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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6.23 15:50:31
  • 최종수정2016.06.23 15:50:31
[충북일보] 요즈음 매스컴을 통해 지도층이나 공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이혼 이야기가 흥밋거리처럼 퍼진다. 때로는 일반인들에게 부추기는 경향도 없지 않다. 이혼율이 사회적으로 증가를 하는 뉴스를 보면 공연히 마음이 답답하다.
이들의 이혼 사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싹터 결혼을 해 살다가 성격 차이로, 또는 신체적으로 장애를 입었다는 이유로 이혼을 하는 말을 들으면 너무 이기적이란 생각이 든다. 배려하고 감싸주는 인(仁 )으로부터 나오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없구나 하는 마음이다. 사랑하는 마음은 어디로 순식간에 사라지고 지나치게 물질 위주의 삶만을 내세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는 그래도 이해가 된다.

오늘은 TV화면을 통해 황새 한 쌍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크로아티아라는 어느 작은 시골 마을에서 전해오는 홍부리 황새의 순애보이었다. 아내를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고 혼자서 쓸쓸히 살아가는 한 노인의 집 지붕에 황새가 둥지를 지었다. 5년 전 여기서 짝이 되어 둥지를 틀어 알을 낳아 부화시켜 새끼를 기르던 중, 사냥꾼이 쏜 총에 맞아 암컷의 날개가장애를 입어 날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홍부리 황새는 철새인지라 계절이 바뀌면 삼만리가 넘는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가야 하는 것이었다. 이를 어찌할 것인가· 하는 수 없이 수컷은 새끼들만 데리고 날아가 버렸단다. 노인은 마음속으로 비정함을 한탄했겠지. 사냥꾼을 미워도 했겠지. 이후로 노인은 그 암컷 홍부리 황새를 불쌍히 여겨 집안으로 데려와, 몸이 많이 아팠던 아내를 돌보듯 지극 정성으로 먹이를 주며 보살폈단다.

이듬해 황새가 돌아오는 시기가 되었을 때, 뜻밖에 수컷이 자기의 짝인 장애 암컷을 찾아왔단다. 어떻게 찾아 왔을까? 자기의 짝을 찾아온 것이 신기하게만 느껴진다. 그 노인은 너무나 반가워 암컷 황새를 얼른 둥지에 넣어 주었단다. 다시 만났을 때는 서로는 보고 싶었다는 말을 어떻게 표현을 했을까?

헤어질 때 눈물이 아닌 반가움에 흘리는 눈물과 웃음이 함께 했을 것이다. 올해도 새끼를 낳아 잘 기르자는 약속으로, 서로 부리를 부비고 날개를 펴 온 몸을 포옹했을 것이다. 가슴이 얼마나 따듯했을까? 사람의 감정보다 더 폭은 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수컷은 평소에 하던 대로 둥지를 잘 꾸미고 짝짓기를 했단다. 언제나 그랬듯이 수컷은 암컷의 몫까지 열심히 새끼들의 먹이를 주며 애지중지 키워 나는 방법을 가르쳐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또다시 남쪽으로 새끼들만 데리고 날아갔단다.

헤어지며 무어라 속삭였을까?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이별의 대화를 얼마나 했을까? 날지 못하는 암컷에게 사람이나 다름없는 위로의 표현으로 주고 떠났을 것이다. 어쩔 수없는 이별을 하면서 눈물은 또 얼마나 많이 흘렸을까? 홀로 사는 노인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컸을까?

올해도 어김없이 순애보는 4년째 이어지고 있단다. 사랑은 거리가 멀다는 장벽도 어떠한 어려움도 무너뜨린다는 우리 인간들에게 교훈을 주고 있는 것 같다. 금년에도 찾아와 둥지를 다시 고치고 짝짓기를 하는 장면이 화면에 비친 것이다. 안타깝게도 수컷이 세월의 흐름에 어쩔 수 없는지 많이 쇠약해져 보인다는 말을 노인은 전한다. 순애보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안타깝다.

황새의 애절한 사연을 보면서 한동안 가슴이 멍멍 해졌다. 나는 한순간 나쁜 생각을 가졌던 때가 있었다. 사소한 의견 다툼으로 인해 갈라서자고 했었다. 긴 기간 동안 냉각 기류가 집안을 싸늘하게 만들었다. 참으로 괴로운 날들이었다. 서로는 반성하며 상대를 위해 배려하고 이해하는 쪽으로 기우러져 가는 생각으로 차츰 바뀌어 갔다.

자식을 위해 고생하는 아내를 사랑하고 보듬어 주어야지 하는 자세로 움직인 것이다. 그 이후로는 삼십 여년을 무탈하게 지내왔다. 아내의 의견을 따라주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상 아내와 함께한다.

부부 싸움이란, 칼로 물 베기라 하지 않던가. 부부의 정은 얼마나 깊고 얕은가를 따질 필요가 없다. 화목하면 자연히 웃음꽃이 피게 마련이다.

홍부리 황새만큼의 사랑은 베풀지 못해도 그렇게 흉내는 내려고 노력한다. 홍부리 황새여!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때까지 부부의 정 지속되기를 기원하련다.

이기원

충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수강

8회 도민백일 운문부문 차상 수상

-학생체험활동 인솔교사 안전연수 강사

-2015년 황조근조훈장 수상

-중고등학교장 정년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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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