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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헌터피크(5,362m) 최초 등정기(上)

암벽·빙벽·설벽···중국의 지붕

  • 웹출고시간2008.01.18 15:45:5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충북등산학교 등정 루트 개념도


충북등산학교헌터피크원정대(대장 남기창)는 중국 쓰촨성 쓰쿠냥 산군에 있는 헌터피크 등반을 목표로 지난해 12월26일 인천공항을 출국을 했다. 헌터피크는 고산에서 암벽ㆍ빙벽ㆍ설벽을 동시에 할 수 있어 산악인들을 유혹하는 매력적인 곳이지만 아직은 미답지다.

일명 ‘엽인봉’으로도 불리는 헌터피크는 두 개의 벽 사이로 표고차 2,000m가 넘는 거대한 눈과 얼음 기둥이 형성돼 있다. 원정대가 택한 루트는 해발고도 3,500m 지점부터 빙폭으로 시작돼 4,000m를 넘으면서 빙벽과 설벽 혼합구간, 5,000m 이상부터는 암벽으로 이뤄진 곳이다.

원정대는 새해 첫날인 1월1일 이곳을 통해 정상에 섰다. 이곳으로 오른 유일한 팀이 되는 순간이었다. 원정대는 중국 사천성 산악연맹에 이 구간을 ‘CHUNG-BUK ALPINE SCHOOL’ 코스로 명명하기 위해 절차를 밟고 있다.

한편, 이번 원정은 고산등반에서 보기 드물게 흔적을 남기지 않는 클린등반을 추구, 등반 당시에 사용했던 대부분의 장비를 회수했다. 또 현지인의 도움 없이 대원의 힘만으로 세 번의 비박 끝에 정상에 서는 쾌거를 이룬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대원들이 끌르와르로 진입하고 있다.

아! 정상의 기쁨도 잠시, 어둠이 우리를 가둬버렸다. 정상 암벽구간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우리는 야간등반 준비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먼저 서둘러서 100m 자일을 이용해 하강을 했다. 대원이 모두 하강하면 김용철 대원이 장비를 회수, 클라이밍다운을 한다.

얼마를 내려왔을까. 헤드랜턴으로 비박지 위치를 확인하고 하강을 하려는데 위에서 김용철대원이 다급한 목소리로 하강루트가 등반루트와 다르다고 소리친다. 캄캄한 밤중에 동물적인 본능으로 헤드랜턴에 의지한 채 불안한 암벽구간을 내려서던 우리에게 아주 당혹스러운 상황이 생긴 것이다.

서로 길을 찾기 위해 위험하기 그지없는 암벽사이를 동분서주한다. 모든 운행이 멈춰지고 오직 비박지를 찾기 위해 참으로 긴 시간을 허비했다. 이렇게 우왕좌왕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모든 대원을 한군데로 모일 것을 지시했다. 지금 현재 우리는 예비 건전지도 없는 헤드랜턴 2개와 물 몇 모금이 전부이다. 발을 딛기 만하면 쏟아지는 불안정한 암벽에 모여서 등반 중에 촬영한 비디오테이프를 보면서 당황하는 대원들을 달래본다.

헤드랜턴을 능선 상에서 유일하게 눈이 쌓여있는 곳으로 비춰본다. 어느 정도 확신이 섰는지 김용철 대원이 마지막으로 주변 정찰을 하고 판단하겠다고 말을 남기고 어둠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어둠속에서 불안정한 테라스에서 헤드랜턴도 없이 추위와 싸우며 1시간여를 기다렸다. 김용철 대원이 하강루트를 찾았으니 헤드랜턴도 없는 나에게 100여 미터를 클라이밍다운 하라는 것이 아닌가. 낮에도 불안정한 암벽구간인데 헤드랜턴도 없이 하산을 하라니 야속하기만하다.

김권래 대원이 끌르와르 빙벽구간을 등반하고 있다.

자상한 김용철 대원의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해 내려서니 김권래 등반대장이 확인 차 먼저 하강을 한 후였다. C1비박지가 맞기를 바라며 하강한다. 자일은 낙석에 맞아 세 군데나 깊게 상처가 나있었다. 헤드랜턴도 없이 오버행과 직벽 구간을 하강하려니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위험하다는 생각도 들고 한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 모든 것이 내가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니 입이 굳게 닫쳐버리고 만다.

마지막으로 김용철 대원이 하강을 한다. 갑자기 어둠속에서 김용철 대원이 왼쪽으로 펜드럼을 하더니 “쿵” 소리와 함께 바닥에 처박힌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아뿔싸, 기필코 대형사고가 났구나 싶어 “용철아” 힘껏 불러본다.

자일을 당겨 김용철 대원을 끌어올리니 발목에 통증이 있으나 심하지는 않다고 한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다. 우모복은 바위에 찢겨 구스다운이 여기 저기 날리고 새로 산 이중화도 발목부분이 터져버렸다. 발목을 살펴보니 2cm가 찢어지고 군데군데 멍투성이다. 불행 중 다행이다. 다친 것 보다 세 명 모두가 살아 있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정상에 선 김웅식, 김권래 대원이 충북등산학교 깃발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스쿠냥' 산군

‘스쿠냥’은 우리말로 네 명의 낭자라는 뜻으로 외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시는 쌍교구에 자주 놀러와 목욕도 하고 약초도 캤다는 네 자매가 어느 날 외가에 놀러가던 중 갑자기 큰 눈을 만나 얼어붙어서 된 산이라고 한다.

맞은편에 외할머니산인 아비산은 외손녀들이 닥친 불행한 소식을 알게 된 외할머니가 갑자기 병이 나서 돌아가셨는데, 그때 얻은 병이 백설병으로 지금까지도 백색의 만년설산이다. 그 옆의 할아버지봉(야인봉)은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병을 얻었는데, 약을 구할 수 없어 사냥용 화약을 치료제로 썼다. 그 후 지금까지 그 화약이 남아 있어 산 밑이 모두 흑색 모래로 되었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쌍교구 입구에서 가장 안쪽의 아비산까지 34km에 이어진 산의 전설들은 지금 들어도 사뭇 가련하고 처연하다.

스쿠냥산 주변에는 3개의 계곡이 있는데, 해자구와 장평구 계곡 사이에 다쿠냥(5,333m), 얼쿠냥(5,454m), 산쿠냥(5,664m), 스쿠냥(6,250m)이 나란히 있고, 좌측으로 쌍구교 계곡이 위치하고 있다.

스쿠냥 쌍교구의 원래 지명은 현지 장족 언어로 '아럼노'로 발음하며, '골짜기가 깊고 아름다우며 살기 좋은'의 뜻을 내포한다. 그러나 1951년 모택동이 이끄는 중국공산당 해방군이 이곳을 점령하고 개발하면서 '아럼노'라는 용어가 중국 보통어로 발음하기가 너무 어려움을 느끼고, 이곳에 다리를 2개 놓으면서 '쌍교구'라 이름을 칭했다.

쌍교구 입구에서 아비산까지 34km 구간은 미국 요세미티국립공원을 연상케 하는 화강암 벽이 여럿 솟아 있고,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자연이 잘 보존돼 있다. 이 지역은 다양한 난이도의 빙벽과 헌터봉, 야인봉, 아비봉 등 5,000~6,000m급 미답봉이 많아 고산 혼합등반을 추구하는 클라이머들에게 관심의 대상이다.

/후원; 밀레(레저토피아 www.leisuretopi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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