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7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시·수필과 함께하는 여름의 추억 - 너 어느 곳에 있느냐

함기석의 생각하는 시 32

  • 웹출고시간2017.06.01 17:14:29
  • 최종수정2017.06.01 18:35:49
[충북일보] 임화는 1930년대 전후의 대표적 카프(KAPF) 시인이자 마르크스주의 문학비평가다. 김기진과 함께 카프의 핵심 멤버로 활동하면서 한국문학사의 계급주의 문학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인물이다. 그의 계급주의 문학은 사상적 이데올로기에 치우쳐 예술성을 소홀히 하였다는 부정적 평가와 일제의 식민통치 속에서 태동된 저항문학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공존한다. 특히 신경향파 시의 과격한 폭로와 거친 구호성 문장들을 극복하고 계급주의 사상을 기조로 한 정치적 신념을 감동적 서사로 형상화한다는 점이 높게 평가된다.

식민화와 현대화가 동시에 진행되던 우리 민족의 특수한 상황을 성찰한 점, 자본주의의 부정적 측면을 신랄하게 비판한 점, 사회주의 사상으로 인민대중을 계몽하려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는 시의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면서도 문학성을 살리기 위해 표현과 구조를 적극적으로 탐구했다. 미적 거리 확보를 위해 비유적 이미지와 상징적 기법들도 다양하게 사용했다. 주관성을 강화시켜 대상과의 거리를 없애려 했고, 대화와 서술적 담화를 사용해 극적 이야기를 제시했다.

그는 일생 동안 100여 편의 시를 남기는데, 1926년부터 1928년까지의 초기 시에는 소년 임화의 다양한 세계관과 방황의 편력이 나타난다. 감상적 허무주의와 생경한 프롤레타리아 사상이 나타나고 다다이즘의 아방가르드 실험도 나타난다. 이 시기 동안 임화가 보여준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미래주의 정신은 당대 우리 시의 감상성을 극복하는 미적 책략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29년에서 1933년까지는 시인이 스스로를 전투적 프롤레타리아트로 생각하던 시기로 민중의 투쟁적 삶을 '네거리의 순이(順伊)', '우리 오빠와 화로(火爐)' 같은 단편서사시로 발현한다. 이후 카프 2차 검거가 이루어진 1934년부터 1939년까지는 고난의 시기로 임화가 가장 왕성하게 시를 발표하던 시기다. 자학적 실존의 고투와 좌절, 역사적 전망의 부재 등 밤의 이미지로 짙게 나타난다.

너 어느 곳에 있느냐 - 임화(林和 1908~1953)

아직도/ 이마를 가려/ 귀밑머리를 땋기/ 수줍어 얼굴 붉히던/ 너는 지금 이/ 바람찬 눈보라 속에/ 무엇을 생각하여/ 어느 곳에 있느냐

머리가 절반 흰/ 아버지를 생각하여/ 바람 부는 산정에 있느냐/ 가슴이 종이처럼 얇아/ 항상 마음 아프던/ 엄마를 생각하여/ 해 저무는 들길에 섰느냐/ 그렇지 않으면/ 아침마다 손길 잡고 문을 나서던/ 너의 어린 동생과/ 모란꽃 향그럽던/ 우리 고향집과/ 이야기 소리 귀에 쟁쟁한/ 그리운 동무들을 생각하여/ 어느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느냐

사랑하는 나의 아이야/ 벌써 무성하던/ 나뭇잎은 떨어져/ 매운 바람은/ 마른 가지에 울고/ 낯익은 길들은/ 모두 다 눈 속에 묻혀/ 귀 기우리면 어디선가/ 들려오는 얼음장 터지는 소리

아버지는 지금/ 물소리 맑던 락동강에서/ 악독한 원쑤들의 손으로/ 불타고 허물어진/ 숱한 마을과 도시를 지나/ 우리들의 사랑하던/ 서울과 평양을 거쳐/ 절벽으로 첩첩한 한과/ 천리 장강이 여울마다 우는/ 자강도 깊은 산골에 와서/ 어데메에 있는가 모를/ 너를 생각하며/ 이 노래를 부른다

사랑하는 나의 아이야/ ......./ ......

한밤중 어느/ 먼 하늘에 바람이 울어/ 새도록 잦지 않거든/ 머리가 절반 흰 아버지와/ 가슴이 종이처럼 얇아/ 항상 마음 아프던/ 너의 엄마와/ 어린 동생이/ 너를 생각하여/ 잠 못 이루는 줄 알아라

사랑하는 나의 아이야/ 너 지금/ 어느 곳에 있느냐
이후 해방과 전쟁을 겪으면서 그의 시는 혁명적 낭만주의로 변화된다. '너 어느 곳에 있느냐'는 6·25 전쟁 중 애절하게 딸을 찾는 시인의 절규가 울리는 시다. 낙동강 전선에서 패한 인민군이 북으로 퇴각할 때 임화는 첫 부인과의 사이에 태어난 딸(혜란)을 남쪽에 두고 떠난다. 압록강 중류의 자강도에 머물면서 두고 온 딸을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가슴 저린 아픔이 진솔하게 드러나 있다. 그런데 이 시를 두고 논쟁적 비판이 쏟아진다. 카프 시절부터 정치노선과 문학이념의 차이로 갈등을 겪어왔던 반대파들로부터 심각한 공격을 받는다. 북한군의 전의를 상실하게 해 인민에게 비통함을 안겨주었고 감상적 톤의 목소리가 투쟁적 전의를 상실케 했다는 것이다. 이후 남로당계의 몰락과 함께 임화는 미(美)제국주의의 간첩이라는 죄명으로 1953년 12월에 사형된다.

임화의 문학은 지금도 논쟁적이다. 카프 시절의 아나키즘 논쟁, 대중화 논쟁, 볼셰비키 논쟁, 김기림과의 시론 논쟁, 해방 후의 민족문학 논쟁 등 그는 우리 문학사에서 주요 논쟁의 중심에 서 있었다. 때문에 그의 문학작품 또한 보는 방향과 시각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함기석 시인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