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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3.21 16:32:46
  • 최종수정2019.03.21 16:32:46
[충북일보] 지난해 아내는 물이 있고, 전망이 좋고, 양지바르고, 밭까지 길이 있고, 뒤에는 산이 있는 밭을 애타게 찾았다. 머리에 무서리가 내리면서 어릴 때 친정어머니가 찬거리를 얻기 위해 가꾸던 밭을 그리워했다. 밭을 어렵게 구해 괭이질을 해보니 산비탈 쪽은 땅을 스치기만 해도 머리만 한 돌, 주먹만 한 돌이 고개를 치켜들고 인사를 한다. 돌 복이 터졌다.

어릴 때 고향 산비탈 밭을 아버지는 소가 끄는 쟁기로 밭을 갈았다. 밭을 갈 때마다 땅속에 숨어있던 돌이 불거져 나왔다. 돌을 팔매질로 산이나 계곡에 던졌다. 팔매질이 힘들면 망태기에 담아서 버렸다. 밭주인을 힘들게 하는 미운 돌이었다. 새로 장만한 밭의 돌을 보니 아버지의 애환이 튀어나오는 것 같다.

비탈진 밭의 귀퉁이에 물탱크와 농막을 설치하기로 했다. 경사면의 수평을 맞추기 위해 버렸던 큰 돌을 다시 주워 앞쪽으로는 축대를 쌓고 뒤쪽은 땅을 파서 수평을 맞추었다. 컨테이너를 설치할 때는 큰 돌을 초석으로 사용했다. 밭 귀퉁이를 파내고 작은 주차장을 만들었는데, 작은 돌은 주차장 바닥재로 깔았다. 돌이 조금 적게 나오는 비탈에는 나무를 심었다. 내 팔다리, 허리에도 돌을 깐 것 같이 딱딱해져 갔다.

제주시 한경면의 '생각하는 정원'은 성범영 원장님이 돌밭 황무지 1만2천 평을 개간하면서 20여 년 동안 15만톤의 돌을 운반했다고 한다. 돌 하나하나를 잔디밭의 나무와 조화롭게 배치하고, 돌로 길을 정성스럽게 만들고, 돌로 담을 공들여 쌓았다. 그리하여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었다. 돌을 황금으로 만든 것이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남의 산에서 나는 거칠고 나쁜 돌이라도 숫돌로 쓰면 자기의 옥을 갈 수가 있다는 뜻이 아닌가. 남의 산이 아닌 내 밭의 돌로 농작물과 꽃 그리고 농막이 어울려지는 밭을 만들고, 더불어 마음의 밭도 풍성히 일구고 싶어졌다. 파면 팔수록 불거져 나오는 산비탈 밭의 돌과 마음속에 끝없이 일어나는 욕망은 닮았다.

밭에 돌이 없으면 산소공급이 잘 안 되고 물 빠짐이 좋지 않다. 돌이 있으면 고구마가 찌그러진 모양으로 클 것 같아도 고구마는 돌을 피하고 밀어내어서 고구마 본래의 모양을 갖추어 가겠지. 고운 흙만 있는 밭 아래쪽 보다 오히려 고구마가 튼실하고 맛이 있지 않을까. 큰 돌은 치워도 잔돌은 남겨두었다.

욕망은 본래 나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욕망은 사람에게 몸을 보호하고 정신을 도우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오직 자신만을 위하고 너무 지나치게 사용하기 때문에 죄를 얻게 된다고 한다.

욕망의 뿌리에서 생겨나는 교만, 질투, 탐욕, 게으름, 분노가 끝없이 일어난다. 마음을 비우려고 하면 할수록 비탈밭에서 돌이 나오듯이 머리를 치켜들고 나온다. 불거져 나온 돌 하나를 치우려 하면 또 다른 돌이 올라온다.

세상은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부(富)는 편중되고 상대적 불행감은 늘어간다.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삶의 가치관이 급격히 변화되고 다양해져서 혼란스럽다. 눈과 귀 그리고 감각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온통 세상을 뒤덮고 있다.

우리는 괭이질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마음속의 돌이 튀어 오르는 세상에 살고 있다. 내가 나의 본 모습대로 바로 살기 위해서는 내 마음속에 있는 본성에 거울처럼 자주 비추어 보며 살아야겠다. 내가 누구인지 잊어버리고 남의 삶을 살다가 가는 경우도 많다.

내 마음의 돌을 괭이질해서 치워버리려고 하지 말고, 돌을 팔매질로 던져버리지도 말고, 불거져 나오는 돌을 필요한 곳에 활용해서 황금으로 만들어야 함을 알았다. 솟아오르는 욕망을 없애려고 하지 말고, 일어나면 일어나는 대로 바라보고 내 속에 있는 순수한 인간의 본성으로 덮어야 함을 깨달았다.

아내는 이른 봄에 도라지와 더덕 씨앗을 심을 준비에 바쁘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고추, 야콘, 고구마도 심을 생각에 마음은 벌써 밭에서 뒹굴고 있다. 돌밭뿐만 아니라 마음의 돌밭에도 풍성한 결실을 기대한다.

전민호

충북대학교 도서관 근무

푸른솔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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