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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07.19 19:51:1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청주는 유명을 달리한 우리나라 대표 여성산악인 두명과 슬픈 인연을 갖고 있다. 그 한명은 지난 1993년 한국 여성 최초이며 세계 여성산악인 3번째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지현옥씨이다. 지씨는 논산 출신이지만 당시 청주사범대학(현 서원대) 미술교육과에 적을 두고 산을 타기 시작했다. 1999년 두 번째로 8천91m 안나푸르나를 등정 후 하산하다 실족사 했다. 그의 유해는 지금도 신들의 고향 히말라야 그 어느 곳에서 영면하고 있다.

또 한사람은 지난 주 세계 9위의 고봉 낭가파르밧(8천126m) 등정 후 역시 하산길에서 추락 사망한 고미영씨이다. 전북 부안 출신인 고씨는 청주대 중문과 졸업생이다. 대학때의 활동이 잘 안 알려져 지역에서는 지현옥씨의 지명도가 훨씬 높다. 그래서인지 지씨가 사망한 10년이 지나도록 매년 충북산악연맹 선후배들이 안나푸르나에서, 아니면 그의 추모비가 세워져 있는 조령산에서 그를 기억하는 행사를 거르지 않고 있다.

고미영씨의 추모비가 세워질 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충북과 고산과의 인연은 다른 곳 보다 모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지씨나 고씨의 안타까운 죽음이 우리에게 남다른 것은 그들이 여성의 힘으로 인간 한계를 뛰어넘는 불굴의 도전정신과 성취감의 대리만족을 남겨줬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고씨의 경우 변을 당하기 전 오은선씨와의 세계여성 산악인 최초 14좌 완등이라는 목표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여왔는데 이것이 무리수를 둔 것이고 결국 이루지 못할 꿈만 남기고 히말라야에 지고 말았다는 산악인들의 애석한 자기반성이 이어지고 있다.

알려지다시피 고씨는 8천m 고봉 11개 완등, 오씨는 한 개 앞선 12개로 일년에 3개정도씩의 강행군으로 내후년 14좌 완등을 목표에 둬왔다고 한다. 제천 출신으로 에베레스트를 3번 등정한 허영호씨는 '산은 천천히 들러보고 음미하면서 올라야하는데 스포츠처럼 경쟁하다 보면 무리가 뒤따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 산이 어디로 도망가는 것도 아닌데 세계최초나 1등이 돼야 만 기억이 되는 풍조가 이같은 비보를 접하게 하는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일부에서는 후원기업들간 상업주의의 희생양이라는 자성론도 나온다.

그렇다면 산에서의 경쟁이 전문산악인들 사이에서만 생기는 것일까. 단언컨대 절대 아니다. 아마츄어 등산 인구 등 중에서도 등로(登路)주의 보다 등정(登征)주의의 최면에 빠져 자신도 모르게 무리를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근래 우리나라 등산 인구가 1천만명이 넘어 주말은 말할 것도 없이 평일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산을 찾는 과열쏠림 현상 가운데 자연앞에 겸손해지고 함께 호흡하며 느끼는 산행보다는 '몇 시간'에 주파를 하고 내가 '몇 개'를 올라갔다 라는 등의 보이지 않는 과시와 경쟁의 풍토가 맹렬해지고 있다. '저 사람이 하면 나도 해야' 하는 일탈된 경쟁은 지금도 이산저산 에서 소리없이 이뤄지고 있다. 남보다 더 일찍 정상에 서야하고 한 곳이라도 더 가야 강박관념에 느림의 미학과 관조는 설 땅을 잃고 만다. 자기 내면과의 경쟁은 모르지만 객관적 대상들과의 그것은 화를 부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의욕만 앞세워 악천후 등에도 산행을 하다 횡액을 당하거나 구조대의 신세를 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그를 증명하고 있다.

산악인들은 언제부터인가' 정상정복'이라는 말 대신 '산행'이라는 낮춤의 표현으로 바꾸고 있다. 인간이 감히 자연을 정복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한없이 자세를 낮춰 자신을 받아들이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지난 1976년 인도에서 등반 중 사망한 미국의 여성산악인 난다데비 언솔드는 '신은 우리를 태어나게 하고 다시 우리를 거두어 들인다 ,어차피 우리 삶이란 신이 허락한 짧은 숨결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도전정신은 무한히 키워나가야 하지만 선의의 경쟁을 희석시키는 무한경쟁의 부추김 풍토는 자제되어야 마땅하다. 그것은 산의 높이와 불문하고 인생의 모든 스펙트럼에서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제 기록을 향한 꿈은 오은선씨의 몫으로 남게됐다. '숨고르기'를 통해 고미영씨의 몫까지 이뤄지길 기대하며 고인의 명복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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