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느니, 시인이 소풍 왔던 이곳은 이슬과 노을빛처럼 짧은 공간이요, 시인이 돌아가고자 하는 하늘은 영원무궁하고 광대무변한 우주 공간일진대. 어쩌면 우리가 우주라고 부르는 흑암 너머에 존재하는 빛의 공간인지 모른다. 그곳이 바로 시인이 돌아가고자 하는 하늘이 아닐까. 누구는 천국이라 부르고 누구는 본향이라 부르는 그곳은 분명 본적(시인이 태어난 곳)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기에 다시 돌아가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 아닐까.
/ 권희돈 시인
귀천(歸天) - 천상병(1930∼1993)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