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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여름의 추억 - 민간인

함기석의 생각하는 시 13

  • 웹출고시간2016.07.07 17:25:13
  • 최종수정2016.07.07 17:25:13
김종삼의 시는 비극의 세계에서 자아가 겪는 극단적 불화, 그 불화를 야기한 전쟁과 이산(離散)의 슬픔에 뿌리를 두고 있다. 6.25전쟁이 낳은 무수한 죽음들, 실향(失鄕)의 고통, 가난과 병고(病苦), 신(神)의 존재와 종교에 대한 회의가 짙게 깔려 있다. 김종삼은 죽음과 평화의 시학을 통해 디아스포라의 비극적 서정을 펼친 시인이다. 비극적 세계관을 토대로 순수한 음악의 언어를 추구했고 실존주의적 휴머니즘 세계를 탐색한 시인이다. 전쟁의 참혹성을 체험한 시인의 눈에 세계는 병원이고 시체실이고 삶은 그런 병원에서의 혹독한 투병(鬪病)과 같다. 한 마디로 그에게 세계는 구원의 신이 사라진 아우슈비츠(Auschwitz)고 인간은 거기서 죽음을 기다리는 수형자들이다.

김종삼의 시는 크게 3가지 주제를 드러낸다. 첫째는 낙원으로부터의 추방의식과 세계를 떠도는 유랑의식, 둘째는 유배된 자의 고독한 영혼과 죽음의식, 셋째는 인간적 죄의식과 정화(淨化)의 꿈이다. 그의 시 밑바탕에는 자신이 죄인이라는 원죄의식이 깔려 있다. 이는 서구 기독교의 종교적 죄의식이라기보다 자신과 삶이 타락한 이 세계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는 자학적 죄의식에 가깝다.

민간인(民間人)



김종삼(金宗三 1921~1984)

1947년 봄

심야(深夜)

황해도 해주(海州)의 바다

이남과 이북의 경계선 용당포

사공은 조심조심 노를 저어 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孀兒)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水深)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시 쓰기를 통해 자신을 괴롭히는 고통과 죄의식으로부터 벗어나 순결한 아름다움의 세계를 추구하려 한다. 주목되는 것은 비극적 지상에 유배된 존재인 시인이 절대적 존재인 신(God)과 끊임없이 교감하려 할 때 음악이 매개체가 된다는 점이다. 그만큼 그에게 음악은 지상의 존재인 인간을 천상으로 끌어올려주는 안식과 구원의 천사와 같다. 그의 시가 종교적이고 정신적이면서도 음악적 색채감을 짙게 드러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죄 없이 맑고 순수함, 평화로움을 그는 고전 클래식 음악과 아이들 눈과 마음이 깃든 순수예술에서 찾았던 것이다. 음악과 순수예술은 타락한 영혼들이 살인을 자행하는 무자비한 현실과 대비되면서 시인의 폐쇄된 마음과 소외감을 위로해주는 진통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음악과 절대적 순수주의가 현실에서는 결코 실현될 수 없다는데 비극의 심각성이 있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비극적 괴리가 김종삼 시의 침묵을 낳고 슬픈 여백의 미학을 낳는다.

「민간인」은1971년 『현대시학』에 발표된 작품으로 김종삼 특유의 독자적 형식, 단절과 암시, 논리적 유추를 거부하는 비약을 보여준다. 논리적 사유 이전의 절제된 언어, 잔상과 여백의 미학을 토대로 비극적 세계를 그리고 있다. 초기 시를 지배하던 몽상과 관념의 공간은 사라지고 유년의 뼈아픈 기억이 구체화적으로 되살아난다. 김종삼은 황해도 은율 출생인데, 이 시는 1947년 황해도 용당포 근처에서 있었던 비극적 사건을 객관적이고 담담한 어조로 서술한다. 배를 타고 몰래 남(南)으로 내려오던 밤의 긴장된 상황을 그리고 있다. 1947년은 광복 이후였지만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의 극한적 이념대립 때문에 남북이 상호 자유롭게 오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1945년 미국과 소련 간의 포츠담 회의를 통해 설정된 3․8선을 경계로 소련이 진주한 북쪽과 미군이 주둔한 남쪽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이런 대치상황 속에서 북녘 땅에서 어둠을 틈타 몰래 배를 타고 월남하는 일은 목숨을 건 죽음의 밀항이자 위험천만한 탈주였다. 그런 살벌한 감시의 눈초리 속에서 숨을 죽이고 배는 남과 북의 경계지점을 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사공은 조심조심 노를 저어 물살을 헤쳐 나가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아기가 울음을 터트린다. 빨아먹을 젖이 없어 배가 고픈 젖먹이 아이가 그만 울음을 터트린 것이다. 그러자 배에 탄 사람들은 깜작 놀라 당황하고, 어쩔 수 없이 아이의 부모는 울음 우는 아이를 바다에 던진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모두가 사로잡히거나 사살될 위험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의 마지막에 나오는 수심(水深)은 그 젖먹이 아이를 삼킨 바다의 깊이이면서 자신의 아이를 바다에 내던져야만 했던 민간인 부모의 비애의 깊이, 침묵의 깊이이기도 하다. 나아가 그로부터 스무 몇 해가 지났건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남북사이의 갈등, 이념대립, 정치상황 등에 대한 민중의 슬픔의 깊이, 역사의 비극의 깊이이기도 하다.

/함기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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