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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10.12 17:38:32
  • 최종수정2017.10.12 17:38:32
나는 오래 전부터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작지만 편안한 쉼터 같은 책방을 해보는 것이다. 대형서점이 동네 서점을 사라지게 만들고 인터넷으로 책을 사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지만, 나는 사랑방처럼 따뜻함이 있는 책방을 하고 싶다. 그동안 살면서 열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로 바라는 것이 많았지만 이제는 욕심을 덜어 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꿔오던 책방을 현실로 이루고 싶은 마음이다. 그 것은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

내가 꿈꾸는 책방은 시내와 조금 떨어진 변두리에 있어도 괜찮다. 지대가 살짝 높아서 전망이 트인 곳으로 밤마다 야경을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해도 상관은 없다. 작더라도 마당은 꼭 있어야겠다. 집은 단층으로 꾸밈없이 수수 하게 지어서 마당에 매화 몇 그루와 감나무 한두 그루는 심고 싶다. 계절별로 피는 화려하지 않은 야생화가 눈 맞춤 할 만큼은 있으면 좋겠다. 추위 속에 핀 매화를 보면 책방에 오는 손님들의 마음도 선해지고 생기가 넘칠 것만 같다. 감나무는 봄날의 반질반질한 연초록 잎부터 시작하여 사계절의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의 감정을 풍요롭게 하리라 생각 한다.

책방의 넓이는 30-40평이면 족하다. 서쪽으로는 테라스를 넓게 만들고, 한낮의 뜨거운 해를 가려줄 진회색 어닝(두꺼운 천으로 된 차양)을 설치 할 생각이다. 테라스에서 자유롭게 차 한 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도록 준비해 두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다. 석양의 노을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책방을 찾는 사람들이 볼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을 것 같다.

요즘 작가들의 책은 물론이지만 예전 작가들의 책도 많이 볼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젊은 엄마들이 볼 수 있는 육아 책이나 인테리어 책, 요리책도 시대에 맞게 갖추어 놓고, 여행 작가들의 책도 골고루 있어야 하겠다. 인문이나 철학책이 없으면 섭섭하다. 하지만 참고서나 문제집 또는 사람이 잘 살려면 어떻게 요령을 부려야 되는지를 가르치는 책은 사절 하고 싶다. 지역 작가들의 책은 잘 보이는 자리에 놓고 귀한 대접을 하고 싶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내 동네 작가들과 만나기도 하고 그들의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좀 더 욕심을 부려서 책방 옆으로 스물다섯 평쯤 갤러리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부끄럽지만, 갤러리에서 해 보고 싶은 것이 있다. 몇 해 동안 하는 일 없이 그림 공부 하는 남편의 걸음마 수준인 그림도 가끔은 걸어 두고 용기를 주고 싶다.

또 첼로를 전공했지만 형편이 어려울 때라서 독주회나 협연은 언감생심(焉敢生心) 이었던 우리 딸내미. 악기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 딸의 첼로연주도 간간히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갤러리 한쪽 벽면에는 대형스크린을 매립으로 설치하여 평소에는 빈 벽으로 활용 하다가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고전 영화 한편씩 볼 수 있으면 그 또한 좋다. 갤러리의 북쪽 코너에는 꼭 벽난로를 놓을 것이다. 눈 내리는 저녁 책방을 찾아와준 손님이 있다면 난로 가에 둘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포도주 한잔쯤은 함께 해도 좋으리라.

책방이 편안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다가 미안해하는 손님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주인 보기 미안해서 책을 한두 권 사가는 마음 여린 손님들이 와 준다면 그 것으로 족하다. 손님이 많으면 좋고 많지 않아도 걱정 하고 싶지 않다. 자식들은 다 어른이고 우리 부부 낭비 하지 않으면 그럭저럭 사는데 크게 지장은 없을 것 같다.

나는 책방 이름도 한두 개 준비 해둔 것이 있다. 그중 하나가 '다홍치마 책방' 이다. 이유도 없이 '다홍치마'가 좋아서 짓고 싶은 이름이다. 그야말로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책방을 수도 없이 짓고 또 허물기도 한다. 허물어도 손해볼일 없는 책방이다. 한나절이면 근사한 책방이 머릿속에서 새롭게 완성될 수 있으므로. 이런 생각들로 어느 날은 온종일 마음이 흐뭇하고 즐겁다. 꿈을 이루는 날까지 행복한 나의 상상은 계속 될 것 같다.

이성숙 수필가

충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강

5회 효동문학상 우수상 수상

푸른솔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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