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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봄의향연 - 산유화

함기석의 생각하는 시

  • 웹출고시간2016.03.24 13:45:18
  • 최종수정2016.07.07 17:14:08
김소월의 시는 한(恨)의 정서, 민요조 가락, 저항성, 형이상학적 지향성 등을 주요 특징으로 한다. 형이상학적 지향성은 생에 대한 깨달음, 생멸(生滅)의 존재원리에 대한 자각, 사랑과 삶에 대한 아픈 인식 등으로 나타난다. 그는 인간 존재가 삶에서 펼쳐는 여러 역설적 상황을 '음영(陰影)의 시학'으로 상징화한 적이 있다. 이런 사유가 잘 녹아든 작품이 '산유화'다. 이 시는 산에서 피고 지는 꽃과 그런 꽃이 좋아 산에 사는 새를 그린 서경적 소품처럼 보인다. 그러나 겉보기에만 그렇다. 시인은 산의 꽃과 새를 소재로 생에 내재된 근원적 고독과 비애, 만물의 생명과 죽음의 본원적 순환성을 통찰한다.

첫 연과 마지막 연은 꽃의 개화와 낙화를 리듬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이 시에서 내 눈길이 오래 머무는 곳은 '저만치'와 '혼자서'와 '좋아'다. '저만치'가 환기시키는 유폐성은 물리적 거리이면서도 꽃의 숙명적 존재성을 드러내려는 시인의 심리적 거리다. 또한 '혼자서'는 꽃과 꽃, 너와 나처럼 모든 존재가 숙명적으로 지닌 실존적 고독, 초월적 고립감을 상기시킨다. 그런 꽃이 '좋아' 산에 사는 작은 새는 시인의 자아가 투영된 객관적 상관물일 것이다. 그러기에 꽃과 새의 관계는 자연물의 관계에서 나와 너, 너와 그, 그와 그녀의 관계로 점차 확장된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꽃의 피고 짐은 단순한 자연현상을 넘어서서 이 세상 모든 만물이 지닌 삶과 죽음의 반복 순환을 의미한다. 또한 꽃과 새가 공존하는 산이라는 공간은 인간과 인간이 공존하며 위로의 노래를 부르는 이 세상이 된다.

외관상 단순해 보이지만 이 시는 모든 존재들이 지닌 근원적 고독을 우수(憂愁)의 시선으로 내면화한 큰 작품이다. 깊은 슬픔이 배어 있음에도 시인은 한 방울의 눈물도 신음도 없다. 시는 시각적 문장과 비시각적 여백이 함께 말하는 장르다. 문장으로 전할 울음을 여백의 침묵으로 전할 때 시의 파장은 커지고 메아리는 깊어진다. 이 점에서 김소월은 탁월하다.

산유화(山有花) / 김소월(金素月 1902∼1934)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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