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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12.20 17:13:11
  • 최종수정2018.12.20 17:13:11
[충북일보] 거실 벽에 한 장 덩그런 카렌다가 나뭇가지에 걸린 마지막 잎사귀처럼 애잔해 보인다. 거리를 오가는 행인들 발걸음이 총총거리고 한결 분주해 보이는 주말 오후다. 지하철 대합실에는 어느새 크리스마스 추리와 구세군 냄비가 등장을 했다. 일 년 만에 들어보는 딸랑 딸랑 종소리가 아련히 먼 추억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만 같다. 어김없이 또 한 해의 세밑에 와 있는 걸 실감한다. 송년 모임을 알리는 핸드폰 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12월 세밑은 어수선하고 분주하게 흘러가고 있다. 다사다난 했던 무술년 한 해가 서서히 저물어 가는 게 보인다.

2-3개월 동안 연락이 없던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를 받고 보니 번호는 친구 것인데 음성은 다른 사람이었다. 친구 목소리가 아니라서 누구냐고 물으니 경찰관이라고 했다. 이어지는 경찰관 이야기에 대경실색(大驚失色)하고 말았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 맨발로 거리를 방황하는 노인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신분증도 없고 자기 집 주소도 모르며 손에 핸드폰만 쥐고 추위 속에서 헤매고 있던 모양이다. 최근에 통화를 했던 친구의 전화번호가 그의 전화에 저장되어 있어 경찰관이 그 번호로 전화를 한 것 이다.

아 아 !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는 건강이 좋지 않아 2-3개월 동안 모임에도 나오지를 못했었다. 더러 전화를 해 보면 건강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대답뿐이었다. 유난히 자존심이 강하고 고집이 세었던 그는 회원들의 문병이나 지인들 위로도 받아들이지 않았던 사람이다. 영하 10도가 넘는 혹한 속에 맨발로 길거리를 헤매고 있었다면 제정신이 아니었던 게 확실하다. 회식 자리에서는 화제가 그 친구가 치매를 앓고 있다는 결론 이었고, 좌중 분위기는 침통하고 숙연하기까지 했다. 치매나 혈관 질환은 노인들에게는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다.

태초의 농경사회에서 인간의 평균수명은 18세였다는 기록이 있다. 인류문명의 발전과 더불어 인간의 수명도 연장되어 왔다. 이제는 머지않아 인간수명 100세 시대가 도래 한다고 예고하고 있다. 2030년이 되면 인간 평균수명이 130세가 된다고 하는 미래학자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진시황의 불로초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인류가 수명연장을 위해 고심하고 노력해 온 역사는 부지기수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게 무엇일까?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 인간이다. 세상에 태어난 이상 사람은 진실하게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게 신의 계시(啓示)나 성현의 가르침이다. 유한한 인생이기에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만큼 확실한 게 없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수명은 저마다 다르기에 죽는 날만큼 불확실한 것도 없는 게 사실이다. 진정한 삶을 아름답게 마감하는 것도 인간의 도리다. 인간의 삶을 아름답게 마감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수명 100세 시대라지만 누구나, 인생 말년에 이르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한계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스스로의 육신을 관리할 수 없다는 건 비극이다.

인간 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누구나 인생 말년에는 치매 중풍 등 각종 질환에 시달려야만 한다. 농경문화 시대나 대가족 사회에서는 자식을 비롯한 가족들이 부모나 노인을 봉양했다. 산업사회가 되고 인구가 도시로 집중되며 핵가족 제도가 된 후로는 자녀들이 부모나 노인들의 말년 생활을 보호하기 어렵게 되었다. 치매나 중풍 같은 질환에 시달리는 환자가 있는 가정에는 안녕과 평화가 있을 수 없다. 화목과 웃음이 사라진 가정에 평화가 있을 리 없다. 평화가 없는 가정은 인간의 안식처(安息處)가 아니다. 치매 중풍 등 환자보호를 가정이 아닌 국가나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정책 전환은 바람직스러운 것 같다.

인생을 두 번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인생은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의 연속인 것이다. 사람은 노후를 평안하게 살다 가야 한다. 안락한 노후 생활이 인간의 권리일 뿐 아니라, 인도적인 면에서라도 보장되어야 마땅하다. 인간의 오복(五福) 가운데 고종명(考終命)은 바로 죽음의 복이다. 무술년을 보내며 송년회에 참석하지 못하고 인간의 한계 상황에 부딪친 한 친구를 생각하며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

이황연

푸른솔문학 신인상

푸른솔문인협회 회원

농협중앙회 지점장 정년 퇴임

성균관 典人

저서: <인생과 나의 삶>.<강을 건너온 바람(공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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