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겨울이 완전히 물러난 것은 아니지만 봄기운이 남녘부터 서서히 북상하고 있다. 지리산 품에 살포시 안긴 전남 구례도 우리나라에서 봄소식이 가장 먼저 전해지는 지역중 하나다. 봄내음 물씬한 구례시가지를 벗어나 경남 남해쪽으로 방향을 틀면 경상도와 전라도의 접경지 화개장터 못미쳐 토지면이라는 곳이 있다. 이 곳에는 운조루(雲鳥樓)라는 고즈넉한 고택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 영조때 낙안군수 유이주 공이 지었다하며 고택의 이름은 중국 동진시대 도연명 시인의 '귀거래사'에서 따왔다고 한다. 풀이하자면 '구름위를 나는 새가 사는 집'이라는 멋스럽고 시적인 운치를 담고있다. 그래서인지 지리산과 수백년을 정겹게 이어온 고택은 한 폭의 진경산수화를 연상시킬 만큼 몽환적이다. 운조루는 얘깃거리도 많은 고택이다. 풍수지리적으로 운조루는 명당에 속한다고 한다. 금환낙지(金環落地), 하늘에서 옥녀가 금가락지를 떨어뜨리는 형상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길지(佶地)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운조루의 유명세는 풍수지리적인 측면에 그치지 않는다. 운조류의 진가는 고택내 쌀뒤주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조루 뒤주가 유명한 것은 뒤주의 설치 목적에서 알 수 있다. 운조루 뒤주의 덮개
[충북일보] 청주의 진산(眞山)인 우암산과 그 앞을 흐르는 무심천은 두말할 것 없이 청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지만 두 지명은 청주시내 많은 학교의 교가에 단골로 등장한다. 우스갯 소리로 두 지명이 들어가지 않은 교가는 교가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두 지명이 청주와 이 지역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강렬하고 절대적이다. 외지 사람들도 청주하면 우암산과 무심천을 떠올릴 정도로 청주의 대표적인 장소임에 분명하다. 이렇게 오랜 세월 청주 사람들의 뇌리속에 각인된 두 지명은 자연스럽게 청주를 알리는 홍보의 대명사로 사랑을 받아왔다. 자치단체에서 만든 각종 홍보물은 물론 방송사의 각종 프로그램 뒷배경으로도 두 장소는 빠지지 않는다. '청주=우암산·무심천'이라는 등식이 오랜세월 불문율이 됐다. 이처럼 청주사람 입장에서는 두 지명이 청주를 이어주는 탯줄과도 같은 역할을 하지만 과연 외지 사람들 눈에는 어떻게 비춰질까. 얼마전 만난 외지 출신의 한 지인은 "청주사람들은 우암산과 무심천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향수를 느낄지 모르지만 외지인 눈에는 그저 그런 산이고 하천일 뿐"이라며 "대외적으로 청주를 알리는 랜드마크로는 조금 미흡한…
[충북일보] 얼마전 개인적인 일로 청주공항을 찾았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공항이 활기를 되찾았다는 소식은 접했지만 직접 눈으로 본 청주공항은 기대 이상이었다. 공항이용객이 많다는 것은 주차장에서 가장 먼저 확인됐다. 주차를 위해 드넓은 주차장을 10여분 이상 헤매다 어렵사리 공항 청사와 멀리 떨어진 곳에 간신히 주차할 수 있었다. 한바탕 주차전쟁을 치르고 난 후 들어간 여객청사도 과거의 청사풍경이 아니었다. 먼저 국제선 탑승 구역. 도쿄 나리타, 후코오카, 오사카 간사이, 다낭, 타이베이 등 일본·동남아 노선이 빼곡하다. 항공기 운항스케줄을 알리는 스코롤 전광판이 현란(?)스러울 정도였다. 국내선 운행스케줄표는 국제선 보다 더 촘촘하고 빼곡하다. 매 시간마다 항공사별로 여러대가 편성돼 있다. 코로나 펜데믹 기간과 그 이전 공항이 활성화되기전 드문 드문 비행기가 뜨던 청주공항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청주공항은 달라졌다. 격세지감이라는 말 이외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이같은 청주공항의 괄목상대한 변화는 이용객 수에도 드러난다. 지난해 이용객이 1997년 개항 이후 최다인 369만명을 기록했다. 국내선이 317만명, 국제선이 52만명이다. 이전 최
[충북일보] 2024년 갑진년(甲辰年) 용의 해가 시작된지 벌써 여러 날이 지났다. 신년벽두가 되면 누구나 지난 1년을 돌이켜 보고 새해 설계를 한다. 해는 바뀌었지만한 그동안 잘살아 왔는지, 아쉬움은 없는지, 가족들은 무탈했는지, 남한테는 폐를 끼치지 않았는지 두루두루 반추해 보면서 자신의 인생 대차대조표를 구성해 본다. 그러다보면 늘 상 느끼는 것이지만 생각한대로 술술 풀리지 않고,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살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오죽하면 인생살이 앞에 '팍팍한' 이라는 수식어가 관용적으로 따라 붙을까. 이런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의 단초가 자신의 문제일 수 도 있고, 또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주변의 여건 때문일 수도 있다. 여하튼 돌아온 1년을 되돌아 보면서 그래도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애써운 스스로를 토닥이며 올 한해도 열심히 살아보자는 마음을 다짐하는 것이 일반적인 신년 풍경이다. 하지만 이런 각오를 새롭게 다지면서도 구체적인 삶의 이정표를 세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지 총론은 있되 각론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가령 수험생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상급학교 진학을, 몸이 아픈 사람은 건강회복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지만 대부분의…
[충북일보]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다. 입은 옷이 좋으면 사람이 달라 보인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입는 사람에게 맞지 않으면 허당이다. 요즘 말로 '핏'이 좋아야 한다. 입는 사람에게 딱 맞아야 정말로 좋은 옷이다. 크거나 작으면 볼품도 없거니와 옷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도시규모에 맞는 행정체계를 갖춰야만 행정서비스가 제대로 돌아간다. 인구나 면적에 걸맞지 않게 행정조직이 작으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행정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주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것이 광역지방자치단체와 기초지방자치단체 중간 형태인 특례시(特例市)다. 지난 2020년 12월 9일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에 '특례시' 명칭을 부여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수원·고양·용인·창원 등 인구100만 명 이상 대도시가 2022년 1월 13일부터 특례시로 출범했다. 특례시는 기존 광역시와 달리 인구가 많은 기초지자체에 부여하는 명칭으로, 기초지자체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시급 위상에 걸맞은 행정·재정 자치 권한을 확보하고 일반 시와 차별화되는 법
[충북일보] 터널(tunnel)은 산이나 강, 바다 밑을 굴착해 만든 도로나 철도의 통로를 말한다. 자연적으로 생긴 동굴과는 다른 개념이다. 터널은 서로 떨어진 지역을 하나로 이어주고, 물류비용을 절감시키는 등 교통분야에서는 가히 혁명적인 토목구조물이다. 일정 부분 환경파괴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이런 순기능적인 요인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터널은 숱하게 만들어졌다. 철도 영동선 동백산~도계간 솔안터널은 16.7km나 되고, 고속도로 중에는 인제양양터널이 10.96km에 달할 정도로 토목기술의 발달로 터널길이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용도 폐기되는 터널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도로나 철도가 폐지되면서 더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터널들이 전국에 산재하게 된 것이다. 용도폐지된 터널이 잇따라 생기면서 처음에는 처리 방안을 놓고 관리주체가 많은 고심을 했다. 터널의 특성상 자칫 부정적인 공간으로 사용되지 않을까 우려가 컷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전국의 상당수 폐지된 터널들이 관광자원으로 탈바꿈해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있다. 어떤 터널은 와인저장고로, 어떤 터널은 환상적인 조명을 갖춘 체험공간으로, 어떤 터널
[충북일보] 얼마전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발언이 외신을 타고 화제가 됐다. 중국이 출생률 급감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시 주석은 전국의 여성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여성의 가정 복귀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우리는 결혼과 육아와 관련해 새로운 문화를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사랑과 결혼, 출산, 가족에 대한 젊은이들의 시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었지만 분명한 것은 최근 세계 1위 인구 자리를 인도에 내준 중국도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대국이라고 자처하는 중국이 인구감소를 걱정한다니 정말로 아이러니하다. 중국이 이럴진대 우리나라는 말해 무엇하랴.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인구지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의 상당수 지역이 인구 감소로 소멸단계에 접어든 비상상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위기의 심각성을 알고 출산율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효과는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청주는 당장 지역소멸을 걱정할 만큼 상황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거시적인 차원에서 차근차근 대비를 하지 않으면 언제 어떤 국면에 직면할 지 모른다.
[충북일보] 괴산군 연풍면은 괴산군 동쪽 끄트머리에 자리하고 있다. 지금이야 괴산읍에서 4차선 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20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지만 그전에는 굽이굽이 2차선 도로를 따라 40분이상 족히 가야하는 괴산의 오지다. 북쪽으로는 충주시 수안보면, 동남쪽으로 백두대간 이화령을 경계로 경북 문경과 맞닿아 있다. 한반도를 동서로 가르는 소백산맥 줄기를 끼고 있는 만큼 첩첩산중이다. 때문에 연풍을 통과하는 소백준령에는 이름난 명산이 많다. 희양산, 구왕봉, 조령산, 악휘봉, 마분봉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빼어난 산세를 자랑하는 산이 즐비하다. 그래서 '산꾼'들에게는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거대한 암봉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이 곳의 산은 우리나라 대표적 암릉미를 자랑하는 설악능선에 버금갈 정도로 압권이다. 특히 이들 산군(山群)들의 중심인 주진리 은티마을은 예쁜 이름만큼이나 사시사철 산객(山客)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조금 비약하자면 알프스의 체르마트 같은 곳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던가. 높은 산과 깊은 골은 연풍 곳곳에 많은 비경을 빚어 놓았다. 이런 연풍의 비경을 오래전에 알아차린 유명인도 있다. 학자이자 정치인으로 한 시대를…
[충북일보] 세계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인 월트 디즈니 월드는 올해로 개장 50년이 훌쩍 넘었다. 1971년 10월 개장했으니까 정확히 52년이 됐다. 월트디즈니월드는 미국 플로리다 올랜드에 자리하고 있다. '매직 킹덤', '엡콧', '디즈니 할리우드 스튜디오', '디즈니 애니멀 킹덤'등 모두 4곳의 하위테마파크와 '디즈니 타이푼 라군', '디즈니 블리자드 비치' 등 2곳의 워터파크, 복합 엔터테인먼트 센터 '디즈니 스프링스'로 구성된 거대한 리조트다. 월트 디즈니 월드의 명성은 규모와 방문객수로 확인 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4개 테마파크중 하나인 매직킹덤의 방문객 수가 무려 1천260만명이 넘었다. 같은해 우리나라 최대 테마파크의 방문객이 370만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방문객이 찾는 곳인지 알 수 있다. 월트 디즈니월드의 총면적은 101km²에 달한다. 이 가운데 10분1인 약 10km²(약 300만평) 정도가 현재 사용 중이라고 한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넓이다. 여기에는 여러 테마파크와 워터파크, 리조트 , 상점이 즐비하다.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까지 꿈과 환상의 세계를 접할 수 있는 이 곳은 세계적인 '핫 플' 이 된 지 오
[충북일보] 지난 2일은 '노인의 날'이었다. 정부가 정한 법정 기념일로 원래는 국제연합이 1991년 10월 1일 지정한 '국제 노인의날'에 맞춰 노인의날을 제정할 계획이었으나 국군의날과 겹쳐서하루 늦춰 10월 2일로 변경했다고 한다. 노인의날이 포함된 10월은 그래서 경로의달이기도 하다. 노인의날 제정취지는 누구나 알 듯 미풍양속인 경로효친사상을 고취시키고 노인분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노인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고민하자는 뜻도 있다. 이날 정부는 건강한 100세를 맞이한 전국의 2천623명에게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장수지팡이 '청려장'을 전달했다. '청려장'은 명아주로 만든 가볍고 단단한 지팡이로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70세, 80세가 넘은 노인들에게 나라와 임금의 이름으로 하사하며 장수를 축하하는 일종의 '세러머니'였다. 분명 장수는 축하해야 할 경사이고, 축하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오래사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삶의 질이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삶의 질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오래 산다는 것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때문에 단순한 장수의 의미보다는 건강하고 행복이 전제된 장수가 진정한…
[충북일보]속담에 '저승길이 대문밖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집을 나서면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험악한 세상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조금은 섬뜩한 말이지만 이 말의 의미가 요즘처럼 마음에 와닿은 적도 없는 것 같다. 혹자는 요즘 세상은 대문밖 뿐만아니라 집안에서도 마음 놓을 수 없는 처지라고 할 수 도 있지만 어쨌튼 평범한 소시민이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이 생명을 위협받는 위험한 공간이 됐다. 지난 7월 발생한 오송 궁평지하차도 참사, 서울과 성남(분당) 등 대도심 한복판에서 잇따라 발생한 묻지마 칼부림, 서울 신림동 출근길 여교사 성폭행, 대전 고등학교 교사 교내 피습 등 일일이 열거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하루가 멀다하고 충격적인 사고·사고가 터졌다.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사건·사고가 발생한 곳 대부분이 늘 다니는 일상의 공간이라는 점이다. 바위가 당장 굴러 떨어지고, 독성이 강한 화학약품이 근처에 있고, 다리가 떠내려가는 엄청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 아니다. 최근 이러한 충격적인 사건·사고가 잇따르자 어느 여성은 검은 옷에 야구모자를 깊게 눌러쓴 사람만 보아도 심장이 벌렁벌렁 거린다며 두려움을 토로했고, 언론에는 자기보호 차원에서 호
[충북일보] 가톨릭 교회의 성직자 지배구조에서 비롯된 하이어라키(Hierarchy)는 주로 피라미드형의 계단적 조직구조를 일컫는 용어다.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에서 '성스럽다'는 의미와 '지배한다'는 뜻이 합쳐진 말에서 유래했다. 현대적인 의미로 재해석한다면 조직이나 집단 내에서 계층적인 구조를 말한다. 관리자부터 말단 사원까지 직급에 따라 직무범위가 다르고 업무지시권한이 상부에게 있는 것, 그런 구조가 바로 하이어라키다. 이런 계층적 구조가 제대로 돌아기 위해서는 각자 직급에 따라 맡은바 책임을 다해야 한다. 사원은 사원으로서, 관리자는 관리자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할 때 그 조직은 제대로 움직이고, 조직이 바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학교와 일반적인 사회조직을 같은 선상에서 놓고 단순 비교할 수 없지만 학교도 교장→교감→교사로 이어지는 수직적인 지휘체계를 갖춘 조직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계층적 구조의 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계층적 구조가 학교사회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 교육계는 물론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교사들의 잇단 극단선택을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서울 서이초 교사에 이어 대전의 한 초등
[충북일보] 얼마전 평교사로 35년여간 교단에 몸담았다 퇴임한 지인 A 씨를 만났다. 소회를 물었더니 그는 천직으로 여기고 살아온 교단을 별 탈없이 마칠 수 있었던 것에 무한한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다. 모두가 주변 분들의 도움과 배려 때문이었다며 마음에 빚을 진 느낌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뒷말은 반전이었다. 그는 아버지로서 두 딸의 장래가 걱정된다고 했다. 수년전 1년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큰 딸은 초등학교 교사로, 작은 딸은 유치원 교사로 임용돼 주위로부터 엄청난 부러움을 샀다. 그는 두 딸이 교직에 몸담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뻤다.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미래세대를 교육하는 선생님이야 말로 돈을 떠나 다른 직업과는 비교할 수 없는 보람과 긍지의 표상으로 생각했고, 진심으로 두 딸의 교사 임용을 감사하고 응원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희망은 최근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교육자라는 소명의식을 갖고 교단에 뛰어든 교사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상황이 이 지경이 됐는데도 교육 당국과 우리 사회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한편으로는 교사 선배로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딸을 둔 아버지 입장에서 억장이 무너졌다. 그는 30
[충북일보]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14번째인 처서(處暑)다. 말그대로 더위가 그친다는 절기다. 아직도 한낮에는 30도를 넘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아침 저녁 코 끝을 스치는 바람에는 가을내음이 실려있는 듯하다. 예부터 우리 주변에는 처서에 관한 얘기가 많이 전해져 온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말도 있고, '처서에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속담도 있다. 그만큼 처서를 기점으로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로 바뀐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 많다. 계절의 변화는 우리 일상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사람들의 생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나간 여름보다는 다가올 가을을 대비하는데 마음이 달려간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올 여름의 끝자락에서는 그런 마음이 선뜻 들지 않는다. 왜일까. 아마도 그건 쉽게 잊혀지지 않는 2023년 여름의 강력한 잔상 때문이 아닐까. 우린 이번 여름 지금까지 겪어보지 않은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역대급 극한호우로 인한 전국적인 비피해,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역대급 폭염, 서울과 분당에서의 잇단 묻지마 칼부림, 서울 서이초 여교사의 극단선택, 우여곡절 끝에…
[충북일보] 내년 4월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거구 획정(劃定)이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선거구 획정이란 선거구를 나눠 대표자를 선출하는 기본단위를 정하는 것을 말한다. 획정 결과에 따라 특정 정당에게 유불리(有不利)를 좌우할 정도로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물론 유권자들도 관심이 높다. 관련법인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국회의원선거일전 1년까지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도록 돼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지난 4월10일까지 국회의원 지역구를 확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규정은 사문화되다시피 했다. 선거가 8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구 획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정치권이 민감한 선거구 조정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쉽사리 결론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행 선거구 획정은 하한 인구와 상한 인구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표면적인 이유는 표의 등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하한인구수는 13만5천521명이고, 상한인구수는 27만1천42명이다.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내년 총선에서 조정이 필요한 선거구는 전국적으로 30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상한 인구수
[충북일보] 지금까지 청주는 비교적 재난재해가 심하지 않은 지역으로 알려져 왔다. 몇 년에 한번씩 큰 비가 오면 무심천 주변 저지대와 농경지를 중심으로 침수피해가 발생하곤 하였으나 해안가나 산악지형이 많은 지역보다는 피해가 덜했다. 하지만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400㎜가 넘는 역대급 폭우가 쏟아지면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대재앙이 터졌다. 미호강 제방둑이 유실되면서 인근 오송 궁평제2지하차도가 순식간에 잠겨버려 지하차도를 달리던 차량에 타고있던 14명의 고귀한 생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사고순간이 찍힌 동영상을 보면 더욱 충격적이다. 순식간에 밀어닥치는 물은 불과 수십초만에 4m가 넘는 지하차도를 삼켜버렸다. 특히 747번 급행버스의 안타까운 장면은 충격과 놀람 그 자체다. 전체 지하차도 구간 가운데 터널 구간을 거의 빠져 나온 해당 버스는 지하차도 오르막 순간에 엄청난 양의 물에 밀려 끝내 올라오지 못하고 참변을 당했다. 이번 오송지하차도 사고는 청주에서 발생한 단일 사건 사고 기준으로 30년전인 1993년 발생한 우암상가아파트붕괴사고(사망 28명) 이후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청주시민들은 역대급 사고에 큰 슬픔과 충격에 빠졌다. 엄
[충북일보] 파리를 흔히 '빛의 도시'라 부른다. 세계적인 관광명소인 파리가 이런 명칭을 얻기까지에는 아픈 역사가 있다. 17세기 후반. 당시 프랑스를 통치하던 루이 14세의 고민중의 하나는 밤만되면 무법천지로 변하는 파리를 어떻게하면 안전한 거리로 만드느냐는 것이었다. 어둠만 내리면 도둑, 강도 등이 난무해 일반 시민들이 일상 생활에서 큰 위협을 받자 루이 14세는 경찰청에 특명을 내렸다. 3천여 개의 공공 등불을 주요거리마다 걸라고 지시했고, 그후로 파리의 밤거리는 조용해졌다. 파리지앵들은 가로등세를 내는 부담은 생겼지만 덕분에 더 이상 두려움에 떨지 않고 밤거리를 활보하게 됐고, 그때부터 파리는 '빛의 도시'로 명명됐다. 지금도 파리는 낮에 보는 파리와 밤에 보는 파리는 전혀 다른 세계다. 에펄탑을 중심으로 한 파리의 밤 세계는 한마디로 환상 그 자체다. 파리 뿐만아니라 동유럽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역시 파리 못지 않은 빛의 도시로 유명하다. 다뉴브강을 따라 국회의사당, 어부의 요새 등은 낮과는 전혀 다른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파리나 부다페스트나 훌륭한 문화유산에 덧대 화려한 경관조명이 도시의 이름값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경관조명
[충북일보] 이달말부터 연 매출액이 30억 원이 넘는 지역화폐 가맹점은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행정안전부가 가맹점 등록기준을 연 매출액 30억 원 이하로 제한키로 관련지침을 바꿨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청주페이 가맹점 3만7천577개소 가운데 764개소는 제외된다. 전체 가맹점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2% 정도이고 제외대상 점포는 농협하나로마트, 지역 병의원, 일부 대형 주유소 등이라고 한다. 제천시도 행안부 지침 변경에 따라 114개소의 가맹점이 등록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한다. 행안부가 지침을 변경한 이유는 영세한 소상공인 매장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백번 이해하고도 남는다. 당연히 영세한 소상공인을 위해 도입한 제도인 만큼 그들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사용자 입장에서는 당장 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자주가던 마트도 못가고, 병원도 못가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이용상의 혼란은 일시적인 현상이라 치부한다하더라도 과연 대형 가맹업체를 찾던 발길이 소상공인으로 온전히 옮겨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청주의 경우 연매출 30억 원이 넘는 가맹점수는 전체 가맹점의 2%에 불과하지만 전체 매출액은
[충북일보] 중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참모라 한다면 누구나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창업한 장량(張良)을 꼽는다. '사기'의 저자 사마천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주를 요(堯)·순(舜)과 한무제를, 참모로서는 장량을 꼽을 정도로 장량은 고대 중국역사를 통틀어 세상이 인정한 최고의 참모다. 장량(호 자방(子房))은 한초 소하·한신과 함께 한나라 개국공신의 일등공신으로 '한초삼걸'(漢初三傑)로 불릴정도로 추앙을 받았다. 뛰어난 재략가이인 그를 놓고 중국인들은 '모성(謀聖)'으로 높여 부르고 있다. 중국에 장량이 있다면 조선에는 정도전이 있었다.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창업한 일등 개국공신이다. 나라를 여는데 그치지 않고 그는 500년 조선왕조의 틀을 다졌다. 조선조의 국가경영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고, 제도로서 정착시킨 주인공이다. 한마디로 조선의 설계자인 셈이다. 뛰어난 참모인 장량과 정도전은 공통점도 있고 다른점도 있다. 한 나라를 창업한 개국공신이라는 점과 뛰어난 지략의 소유자였다는 점은 공통분모다. 하지만 이들의 끝은 달랐다. 장량은 노년을 유방을 처음 만난 유현이라는 지역의 유후가 돼 조용히 지냈다. 유방의 조강지처 '여태후'의 피바람을 예견한 그는 권력의 핵심
[충북일보] 속담에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고 했다. 두말할 것 없이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이 속담은 AI(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든 현재도 진행형이다. 해마다 입시철이면 나오는 말이 '인서울'이다. 어느덧 이 말은 대학진학 성패의 바로미터로 통용될 정도로 보통명사화됐다. 비단 대학에 진학하는 수험생들 뿐만이 아니다. 대학을 나와 취업을 앞둔 취업준비생들도 '인서울'과 '수도권'에 꽂혀 있다. 이들이 수도권을 바라보는 것은 양질의 일자리가 많다는 단 한가지 이유 때문이다. 이렇듯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 '수도권공화국'이 된지 오래다. 모두가 서울로 서울로 향하면서 지방은 텅텅비었다. 지난해말 산업연구원(KIET)이 한국의 지역 간 인구 이동 특성을 고려해 개발한 'K-지방소멸지수'를 토대로 전국 228개 시·군·구의 인구 변화를 조사한 결과 지방소멸 위험도가 높은 소멸위기지역은 총 59곳으로 조사됐다. 소멸위기지역 중 소멸우려지역은 50곳(21.9%), 소멸 가능성이 가장 높은 소멸위험지역은 9곳(3.9%)이었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13곳, 강원이 10곳, 경북이 9곳으로 전체 소멸위기지역의 54.2%를 차지했다.…
[충북일보] 교육정책을 말할 때 국가백년지대계라는 말을 자주 쓴다. 백년이라는 시간적인 의미도 중요하지만 교육 문제는 이해관계자가 많기 때문에 쉽지 않은 과제이며, 따라서 심사숙고를 거듭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도 과거의 교육정책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다. 그만큼 사회가 큰 변화가 없었다는 의미로도 통한다. 하지만 요즘의 세상은 어떤가. 한 치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격변하고 있다. 첨단 정보화시대를 넘어 본격적인 AI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름조차 생소한 챗GPT가 등장했다. 아직은 인간의 영역을 완전히 넘어서지 못하고 있지만 시간 문제라는 얘기도 나온다. 카페에서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것 조차 쉽지 않은 기성세대로서는 '어메이징' 그 자체다. 교육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어디까지가 될지는 예단 할 수 없지만 AI가 본격적으로 교실에 접목되는 시점은 머지 않았다. 교육계에서 회자되는 말 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들이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빗댄 이 말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이제는 교육환경개선을 위한 많은 투자가 이뤄지면서 '19세기 교실에서'라는 표현은 수정
[충북일보] 행정수도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세종시는 여느 도시와는 출발선이 다르다. 기존 도시는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도시지만 세종시는 말그대로 허허벌판에 새로 만든 계획도시다. 철저한 계획도시로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법적·제도적 장치에 의해 도시가 만들어져 왔고, 앞으로도 일정기간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간의 행정적·재정적 장치에 힘입어 출범 10주년을 맞은 세종시는 행정수도로서의 기본적인 틀은 갖췄고, 이제는 행정수도를 넘어 우리나라 미래전략수도로서 제2의 도약의 발판을 새롭게 다지고 있다. 하지만 목표로 가는 과정과 여건이 순탄한 것은 아니다. 그중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가 안정적인 재정특례조치를 확보하는 것이다. 재정은 인체의 혈관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혈관이 건강하지 못하면 건강유지는 물론 생명에 위협을 받는 것처럼 재정적인 여건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면 세종시 발전은 사실상 기대난망이다. 때문에 명품도시로서, 미래전략수도로 나가는데 있어서 안정적인 재정특례조치를 마련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현재 세종의 재정여건이 어느정도 열악한 수준인지는 여러 지표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세종시에 따르면 광역사무와 기초사
[충북일보] 최근 세종에서 정·관가는 물론 시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은 국회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국회규칙 제정이 어떻게 진행되느냐는 것이다. 여러 난관을 뚫고 제정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정작 제정에 앞장서야할 국회의 동향이 요즘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이러한 국회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하루빨리 국회 규칙제정에 나서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그동안 국회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절차는 지난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이런저런 고비를 넘기면서 지난 2021년 9월 28일 국회법 개정 이후 국회분원 설치 기본계획 및 효율성 제고 방안 연구용역 2건이 완료됐고,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국회사무처는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또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를 위한 기본조사·설계비 147억 원과 토지매입비 350억 원이 정부예산에 반영됐다. 9부 능선에 달한 지금, 국회규칙만 제정되면 세종의사당 건립은 순풍이 돛단 듯 원만한 추진이 가능한 상황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국회규칙 제정 문제를 다루는 국회 운영개선법안소위원회가 뜬금없는 행보를 보여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지난 3
[충북일보] 대한민국의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의 주민 평균 연령은 37.7세다. 잘알려져있다시피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다. 출범 초기 미래도시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층이 세종으로 대거 삶의 터전을 옮겼다. 중앙부처와 관련기관이 집적화되면서 주로 공무원과 관련 기관의 직원을 중심으로 세종은 젊은이들로 활기를 띠었다. 젊은층의 유입은 세종의 인구를 해마다 가파른 상승곡선으로 끌어 올렸다. 불과 몇 년만에 30만을 넘어섰고, 지금은 40만을 목전에 두고 있다. 행정기관뿐만아니라 정주여건도 해를 거듭할 수록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렇게 겉으로 보이는 세종의 발전은 눈부시다. 놀라운 외적 성장은 외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새로운 행정도시를 기획하고 있는 나라들은 세종을 롤모델로 삼아 발품을 팔아가면서 세종을 잇따라 찾고 있다. 불과 1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상전벽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세종은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명품도시의 기반을 갖춘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도시로 변모했다. 세종은 이처럼 지난 10년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젊은층을 끌어들이고, 도시의 성장기반을 차근차근 갖춰왔다. 하지
[충북일보] 세상을 살면서 갖춰야 할 덕목으로 남의 말을 잘듣는 것을 꼽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남의 말을 귀담아 듣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의미다. 속담과 격언에도 경청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내용은 넘쳐난다. 탈무드에는 '귀는 친구를 만들고 입은 적을 만든다'는 내용과 '인간에게 입은 하나 귀는 두 개 있다'는 글귀가 있다.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려주는 경구다.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딛고 일어나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준 헬렌켈러는 '눈이 안보이면 사물로부터 멀어지고 귀가 안들리면 사람으로부터 멀어진다'고 했다. 이 역시 남의 말을 잘 새겨듣는 것이 인생살이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웅변적으로 알려주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청의 소중함을 잘안다. 문제는 실천이다. 특히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들은 민심의 향배에 예민하다. 그래서 가능하면 주민들과 소통을 위한 자리를 많이 갖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렇게 마련된 자리가 가끔은 본말이 전도돼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아니함만 못한 경우가 꽤나 있다. 분명히 주민들 목소리를 듣겠다고 한 자리지만 주민 얘기보다는 자신의 치적을 내세우기 급급한 정치인이 적지않다
[충북일보] 22대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청주권 4개 선거구는 국민의힘 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가 모두 1위를 기록한 가운데 조국혁신당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조국혁신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3강을 형성하면서 이들 양당의 지지율을 합치면 국민의미래를 넘어선다. 18일 충북일보가 충북지역 신문3사·방송3사와 공동으로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례정당 투표 의향을 묻는 질문에 국민의미래는 청주 선거구 4곳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청주 상당은 국민의미래가 33%, 조국혁신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이 각 22%로 조사됐다. 개혁신당 3%, 녹색정의당 2%, 새로운 미래 2% 등이 뒤를 이었다.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층에서는 국민의미래 36%, 조국혁신당 27%, 더불어민주연합 23%로 순위에 변함이 없다. 청주 서원은 국민의미래 35%, 더불어민주연합 22%, 조국혁신당 15% 순으로 지지를 보냈다. 나머지 정당은 동일하다. 국민의미래는 적극 투표층에서 41%를 넘는 지지를 얻었다. 연령대별로는 60대와 70세 이상은 국민의미래, 30대는 더불어민주연합이 상대적으로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청주프로축구단이 최근 리그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창단 첫해였던 지난해 리그 막바지까지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렸던 충북이 올 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란 기대감이 싹튼다. 충북청주FC는 지난 17일 오후 2시 청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4 3라운드에 출전해 FC안양을 상대로 1대 1 무승부를 기록했다. 앞서 개막전 1라운드에서 전남드래곤즈, 원정 경기 2라운드에서 천안시티를 연속으로 무릎 꿇린 뒤 이번에 안양과 비기며 세 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그동안 대진운이 좋았던 것도 아니다. 안양과 전남은 해마다 K리그2 상위권으로 손꼽힌 팀이고, 천안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이 같은 충북청주FC의 활약은 지난해 간판 공격수였던 조르지가 팀에서 이탈하며 고조됐던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조르지는 지난 시즌 34경기 13골 2도움을 기록하며 신생 구단인 충북청주FC가 종합 8위에 안착하는 데 큰 공을 세웠으나 K리그1 포항스틸러스로 이적했다. 충북청주FC는 곧바로 영국 토트넘홋스퍼 출신 오두와 브라질 용병 베니시오, 일본 주력 미유키를 기용했으나 현재 활약상을
[충북일보] 차태환(61·㈜아이앤에스 대표이사) 25대 청주상공회의소 회장은 14일 "청주상공회의소가 기업의 손과 발이 되어 함께 뛰어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차 회장은 이날 오전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그랜드플라자 청주호텔 직지홀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지역경제와 회원사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여기고 최선을 다해 회장직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차 회장은 더 큰 충북 경제 도약을 위한 노력을 다짐하며 "ESG경영 확산에 따라, 기업은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창출이 점점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신(新)기업가 정신 확산을 제시했다. 차 회장은 "지금껏 기업의 역할로 인식되어 온 이윤과 일자리 창출, 세금 납부를 통한 국민경제 기여 등을 넘어 기후변화, 저출산·고령화, 디지털전환 등 새롭게 발생하는 사회문제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기업이 가진 혁신역량과 기술, 자본, 아이디어를 활용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을 제시하고 실행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구성원들과 호흡하면서 함께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