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5.08.20 13:10:34
  • 최종수정2015.08.20 13:10:34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1948 - 1991)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의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산다는 것은 상처를 쌓아가는 것이다. 크고 작은 고통이 상처를 만들고, 상처가 켜켜이 쌓여가는 것이 인생의 굴곡진 여정이다. <상한 영혼을 위하여>는 고통에 상처를 받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상처 씻기의 마음가짐을 제시하며 우리를 위로한다.

이 시에서 우선 돋보이는 점은 대조적인 언어의 대비와 역설적 발상이다. 개울, 새순, 등불, 벌판, 뿌리 등은 긍정적인 언어들이고, 고통, 설움, 바람, 어둠 등은 부정적인 언어들이다. 이 상반된 유사계열의 언어들 사이에 약하디 약한 갈대와 부평초가 놓인다. 부정적인 존재에 의해 고통을 받는 갈대여, 충분히 고통에 흔들리자는 결기에 찬 언설은 역설적 발상이다.

고통을 피하지 말고 맞이하고 대면하자는 발언이 사뭇 진지해 보이다. 더 나아가 고통을 동반자를 받아들여 고통과 함께 살 맞대고 가자고 한다. 포용적인 마음가짐은 '외롭기로 작정하면' '가기로 목숨 걸면'이란 결기에 찬 마음가짐으로 상승한다. 이 마음가짐으로 하여 캄캄한 밤에 '마주 잡을 손'으로 상징되는 구원자를 만나게 되고, 고통과 설움 굳세게 이겨낸 신천지로 상징되는 '뿌리 깊은 벌판'에 다다르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시(詩)이다. 그 다음부터 즉 고통을 받아들여 상처를 씻어내는 독자의 몫이다. 어떻게 받아들느냐에 따라 해석이 되고 과학이 되고 치료가 될 것이다. 치료로 받아들일 경우 두 가지 방향이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방향은 상처받은 사람이 스스로 상처를 씻어내는 방법이고, 다른 한 가지 방향은 누군가 있어 상처받은 사람의 상처를 씻어주는 것이다.

/ 권희돈 시인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