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1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시·수필과 함께하는 봄의향연 - 모란이 피기까지는

함기석의 생각하는 詩6

  • 웹출고시간2016.04.07 15:48:32
  • 최종수정2016.07.07 17:14:40
김영랑은 섬세하고 투명한 시어, 민요적 운율을 바탕으로 순수 서정시를 밀도 높게 구현한 시인이다. 절제된 언어로 고독한 내면세계, 오묘한 심리세계를 명징하게 형상화해낸다. 그는 카프(KAPF) 중심의 비문학적 정치성을 배격하고 박용철, 정지용 등과 함께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하며 순수시의 서정성을 심화시켰다. 1930년대 시문학파는 사회성과 역사성을 배제한 채 섬세한 언어 조탁을 통해 아름다움을 추구했기 때문에 지나치게 개인의 내면세계에만 빠져들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시문학파의 공헌 때문에 우리 시의 언어미학이 한 차원 높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김영랑의 초기 시에는 자연의 내밀한 정서가 섬세하게 드러나고 후기 시에는 죽음에 대 시인의 고뇌, 사회와 민족에 대한 관심이 드러난다. 시인의 이런 동적(動的) 의식 변화는 흐르는 물 이미지, 피고 지는 꽃 이미지 등을 통해 드러난다. 자연과 세계에 대한 시인의 순환적 인식이 잘 드러나는 작품 중 하나가 '모란이 피기까지는'이다. 이 시에서 모란은 시인의 육체 밖에 존재하는 객관적 물상이면서도 시인의 마음과 의지가 투영된 심리적 대상이기도 하다. 이 모란의 피고 짐과 시인의 감정이 하나로 결합하여 반복 순환 구조를 낳고 있다. 즉 모란이 피기를 기다리며 봄을 기다리는 나(화자)의 기대와 설렘, 모란이 뚝뚝 떨어져 지던 날 느끼는 상실감과 슬픔, 오월 어느 날 세상에서 모란이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린 후에 느끼는 섭섭함과 소멸의식,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모란이 꽃피기를 기다리며 새봄을 기다리는 의지의 표출 등으로 이어진다.

이 죽음과 재생의 반복 순환은 시인의 세계관이 반영된 것으로 시인에게 꽃의 개화와 낙화, 슬픔과 기쁨, 삶과 죽음은 상반된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육체로 수용된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金永郞 1903~1950)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五月)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三百)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기대에 부푼 채 모란이 꽃피길 기다리는 모습은 상실의 장면으로 이어지고 이 슬픔의 장면은 또다시 기대 속에서 이루어질 개화의 장면으로 뒤바뀐다.

그러기에 봄은 슬프면서도 찬란하고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것이다. 시간은 늘 음지와 양지의 양면을 동시에 지닌 채 우리 앞에 나타난다. 가장 아름답게 꽃피는 완성의 순간, 절정의 순간에 꽃의 소멸과 죽음은 시작되고 그 반대 또한 마찬가지다. 고통과 절망에 빠진 슬픔의 순간이 사실은 희망을 낳을 미래의 시작점인 것이다. 봄은 늘 혹한(酷寒) 속에서 잉태된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