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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1.05 14:34:35
  • 최종수정2015.11.05 14:34:36
깊어가는 가을 사랑할 대상이 그리운 탓일까.

요즘 들어 무심코 스치는 찰나의 일상 풍경에서 더없는 행복감에 젖어들 때가 부쩍 많아졌다. 누군가 들꽃 한 점에서 천국을 느낀다고 했던가. 한 가수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노래했다. 무심결에 시야에 비추인 사람들의 티 없이 맑고 고운 아름다운 마음씨와 행동에서 가슴이 찡한 감동을 받는다. 그리곤 한동안 그 아름다운 모습이 좀처럼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아니 실은 잊고 싶지 않은 것이 본마음이다. 사람들은 내일이면 늦을까 앞 다투어 천하절경 단풍 명소를 찾아 나서지만 오색찬란한 자연현상이 사람의 아름다운 마음씨보다 어찌 더 아름다울 수가 있으랴.

창밖으로 손자인 듯한 어린 학생이 할머니의 손을 잡고 곱게 물든 가로수 아래를 느리게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학생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할머니에 대한 사랑과 지극한 공경의 마음이 절절하게 배어나온다. 연로한 할머니의 거름걸이가 느리다고 투정대지 않고 혹여 돌부리에 발이 걸려 넘어지실 세라 손을 꼭 잡고 가는 걸음걸이가 다정스럽다. 할머니와 학생의 차림새도 단정하고 행동거지가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흔히 주변에서 마주하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조손가정이 되어 살아가는 그런 모습들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반짝인다고 다 금은 아니다.

어린 나이에 그렇게 의젓하고 고운 심성을 갖게 된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니리라. 건강한 가정에서 어른들의 올바른 가르침과 따르고자하는 참다운 인성이 있기에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일 것이다.

할머니가 할머니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손자는 손자다운 혈육의 정이 흐르고 사랑이 넘치는 화목한 한 가정이 마음에 또렷이 그려졌다. 혼자보기 아까운 흐뭇하고 보기 좋은 한 폭의 동양화요, 한편의 광고 영상 같은 장면이었다.

어디를 가는 것인지 주인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이 세상에 가족의 훈훈한 정과 사랑만큼 소중한 것이 또 있을까.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과 공경은 인륜이 아닌 천륜으로 인간이 갖춰야할 기본적인 덕목이며 최고의 가치이다. 효는 우리민족에게 있어 가장 소중하게 여기던 윤리적 덕목이요 미풍양속이다. 안타깝게도 시대와 환경은 너무도 많이 변하여 물질적 풍요만을 추구하다 인격을 중시하는 아름다운 삶의 태도를 바꿔놓았다. 효와 윤리도덕은 구시대적 고리타분한 유교사상쯤으로 치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요즘 아이들은 시간만 있으면 핸드폰 메일 주고받기에 바쁘고 게임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하물며 효행과 효심은 골동품 가게에서나 찾아 보아야한다. 삼강오륜이 어느 시대 자동차 바퀴쯤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염려스러운 것은 나만의 기우였으면 좋겠다.

지금 세계는 나라마다 별의 별것을 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해 보존하느라 혈안이 되어있다. 지난해까지 무려 161개국 1,007점이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으로 나뉘어 등재되어있단다. 우리나라도 최근에 등재된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유교책판'을 포함하여 3개 분야에 40건에 이른다고 한다.

윗사람을 공경하며 인격을 중시하고 이웃과 따뜻한 정을 나누며 살았던 우리의 아름다운 생활풍습이 오늘날까지 이어졌다면 오래된 사진첩에서 찾아낸 빛바랜 소중한 사진 한 장이 아니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고도 남을 인류 최고의 유산이 되었을 것이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자랑으로 되새김하기를 기대해 보았다.

사람의 향기는 불현 듯이 가슴으로 파고들어 메말라가는 가슴에 신선하고 긍정의 파동을 일으킨다. 때로는 하얀 이를 숨김없이 드러내고 해맑게 반기며 핸드폰을 받는 여인의 모습에서 행복감이 전염되고, 오랜만에 어린 자식을 만나는 엄마의 가이없는 사랑과 기쁨 넘치는 아름다운 행동에서 세상 살맛을 느낀다.

늘 일상에서 대하던 풍경들이 한순간 문득 새롭게 느껴지며, 애잔하게 가슴으로 파고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자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고독해 진다고 하더니 그 동안 관심이 없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인지….

애써 외면 할 일이 더 많은 세상에 시원한 청량제가 되어주는 사람의 풍경들이 진정으로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깊은 밤으로 향하는 이 시간 놀이터 가로등 불빛아래에서 천진난만하게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의 낭랑한 목소리에서 건강하고 밝은 우리의 미래를 보는 것만 같아 이 밤도 행복하다.

△김종권 수필가

· 충북대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강

· 충북대 수필문학상 대상 수상

· 공무원 공로연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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