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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봄의향연 - 하마터면 평생오점(汚點)으로

  • 웹출고시간2016.03.31 14:37:35
  • 최종수정2016.07.07 17:14:18
어제는 뉴스에서 일본 중학생이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생활기록부 에 있는 다른 학생의 부정적인 내용을 담임교사가 잘못 입력을 하는 바람에 고등학교 진학을 거부당했다는 이유이었다. 조그만 실수였다고 할 수 있지만 당사자는 목숨을 끊었다. 학교 측에서는 모든 일본인을 상대로 사제를 구하였다.

이번 뉴스를 접하면서 잊을 수 없는 나의 실수로 벌어졌던 일이 떠올랐다. 교사로 초임발령을 받고 근무를 3년째 하던 해다. 중학교 3학년 과정의 졸업사정을 준비할 때다. 생활기록부에 자세히 성적이 기록되어 있는 매 학년 말의 시험 성적을 합산하고 평균을 내어 그 평균 점수가 일년간의 교과 성적의 산물은, 모든 교과의 성적 합산으로 학급석차, 학년석차를 내게 된다. 지금과는 달리 칠십년 대에는 컴퓨터가 없던 시절이라 주판을 가지고 합산을 하였다. 이 과정에서 오류를 범할 확률이 조금은 있을 수 있다.
내가 담임하는 한 학생이 매월 석차가 항상 1등을 하였는데, 전체 석차를 내었더니 일 년이 지난 학년말에 2등이 되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졸업사정회를 하는 날까지 성적처리를 하는 기간이 매우 짧아 더 이상 검토를 할 겨를도 없이 사정회를 마치었다. 다른 반 학생이 1등이 된 것이다.

종례를 마치고 해당 학생을 불러 조용히 이야기를 하였다. 네가 매월 1등을 해왔는데 어쩐 일인지 학년말 석차가 2등이 되었다고 말해 주었다. 그 학생은 고개를 갸우뚱 하였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표정이었다. 고등학교도 이미 충남에서 가장 훌륭한 학교에 합격이 된 상태이었다.

이대로는 있을 수 없어 일 년 성적산출 자료를 모두 챙기어 집으로 가져왔다. 3월분부터 일일이 다시 대조를 하면서 꼼꼼히 재확인을 하였다. 그 시기에는 성적 기록을 수기(手記)로 하였다. 그러니 교사 마다 숫자를 쓰는 모양이 제각각 이었다. 각 과목별 교사가 적은 점수를 전과목을 합산하는 성적전표라는 용지 한 곳으로 옮겨 적는 일은 담임교사가 했다.

아뿔사! 잘못 옮겨 적었구나. 발견이 되었다.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한문 교사가 적은 9자가 7자와 비슷하여 오기를 한 것이다. 10월말 고사 성적을 합산을 하는 과정에서 한문 교과 점수가 98점을 78점으로 옮겨 적은 것이다. 다행이었다. 정말 다행이야. 그제서 새벽녘에 잠을 잘 수가 있었다.

다음날 출근을 하자마자 어젯밤 한일을 소상히 교장, 교감, 교무주임, 학년주임에게 사실을 이야기 하고 나의 실수에 대하여 용서를 빌고 재사정회를 요청하였다. 어제 사정회는 끝났지만 그 결과는 최종결재를 하지 않은 상태이었다. 모든 선생님들께서 오류를 찾았는데 당연히 수정을 하고 재사정회를 하여야 한다고 동의를 해주었다. 정말 감사하였다. 교장 선생님이 재사정회를 열어 점수 기록 오류 확인을 거쳐 수정을 하게 되었고, 우리 반 학생이 1등을 하게 되었다. 부끄럽지만 마음이 놓이게 되었다.

그날 종례 후 해당 학생을 교무실로 불러 그 동안의 이야기를 소상히 해주었다. 하루 동안이라도 네 마음을 편치 못하게 해주어 미안하다고 하였다. 학생은 오해가 풀렸다는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 이 광경을 본 옆 좌석의 교사도 그 학생에게 말을 건넸다. 너의 담임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너는 영원히 2등이 되고 말았을 터인데, 그래도 선생님이 실수를 인정하고 이렇게 바로 잡을 수 있었으니 다행이라며 거들어 주었다.

며칠이 지났다. 퇴근을 하려고 교문을 나가는데, 그 학생이 학교로 오고 있는 게 아닌가, 학생 아버지는 지게를 지고, 어머니는 머리에 이고, 누나는 손에 들고 넷이서 오지를 않는가? 웬일이셔요! 아버님.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용기에 정말 고맙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선생님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왔습니다."

퇴근을 하던 선생님들과 모든 직원들이 다시 교무실로 모이게 되었고, 떡과 고기, 직접 빗은 동동주 등 푸짐하게 준비한 음식을 나누었다. 교무실에서 오랜만에 화기애애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나는 마음 한 구석에는 미안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교사로서 많은 학생을 대하다 보면 언어의 실수나, 학생생활기록부에 오기를 할 수가 있다. 그런 실수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만약 실수가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

나는 항상 학생들에게 착하고 성실하게 성장을 해야 한다며 '실수를 인정하는 사람이 가장 용기 있는 사람이고, 그런 사람이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 며 입에 다린 교훈(敎訓)으로 삼았다.

△이기원 수필가

-충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교실

-8회 도민백일 운문부문 차상 수상

-2015년 황조근조훈장 수상

-중고등학교장 정년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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