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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9.17 13:17:20
  • 최종수정2015.09.17 13:17:20
해마다 추석이 가까워오면 습관적으로 고향 선산에 들러 벌초하고 성묘를 한다. 연년세세 이어지는 이 행렬의 끝은 언제일까· 아무리 시대가 빠르게 변해도 이 행렬은 그치지 않으리라. 성묘는 개개인의 내면을 넘어 영혼에 새겨진 우리나라 사람들만의 집단무의식, 그 가장 밑바닥에 자리 잡고 있는 원형(archetype)이기 때문이리라.

성묘는 한 해의 풍성한 결실의 축복을 조상의 음덕으로 감사히 여기며 조상에게 옷깃을 여미고 술을 따르고 절을 하는 예이다. 뗏장과 흙 사이에 주검이 누워 있는 무덤은 햇볕과 바람이 잘 들고 물기가 없는 곳을 명당자리라 여긴다. 조상이 명당자리에 묻히면 후손들이 크게 일어설 것이라 여겨 사람들은 저마다 명당자리를 찾는다. 해서 후손들은 감사와 축복 그리고간절한 염원을 담아 성묘길에 습관처럼 나서는 것이다.

오장환의 성묘길은 보통 사람들의 성묘길과 천양지차로 다르다. 조상에 대한 마음가짐이 다르고 무덤으로 가는 고향의 자연에 대한 마음가짐이 다르다. 이 다름이 오장환 시인의 개성이다. 그의 가슴엔 세기말적 우울과 불안이 스며들어 있다. 조국 산천을 황무지로 만들어 놓은 조상에 대한 강력한 부정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하여, 그가 아버지의 산소로 가는 길은 무덥고 강팍한 황톳길로 인식된다. 어느 가문의 송덕비가 오래 전부터 나뒹구는 마을 앞을 지나, 다이나마이트로 산천이 무차별적으로 무너지는 소릴 들으며, 아버님 산소에 도착했지만 정작 아버님 무덤 앞에서는 아뢰올 말이 없다.

참된 전통은 부정의 정신에서 생성된다. 한 나라의 역사든 한 가문의 역사든 부정의 정신을 가질 때 새로운 역사를 창조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조상이 누울 자리가 명당자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명예욕이 강한 사람일수록 명당자리를 찾아 죽은 조상의 무덤을 이동시키다. <성묘하러 가는 길>은 이런 명당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킨다. 조상의 무덤을 바꾸려 하지 말고 자신의 마음을 바꾸어 보라. 어떤 장소든 마음가짐이 올바른 사람이 살면 명당자리로 바뀌듯, 명당은 죽의 자의 무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자의 올바른 마음가짐에 있는 것이다.

사람이 명당이다.

/ 권희돈 시인

솔잎이 모두 타는 칙한 더위에

아버님 산소로 가는 산길은

붉은 흙이 옷에 배는 강팍한 땅이었노라

아 이곳에 새로운 길터를 닦고

그 위에 자갈을 져 나르는 인부들

매미소리, 풀기운조차 없는 산등성이에

고향사람들은 또 어디로 가는 길을 닦는 것일까

깊은 골에 남포소리, 산을 울리고

거칠은 동네 앞엔

예전부터 굴러 있는 송덕비,

아버님이여

이런 곳에

님이 두고 가신 주검의 자는 무덤은

아무도 헤아리지 아니하는 황토산에, 나의 가슴에……

무엇을 아뢰이려 찾아왔는가

개굴창이 모두 타는 가믐더위에

성묘하러 가는 길은 팍팍한 산길이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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