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화와 현대화가 동시에 진행되던 우리 민족의 특수한 상황을 성찰한 점, 자본주의의 부정적 측면을 신랄하게 비판한 점, 사회주의 사상으로 인민대중을 계몽하려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는 시의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면서도 문학성을 살리기 위해 표현과 구조를 적극적으로 탐구했다. 미적 거리 확보를 위해 비유적 이미지와 상징적 기법들도 다양하게 사용했다. 주관성을 강화시켜 대상과의 거리를 없애려 했고, 대화와 서술적 담화를 사용해 극적 이야기를 제시했다.
그는 일생 동안 100여 편의 시를 남기는데, 1926년부터 1928년까지의 초기 시에는 소년 임화의 다양한 세계관과 방황의 편력이 나타난다. 감상적 허무주의와 생경한 프롤레타리아 사상이 나타나고 다다이즘의 아방가르드 실험도 나타난다. 이 시기 동안 임화가 보여준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미래주의 정신은 당대 우리 시의 감상성을 극복하는 미적 책략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29년에서 1933년까지는 시인이 스스로를 전투적 프롤레타리아트로 생각하던 시기로 민중의 투쟁적 삶을 '네거리의 순이(順伊)', '우리 오빠와 화로(火爐)' 같은 단편서사시로 발현한다. 이후 카프 2차 검거가 이루어진 1934년부터 1939년까지는 고난의 시기로 임화가 가장 왕성하게 시를 발표하던 시기다. 자학적 실존의 고투와 좌절, 역사적 전망의 부재 등 밤의 이미지로 짙게 나타난다.
너 어느 곳에 있느냐 - 임화(林和 1908~1953)
머리가 절반 흰/ 아버지를 생각하여/ 바람 부는 산정에 있느냐/ 가슴이 종이처럼 얇아/ 항상 마음 아프던/ 엄마를 생각하여/ 해 저무는 들길에 섰느냐/ 그렇지 않으면/ 아침마다 손길 잡고 문을 나서던/ 너의 어린 동생과/ 모란꽃 향그럽던/ 우리 고향집과/ 이야기 소리 귀에 쟁쟁한/ 그리운 동무들을 생각하여/ 어느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느냐
사랑하는 나의 아이야/ 벌써 무성하던/ 나뭇잎은 떨어져/ 매운 바람은/ 마른 가지에 울고/ 낯익은 길들은/ 모두 다 눈 속에 묻혀/ 귀 기우리면 어디선가/ 들려오는 얼음장 터지는 소리
아버지는 지금/ 물소리 맑던 락동강에서/ 악독한 원쑤들의 손으로/ 불타고 허물어진/ 숱한 마을과 도시를 지나/ 우리들의 사랑하던/ 서울과 평양을 거쳐/ 절벽으로 첩첩한 한과/ 천리 장강이 여울마다 우는/ 자강도 깊은 산골에 와서/ 어데메에 있는가 모를/ 너를 생각하며/ 이 노래를 부른다
사랑하는 나의 아이야/ ......./ ......
한밤중 어느/ 먼 하늘에 바람이 울어/ 새도록 잦지 않거든/ 머리가 절반 흰 아버지와/ 가슴이 종이처럼 얇아/ 항상 마음 아프던/ 너의 엄마와/ 어린 동생이/ 너를 생각하여/ 잠 못 이루는 줄 알아라
사랑하는 나의 아이야/ 너 지금/ 어느 곳에 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