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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천장을 뚫었다. 묘한 기름값이다. 운전자들의 "가득이요"란 외침은 이미 옛말이다. 지금은 그저 셀프 주유의 소심한 풍경만 있을 뿐이다. 천정부지 치솟는 기름값 탓이다.

*** 유류세 인하는 보편적 복지


2011년 신문이나 방송 기사를 보면 '묘한'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거의 다 기름값과 관련돼 있다. 1년 내내 계속된 양상을 띠었다. '묘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해에도 지금처럼 물가가 고공 행진을 했다. 당시 이명박(MB) 대통령은 1월 13일 "기름값이 묘하다"고 공개 발언했다. 국제유가가 떨어지고 있는데 국내 휘발유값은 거의 제자리인 게 이상하다는 게 요지였다. 정유사와 주유소에 대한 현장조사가 이뤄졌다. 그리고 휘발유값은 리터당 100원씩 내렸다.

새 정부가 마지막 카드를 내놨다. 지난 1일부터 연말까지 유류세 인하 폭을 최대로 확장했다. 현행법상 한도인 37%까지다. 고공 행진하는 기름값에 시름하는 국민들을 위해서다. 모르는 바 아니다. 유류세는 이미 지난 5월부터 30% 할인율이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가격 인하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계속적인 오름세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곧 현장 조사에 들어간다. 먼저 정유사와 주유소의 담합행위 여부를 조사한다. 유류세 인하분이 가격에 제대로 반영됐는지도 살핀다.

11년 전 상황과 아주 비슷하다. 자꾸만 기시감이 든다. 기름값은 절반 이상이 세금(교통세, 에너지세, 환경세 등)이다. 지난해 걷은 교통세만 16조원이다. 교통세에는 교육세(15%)와 주행세(26%)가 얹어진다. 유류세는 목적세다. 가격이 아니라 물량에 붙는 종량세다. 그러다 보니 에너지 소비가 많은 부유층일수록 유류세 인하 혜택이 크다. 1994년 도로·철도 등 교통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10년만 걷는 걸 예정해 도입됐다. 목적은 거의 달성됐다. 하지만 30년 가까이 유지 중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최근 기록적인 기름값 상승세 덕을 봤다. 고유가 덕분에 역대급 초호황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이익을 환수하자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일명 '횡재세'를 걷자는 얘기다. 세계적인 에너지대란 속에 정유사들의 초과 이윤을 세금으로 환수하자는 것이다. 미국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고통 분담 차원이란 명분이 숨어 있다. 하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횡재세 도입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향후 유가 하락에 따른 손실 가능성과 함께 조세 형평성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정유사들은 일단 정치권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MB 때의 현장조사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름값이 참 묘하다. 이런 기름값이 해결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근본적인 처방을 고민할 때가 됐다. 유류세 인하로 과연 기름값이 잡힐까. 시장에선 어렵다고 보고 있다. 아직 공급을 늘릴 유인이 없다. 유류세 인하는 손쉬운 카드다. 일종의 보편적 복지다. 포퓰리즘 성격이 짙다.·게다가 인하분을 정유사와 주유소가 가로챈다는 의심도 생길 수 있다.

무엇보다 유가가 오르면 소비자가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때에 따라 단속 행정력까지 동원해야 한다. 이래저래 비효율적이다. 공급이 나아져야 한다. 그게 없인 가격 인하 효과를 유지할 수 없다. 정부가 유류세 할인 폭을 아무리 늘려도 마찬가지다. 묘한 기름값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기름값의 역설이다.

*** 차라리 선별적 복지로 해라

정치권이 정말 몰랐을까. 정유사들이 온갖 이익을 다 취한 뒤 뒷북치는 건 아닌가. 기름값 구조를 정부가 수박 겉핥기식으로 처리해 생긴 일이란 비판도 나온다. 그래서 정유사들이 횡재를 했다는 역설이다. 차제에 정부는 국제 원유 움직임과 환율, 유통구조, 세금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그리고 정유사들은 사회적 책임에 입각한 결정을 해야 한다.

기름값은 시장논리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정유사들은 기름값을 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분명히 대야 한다. 억울하면 있는 그대로 밝히고 일반 소비자들의 이해를 구하는 게 낫다. 그리고 정부가 세금을 쓸 바엔 서민이 체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유류세 환급제도 같은 선별적 복지가 차라리 더 낫다. 정치적 호응이 적더라도 그게 효율적이다. 포퓰리즘이란 오해를 받을 까닭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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