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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4.07 15:53:21
  • 최종수정2016.07.07 17:14:50
많은 돈을 벌지는 않지만 그래도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며 산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니 하루하루가 즐거울 때가 더 많다. 하지만 중년을 넘어서고 보니 봄에는 특히 피곤함이 자주 몰려온다. 아침에 늦잠 좀 실컷 자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에는 남편이 새벽부터 일어나서 밥 타령이다.

억지로 일어나 주방으로 가서 무를 채로 썰어서 들기름에 들들 볶다 쌀뜨물을 넣고 끓이다가 소금을 한 줌 넣었다. 잠결인지 조금은 얄미운 심정이 발동을 했는지…. 옛다 모르겠다. 밥상을 차렸다.

"으엑 퇘퇘, 이 마누라가 미쳤나? 이걸 먹으라고? 해주기 싫으면 그만둬~" 하며 출근하는 남편은 화를 참다못해 문을 박차고 나가며 "맛도 멋도 모르는 여자" 내 뒤퉁수에 다 대고 기어코 한마디 더 내뱉고 나간다. 내가 너무했나! 금방 후회 할 일을 하고 말았다. 어차피 밥을 할 것인데 오늘따라 이런 심보가 터졌는지 나도 모르겠다.

친구들이 간혹 전화를 하면 "너의 시어님인 줄 알았다" 하였다. 언젠가 평생교육원의 수강과목에 총무를 맡는 바람에 강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화 받는 내 목소리를 듣고는 하는 말이 "전화 받는데 노인네가 받는 줄 알았다"며 이쁜 목소리로 고치란다. 나는 꾸밀 줄도 모르고 생긴 대로 살아 온 여자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변했다.

내가 가르치는 할머니중 강원도 골짜기에서 살던 분이 계셨다. "난 바보가 되었어요. 기억이 나지 않아요." 머리를 콕콕 때리며 답답함을 표현하셨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 마을에서 봉사활동 가서 발을 헛디뎌 넘어졌는데 머리를 다쳤다. 집에 와서 이틀 동안이나 한 끼도 안 먹고 잠자고 일어났는데 배가 고프지 않더란다. 딸에게 전화하니 빨리 청주로 오시라고 해서, 한방병원에서 사진을 찍어보니 뇌 속에 피가 굳어서 기억력이 소멸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당시 바로 병원을 갔더라면 괜찮았을 것인데, 통증을 참고 버티다가 병을 키웠다며 길게 한숨을 내쉰다. 그나마 기억을 붙들려는 일념으로 복지관 문을 두드렸고 나 하고의 인연이 되었다. 조용한 성품에 순박한 성격이라 다른 사람보다 더 신경이 갔다. 그런 마음이 통했을까! 그분역시 나를 선생님 대접에 극진했다. 그런 도중에 몸이 쇠약해져 병원에 입원을 하고 말았다.
병문안 간 날 내 손을 잡고 '선생님 내가 강원도 살 때 이웃집에서 소금 두포를 빌리고 깜빡 잊고 있었는데 이제서 기억이 났어요. 죽기 전에 갚아야지요.?' 하신다. 병실에 누워서 하얀 벽을 바라보다 갑자기 소금 두포가 생각이 나더란다. 송금해 주어도 된다고 자식들이 말렸지만 부득부득 우겨서 사위 차를 타고, 강원도 고향 마을에 가서 직접 주고 왔다면서 환히 웃던 소금 같은 할머니였다.

소금은 귀하면서도 별로 귀한 대접을 못 받는 물질이다. 소금이 없으면 아무 음식도 못 하지만 별로 아끼거나 대단하게 여기지 않았다. 심술 맞거나 짠돌이에게나 부쳐주는 하찮은 소금이다. 요즈음은 짜게 먹지 말라며 소금제한도 한몫을 한다.

이 세상 소금 같은 사람이 되라고 하신 선생님들의 좋은 교훈을 알고 있지만 정작 소금의 진가는 모르고 살아간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듯이 소금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다. 소금이 없으면 아무 맛도 느낄 수 없는 음식처럼 나는 누구에게나 소금이 되지 못했다. 부모님이 없는 삶을 살다보니 소금보다 더 짠순이가 되었다. 늘 뒤쪽에 서서 간이 덜된 풋 배추처럼 것 돌면서 쉽게 익어들지 못했었다. 아무리 가난하다고 해도 마음 놓고 푹푹 간을 할소금이 없었겠는가! 손이 덜 갔었던 같다.

저녁을 한다. 아침에 소금국을 끓여준 것이 미안해서가 아니라 적당히 소금 끼 있는 봄나물을 무친다. 얼갈이도 푹 숨죽이지 않고 간을 맞춘다. 나는 소금 같은 사람은 아직 되진 못 하겠지만 서서히 간을 맞추어가며 이 세상을 살고 싶다.

나를 소금 같은 여자라고 불려주기보다 소금을 허망하게 쓰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심술도 부리지 않고 소금 적절법을 알아 가면서 오늘 아침에 먹지 못하고 버린 무국 보다 심심한 시래기 된장국을 끓여야겠다. 퇴근해 돌아올 시간이 아직도 멀었는데 기다려진다. 남편의 미소를 떠올려 본다. 오늘 저녁상일랑 멋진 솜씨를 발휘해 봐야지.

△박미월 수필가

-충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충북대수필문학상우수상

-푸른솔문인협회 회원

-노인복지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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