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5.05.07 14:32:23
  • 최종수정2015.05.07 14:32:23
인생이란 만남과 헤어짐이다. 인연을 통하여 수많은 기쁨과 슬픔은 교차하며 유유히 강물처럼 덧없이 흘러가는가 보다. 사람이 태어나 죽는 것은 정한 이치다. 육체란 부딪히면 깨지고 부서지는 질그릇 같은 존재임에 육체로 영원할 수는 없겠지.

자연은 낙엽이 지면 또 새순이 돋아나듯 한세대가 지나면 다시 다음세대가 찾아온다. 육체란 풀의 꽃과 같아 시들면 떨어지게 마련이니 이 한 몸도 언젠가는 소리 없이 사라질 것을 생각하니 서글퍼진다.

내 생애 가장 슬프고 애절한 기억은 친정 엄마를 저 세상에 보내 드릴 때다. 이보다 더 가슴 아픈 순간은 없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잊혀 질 때도 되었건만 엄마라는 두 글자는 언제 들어도 가슴이 찡하다. 시집살이가 가혹했던 어머니는 죽고 싶어도 어린것을 떼놓고 죽을 수가 없다 하시며 철없던 나를 끌어안고 눈물지으시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어린나이에 혹이라도 엄마가 어떻게 될까봐 치마폭을 졸졸 따라다니며 엄마를 지켜야 했던 유년시절을 떠 올려본다. 자식은 내리사랑이라 했던가. 막내로 태어난 나는 엄마에게 기쁨이요 희망이었다. 효도란 무엇인가. 부모가 원하는 삶을 살게 해드리는 것이 곧 효도인데, 사방이 막힌 아파트공간에 모셔놓고 오도 가도 못하시게 했던 어머니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온다. 내 고향산천, 고향 하늘이 보고 싶어 어떻게 견디셨을까.

어머니를 잘 모시고 싶은 아들은 평생을 살아온 정든 집을 헐고 현대식으로 아담하게 집을 지어 드렸다. 그러나 어머니는 새로 지은 집에 정을 붙이지 못하셨다. 시원한 대청마루와 석가래가 둘려진 높은 천정에 익숙하셨고 따끈한 온돌방과 연륜의 정이 묻어있는 옛집을 그리워하고 계셨다. 노인에게 필요한 것은 대궐 같은 집이 아니요, 정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가족이 필요했다. 외로움을 그냥 방치해 두는 것은 부모를 거역하는 마음이 아닐는지. 누군가가 어머니를 모셔가야 할 형편에 이르렀다. 자식 중 어머니가 가장 편하게 느끼는 자식이 모시면 될 것이다. 편한 자식이란 딸자식이 아니던가. 며느리는 의무일 뿐 어찌 보면 평생 손님이라 하겠다. 부모를 생각하는 딸의 마음은 하늘이 정해준 것이 아닐까. 혼자 쓸쓸히 지내시는 어머니 생각에 잠을 못 이뤄 곧바로 집으로 모셔오게 되었다.

한 달 남짓 계시던 중, 딸네 집에 오래 머무시는 것도 흉이 되었던지 어느 날 갑자기 언니가 엄마를 모셔가면서 "너만 좋으면 뭐하니, 네 신랑 체면도 생각하고, 시댁어른들 체면도 생각해야지. 친정 오빠들까지 민망하게 만드는 일이다."라며 엄마를 모시고 가는데 그 섭섭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한 달만 계시다 다시 오마 약속하시고 가시던 어머니는 대퇴골 골절상으로 인해 걷지를 못하셨다. 노인병원에 누워계신 엄마를 보니 나를 따라오고 싶어 하는 눈빛이 가슴을 도려내는 것 같았다. 한 달만이라도 병간호를 하며 어머니를 모시고 싶었으나 출가외인인지라 내 뜻대로 할 수가 없었다.

외지에서 혼자 돌아가실까봐 늘 걱정하였다. 어머니의 임종을 꼭 지켜드리고 싶었다. 돌아가시던 날, 온 가족이 모여 가시는 길을 편안하게 지켜드렸으니 저세상으로 가시는 어머니의 마음도 흡족하셨으리라. 돌이켜보니 엄마는 아들(오빠)의 어머니이셨다. 출가외인이란 바로 이런 것이었다. 딸과 아들의 차이가 이렇게 비교되는 것임을 은근히 깨닫는다.

결혼한 딸자식은 왜 출가외인이란 말인가. 과연 시집간 딸은 남이나 다름없다는 뜻인가. 병든 노모를 모시고 싶어도 딸은 모실 권리가 없었으니 아들로 태어나지 못한 나는 이내 씁쓸한 마음이다. 막내로 태어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막내는 다른 형제보다 부모에 대한 각별한 정 때문에 소리 없는 가슴앓이를 해야 하니 말이다.

오월이 오면 어머니가 그립다. 봄이 오면 꽃은 피고 지고, 푸른빛도 또 다시 볼 수 있으련만 한번 돌아가신 어머니는 영영 뵈올 길이 없다. 카네숀 꽃을 가슴에 달아드릴 때면 생전에 늘 말씀하여주시던 음성이 귓전에 울린다.

"고맙다. 부지런하고 예쁘게 살아야 한다"

연숙희 작가

-충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교실 수료.

-푸른솔문학 신인상

-효동문학상 대상

-푸른솔문인협회 회원. 푸른솔작가회 회원

-저서 : 수필집 '영롱한 진주'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