. 한 발자국을 잘 디디면 목표의 절반은 이미 달성된 셈,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이 환하게 떠오르는 새해 아침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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