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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4.19 17:52:54
  • 최종수정2018.06.07 10:27:35
[충북일보] 어느 날 성당에 들어서니 검은색 커튼이 드리워져 있고 그 안에는 사람이 운명 했을 때 사용하는 관이 놓여 있었다. 신자들은 구슬픈 소리로 연도를 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죽음 예행연습을 하기위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희망자는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차례가 되면 검은 관속에 누워 죽음을 체험 해 보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대열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웬지 초조해지며 가슴이 설레인다.

갑자기 죽음이 가까이 다가 선 듯 가슴이 철렁하고 기분도 썰렁하여 그만둘까 생각 하는데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한발 한발 제단으로 올라 관속에 앉자 손을 잡아 주어 똑바로 누웠다. 연도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우리는 그리스도 한 가족인 정베레나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에게는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시작이게 하시옵니다.

언제나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셔서 너그러이 용서하는 하느님. 오늘 이 세상을 떠난 망자를 기억하시어 사탄의 손에 넘기지 마시고, 거루관 천사들에게 고향낙원으로 데려가게 하소서.'

관 뚜껑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다시 살아 밖으로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죽음을 맞는 순간에도 영원한 천상의 행복을 생각하고 기꺼이 죽음을 받아 드리게 해달라고 기도 한 다음 조용히 눈을 감았다. 섬짓하고 두려움에 마음이 착잡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사는 동안 입으로만 걱정하고 입으로만 사랑한 사람들이 줄줄이 스쳐 지나갔다. 잘못 했던 일들이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참회의 눈물인가 죽음이 서러워서인지 나도 모르겠다.

내 장례식의 모습이 그려져 온다. 곁에서 흐느끼는 남편, 오열하는 아들 딸, 손주들 그리고 조문객을 상상해 봤다. 부질없는 망상이 구름처럼 연신 떠오른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짐을 내려놓은 듯 그렇게 마음이 편안할 수가 없었다. 웬 일일까· 이것이 바로 죽음이구나. 살아남은 이들에게는 슬픔의 고통이 따르지만 죽음을 맞는 사람은 그믐달이 구름 속으로 스러지듯 가고 만다.

어느 인연으로 하여 마났다가 그 맺음이 다하면 헤어지는 게 바로 인생이 아니던가. 죽음이란 인생의 고해를 건너 영원한 안식을 찾아가는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 뚜껑이 열리며 "일어나세요" 한다. 잠깐 동안 이었지만 나를 성찰 하는 좋은 시간이었다. 죽음에서 소생 한다면 무엇이 하고 싶은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나 에게 물어 본다.

때 묻은 심안을 털고 닦아서 맑게 하여 부끄러워 숨기고 싶은 것 들을 씻어내고 싶다. 매사에 욕심을 부리는 것도 중요 하지만 이제는 덜어 내는 공부를 할 때가 된 것 같다. 조금씩 덜어내고 흘려보내고 잊어버리면 몸과 마음이 얼마나 자유로울까· 생각하면 다 아는 이치인데 떼어 버릴 수 없고, 덜어낼 수 없는 것 들이 가슴 깊은 곳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것인가. 못된 욕심을 한쪽 마음에 담아두고 있기 때문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버려지지가 않으니 안타깝다.

죽음은 누구나 피할 수 없고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올수 있다. 애면글면 살아오면서 가진 것이 많아서 등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버거워 내 몸을 아프게 했고, 평생 내 주어진 시간도 모자란 듯 살아오는 바람에 내가 너무 힘이 들었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여유를 가지지 못했던 것, 자식들에게 엄친으로만 살아온 것. 자식들에게 잘했다고 항상 감사 하지 못한 것 들이 후회스럽다. 삶이란 세상에 대한 그윽한 사랑만이 사소한 불만과 불행한 마음을 녹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뭔가를 이루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 보다, 곁에 있는 가족의 손을 한 번 더 잡아 보는 것이 더 값진 사랑임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따뜻하고 정다운 눈빛으로 고통 받는 이웃을 위하여 마음을 주자고 다짐해 본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던가.

마음속에서 탐욕이 꿈틀거리거나, 교만이나 증오심이 일어날 때, 번뇌 망상이 구름처럼 피어 날 때 관속에 누워 있는 자신을 생각해 보며 내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두고두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삶이되 죽음의 예행만이 아니기를 늘 반성하며 깨우치며 살리라.

정금자

충북대학교평생교육원 수필창작
푸른솔문학 신인상
푸른솔문인협회 회원
공저 <삶의 향기>, <내 마음의 수필>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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