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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7.09 13:28:41
  • 최종수정2015.07.09 13:28:41

개 미 / 문태준(1970 - )


처음에는 까만 개미가 기어다니는 줄 알았다

생각에 멈춰 있는 줄 알았다

등멱을 하러 앞드린 봉산댁

젖꼭지가 가을끝물 서리맞은 고욤처럼

말랐다

댓돌에 보리이삭을 치며 보리타작을 하

며 겉보리처럼 입이 걸던 여자

해 다 진 술판에서 한 잔 걸치고 숯처럼

까매져서 돌아가던 여자

담장 너머로 나를 키워온 여자

잔뜩 허리를 구부린 봉산댁이 아슬하다

봉산댁의 젖꼭지를 개미와 고욤으로 비유한 점이 기발하다. 젖꼭지의 흔들림을 개미가 기어나니는 움직임으로 보고, 붙어 있는 모습을 골똘히 생각하는 양 이미지화 하고, 말라붙은 젖꼭지를 서리 맞은 고욤으로 객관화하니까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생동감이 난다.

겉보리처럼 걸죽한 입과 숯처럼 까매진 가슴을 가진 봉산댁. 삶이 순탄했으면 나긋나긋한 입을 가졌을 것이나, 삶 자체가 겉보리처럼 꺼칠꺼칠하니 입이 걸었을 것이다. 삶이 순탄했으면 가슴에 기쁨이 가득할 것이나, 그렇지 못하니 산다는 게 매양 가슴을 태우는 일이었으리라.

봉산댁의 에로스적인 생명력과 억척스러운 강임함을 담장 너머로 보아온 소년. 봉산댁의관능을 설레임으로 바라보고 봉산댁의 고된 삶을 신산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성장한 소년. 그 소년이 자라서 성인이 되었지만, 잔뜩 허리 구부린 봉산댁처럼 자신이 아슬하다.

인간은 50세 중년이든 80세 노년이든 누군가에게 자신을 비춰보면 모두 다 이처럼 자신의 현존재가 아슬하다.

/ 권희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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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