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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8.27 14:13:09
  • 최종수정2015.08.27 14:13:09

한 잎의 여자 1 / 오규원 (1941 - 2007)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 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눈물같은 여자.

슬픔같은 여자

병신같은 여자

시집(詩集)같은 여자.

그러나 영원히 가질 수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한 남자가 사랑한 여자는 담장 밖 로미오를 바라보는 올리비아 헤세와 같은 청순한 눈을 가졌거나 혹은 사진작가와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시골여자의 수줍은 얼굴을 가진 여자일 듯하다.

한 남자가 정말 사랑한 여자는 물푸레 한 잎 같이 쬐그만 여자였다. 그녀의 솜털도 마음도 영혼도 눈도 물푸레 한 잎에 붙은 작은 것이어서, 그 작은 것에서 나와 보일 듯 말 듯한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다는데, 슬퍼서 아름답고 시집의 활자처럼 영리하고 바보 같아서 더욱 아름다워 완벽한, 그래서 다가설 수 없는 여자가 아닐까. 사랑하지만 다가설 수 없기에 혼자 불행하고 외롭고 슬프듯이, 어렴풋하게 보일 뿐 다가오지 않아 혼자 불행하고 외롭고 슬픈 여자가 아닐까.

그 여자는 이 세상 모든 남자들의 마음 속에만 남아 있는 첫사랑인지 모른다. 다 파헤쳐지고 찢어지고 낯선 얼굴들만 어른거리지만, 눈 감으면 유년시절 그대로의 모습으로 떠오로는 고향처럼 그렇게 마음 속에 선연히 떠오르는 얼굴일지 모른다.

시인은 여자만을 가진 여자의 전 존재를 표현하기 위해 온갖 은유를 다 동원하지만, 아무래도 어떤 은유로도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를 표현하기에는 감당할 수 없을 듯하다.

/ 권희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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