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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2.17 17:47:52
  • 최종수정2015.12.17 17:48:04
사람마다 주변의 사물을 대하는 방법도 다양하고 또한 발생한 사건을 처리하는 방식도 가지각색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의 생각과 행동이 모여서 그 사람만의 독특한 성향을 만들어 가는 건지도 모른다.

얼마 전 아침 출근길에서의 일이다. 10여년을 잘만 다니던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경사면을 오르다가 직진하던 택시와 작은 충돌이 있었다. 정말 찰라의 부주의가 사고를 부른 순간이었다. 말만 듣던 차량 접촉사고를 내고 나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우선 상대 차량 운전사에게 "죄송합니다."라 말하고 난후에 차를 살펴보았다. 다행히 두 대 모두 약간씩 찌그러진 정도였다. 상대 차량은 개인택시이었다. 아침에 출근하는 직장인을 태우기 위해 콜을 받고 우리 아파트로 와 손님을 태운 것이란다. ·

택시기사는 손님에게 양해를 구해 다른 차를 타고 가라 했고, 나는 서울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로 도움을 요청하였다. 남편은 우선 나와 상대방의 안전여부를 확인한 후 전후 사정을 듣고 보험회사에 연락해 줄 테니 기다리란다. 이어서 학교에 전화를 걸어 접촉사고가 나서 출근이 늦어지니 오전수업을 바꾸어 달라 부탁하였다.

드디어 양쪽에서 기다리던 보험사에서 차례로 오고 사고처리에 대하여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세한 것은 관례에 따라 처리하고 병원에 갈 사람이 없다는 것에 대하여 다행임을 이야기하면서 내 편에서 온 보험사직원이 돌아갔다. 나는 모든 사고처리가 끝이 난 줄로 알았다. 그런데 상대편 기사는 자기가 적어도 이틀은 일을 못할 것이니 그것을 내게 보상하란다. 어!, 난 종합보험에 가입이 되어서 그런 건 모두 보험회사에서 처리할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이 기사는 그게 아닌가보다. 보험회사에서 지급해주는 일당이 턱없이 부족하니 사고 원인 제공을 한 나에게 그 기간의 보상을 더해 달라 요구를 하였다. 난 혼자서 결정할 일이 아니니 남편과 상의를 해보고 연락하겠다고 했다. 택시회사에서 나온 보험회사 사람도 기사분의 요구가 과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이 방면으로 경험이 없던 난 그게 당연한 일인 줄 알고 그러면 집에 가서 상의하여 연락을 하겠다고 한 후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찌그러진 차를 타고 출근을 하였다.

출근하니 다들 걱정과 위로의 말을 건넨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함께 걱정하는 것이 우리네의 인정이니 그저 고마운 맘으로 하루를 보냈다. 퇴근하려 교무실 문을 나서는데 가까이 지내는 교사가 부르더니 '청심환' 한 병을 건내 준다. 얼마나 고마왔는지! 따뜻한 마음이 커다랗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저녁에 남편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궁금하고 걱정되어서 하는 전화이려니 생각에 미안하기도 하고 사고 당시의 무서움에 목소리가 절로 떨려 나온다. 이야기를 하다가 택시기사가 요구한 현금 보상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남편은 일언지하에 말도 안 되는 소리란다. 이후에 그쪽에서 연락이오면 모든 건 보험회사에서 처리하는 것이라 말하고 대꾸 하지 말란다.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닌 것을 남편은 왜 모르는지 답답하다. 결혼하고 남편과 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부딪힌 부분이 이런 문제들이었다.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그는 교과서에 나온 대로 행하려한다. 이번에도 택시기사가 일 못한 몇 일분이 보험회사에서 정한대로 지급되니 우리가 더 챙겨줄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보아도 그 기사가 2-3일 영업을 못할 것은 사실이고 내 잘못이 많아 고민 고민 하다가 상대편 운전자의 은행통장에 그가 원하는 현금을 입금하였다.

내 딴에는 잘하느라고 택시조합에서 나온 사람에게 병원에 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보증하라하긴 하였지만 그게 어설프기는 한 것 같다. 그런데 남편이 알면 또 난리를 치겠지. 남편은 나의 작은 행동 하나가 이 사회 전체에 나쁜 부조리를 조장하는 것이니 동조하면 안 된 다는 것이다.

뭐가 옳은 일일까? 세상을 사는데 정답은 없다고 하지만 이번 일에 정답은 어떤 것일까? 나중에라도 남편이 알게 되면 또 무슨 잔소리를 듣게 될까? 또 내게 규정 이외의 돈을 달라고 한 택시기사는 어떤 마음일까. 어리숙해 보이는 나에게는 요구할 수 있고, 남편에게는 말할 수 없는 현금 보상 문제에서 기사가 요구하는 당당함은? 무엇일까. 세상을 현명하게 산다는 것은 정말 어떻게 사는 것일까.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며 또 하나를 배울 수 있는 접촉사고 처리 과정이었다.

조동원 수필가

-신춘수필문학상 공모 최우수 수상

-푸른솔문인협회 회원·

-충남도 중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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