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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겨울연가 - 배려하는 이름다운 몸짓

  • 웹출고시간2016.01.28 17:56:56
  • 최종수정2016.01.28 17:57:00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도시 주변의 공원 또는 등산로, 해변의 언덕, 어디를 가나 야외 운동 기구가 설치돼 있다. 우리 국민 모두의 건강을 위한 배려에 흐뭇한 마음이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운동기구가 있지만 인기있는 기기는 이용하기가 쉽지 않을 경우도 있다. 오늘도 누워서 들어 올리는 운동기구가 설치된 곳에 다다르니 이미 운동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기다리다 못해 산 정상을 한 바퀴 돌아 왔건만 아직도 자기 전유물인양 독차지 하고 있다. 가까이 가니 그제서 상체를 세우기에 양보할 줄 알았으나 일어설 기미가 없이 딴청이다.

"에잇!" 하고 화가 은근히 치미는 것을 참았다. 그 옆 나무의자에 젊은 여인과 아이가 앉아 있다. 가족이 함께 산에 오른 모양이다. 부인은 그만 가자고 하나 기어이 다시 누워 의도적으로 양보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운동기구가 부서질 정도의 거친 행동을 보인다. 어린 제 아이를 옆에 두고 그 눈에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그가 보이는 무례함은 불쾌감을 자아내게 하였다.

모두가 이용하는 이 공공 시설물을 놓고 주변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나 개의치 않는다. 떠난 자리에 가보면 흘린 땀을 그대로 남기고, 다음 사람이 이용하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망설이다가 그 자리를 떠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키가 작은 어느 할머니가 무심천 운동기구에 올라서서 거꾸로 매어 달리고는 반 회전을 시키려 한다. 그러나 힘이 부쳐 돌아가지를 않는 모습이다. 그 옆에서 허리 돌리기를 하며 차례를 기다리던 할아버지가 이 광경을 보고 다가가 옆에 붙은 회전축을 돌려 붙잡아 주고 있다. 할머니는 거꾸로 매어 달린 채 감사를 표하는 인사말 같기는 한데, 시원하다는 탄성과 함께 나오는 말이라 알아듣기가 힘들지만 기쁨에 찬 목소리이다.

무심천변 야외 운동기구 앞에서의 흐뭇한 풍경이다. 이 운동기구는 발등이 몸무게 전체를 감당해야 하기에 쇠로된 발걸이가 발등에 많은 무리를 준다. 누군가가 수도관 동파를 막는 보온 덮개로 잘 감싸 놓아 이용하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잘 배려를 해놓았다. 그리고 옆의 나뭇가지에는 쓰레기봉투와 빗자루가 걸려 있다. 남보다 일찍 나와 주변을 청소하고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는, 누군가의 거르지 않는 선행에 늘 고마운 인사를 건네고 싶다.

이웃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베풀고 배려하는 한 사람의 몸짓에, 주변이 밝아지고 우리 모두의 마음의 문을 열게 한다.

아침 운동에서 만나는 많은 이웃들. 내가 조금만 옆으로 움직이면 또 한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생긴다. 양보하고 배려하고 베푸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그러나 간혹 지켜지지 않는 공중도덕에 '하지 마시오!' 하는 팻말 앞에서 버젓이 하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 할 때가 있다.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보다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내가 서 있는 발밑을 살피고 주위를 돌아보고 지난날을 떠 올리니 무질서로 초래된 많은 실수들이 생각 난다. 그때마다 후회와 자기반성이 뒤따르지 않았던가.

양보와 배려가 거듭될수록 이웃과의 관계를 더욱 깊고 넓게 만들겠지. 이러한 베풂이야 말로 타인과의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열쇠가 되겠지. 그리고 인간관계를 매끄럽게 이어주는 역할로, 소통으로 교감을 나누며 정이 오가는 이웃이 되지 않을까.

서로를 붙잡아 주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떠나고 내 차례가 돌아와 거꾸로 누워서 창공을 올려다본다. 머리를 비우는 무념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렇게 겨울로 접어드는 계절이면 짝을 이룬 오리 떼가 푸른 하늘을 배경 삼아, 흰 구름 사이로 날아오는 모습이 보인다. 아주 먼 곳. 물 맑고 숲 좋은 곳에서 번식하고 생활하다, 깃털에 스치는 바람으로 돌아올 때라는 걸 감지하고 왔겠지.

날씨가 추워지면 연세가 드신 노인 분들은 출입을 자제하는 계절이다. 찬 바람 속에 쓸쓸히 서 있을 운동기구들. 어서 빨리 따듯한 봄이 돌아와 다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도와주며 환하게 웃는 모습들을 보고 싶다. 비록 운동기구 앞에서 차례가 돌아오기를 한참을 기다릴 지라도….

황인복 수필가

-충북대학교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강

-제3회 효동문학상 대상

-푸른솔문학 신인상 수상

-푸른솔문학 작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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