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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3.24 13:39:51
  • 최종수정2016.07.07 17:14:01
남쪽에서 꽃 소식이 들리는 3월 요즈음이면 집을 나선다. 멀리서 오는 봄 손님을 집안에서 맞는 것보다 그가 오는 장소에 나가 따뜻이 마중하고 싶어서다.

누굴 만난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특히나 긴 겨울이 지나고 꽃 소식을 가져오는 봄 아가씨가 찾아오는데 어찌 반갑지 않으랴. 가는 길이 멀어도 만남을 생각하면 마중 가는 길은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즐거움이다. 설레임으로 기다리고, 반갑게 맞이하고, 마음을 함께하며 같이 돌아오는 행복한 만남이야말로 마중 말고 어디 또 있을까.

봄 마중은 매화를 보면서 부터다.
길고 매서운 추위 속에서 가장 먼저 피는 매화는 화려하고 능력있는 계절의 전령사다. 고목의 기품이 서린 굵은 기둥의 가지에 꽃망울을 달고 꽃을 피운다. 빠알간 꽃망울 속에 진분홍 물감을 들인 것처럼 곱게 물든 꽃잎이 봄을 고스란히 들어내 보인다. 무어라 형언할 수 없이 느끼는 감정이며 너무 반갑고 흐뭇하다.

꼭 1년만의 만남이지만 마치 아주 오래전에 보고 지금껏 보지 못한 것처럼 그저 바라보고 있다. 꽃은 연지를 곱게 바른 새아씨 같다. 노랑저고리에 붉은 치마를 입은 선이 고운 앳된 여인 같기도 하고 겨울을 이겨내고 꽃을 피운 강인한 인상의 여인을 보는 듯도 하다. 땅속 깊은 곳 뿌리 끝에서 멀리 기둥을 타고 가지를 거쳐 가장자리 끝으로 올라온 봄의 기운이 힘에 겨웠는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핏빛보다 진한 색감으로 모든 걸 쏟아 내지 않았을까.

극한의 엄동설한 속에서 봄을 준비하고 또 차근차근 진행하지 않았다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봄 이야기의 최고봉 그것은 당연 매화다. 옛 사람들은 이 꽃을 군자의 덕과 선비의 올 곧은 기품을 가졌다며 노래했고 사랑하지 않았던가.

꽃의 시선 속에 봄을 찾는다. 매화는 봄을 안고 있을게 분명한데 세상은 아직 그를 외면한다. 손발이 시리고 몸은 춥다. 하지만 어쩌랴 눈과 마음은 온통 봄인걸.

봄 마중이란 건 어찌보면 아끼고 사랑하는 연인을 오랜만에 만나기 위하여 기차역 플래트홈에서 기다리는 기분이라고 해야할까.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마음만으로 생각했던 그 여인이 멀리서 오고 있을 때 기다림은 기다림이라고 할 수 없다. 그저 설레임이다.

오랜 기다림도 지루할리 없다. 그 모두가 설레임으로 증폭될 뿐이다. 그녀가 시야에 보이면 가슴속은 용솟음치고 심장이 쿵쾅이며 달려가 꼭 안아주고 싶다. 하지만 실제 그러할 수는 없었다. 봄은 말이 없었고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기에 달려가지만 안아주지도 못하고 그저 웃으며 꽃만 잡고 반기는 만남 이었다. 매화를 보면서 봄을 맞는 느낌이 이렇듯 아쉽고 뜨뜻미지근한 만남이 되고 말았지만 마음만은 달콤한 시간이었다.

마중이란 반갑고 행복한 만남 그래서 기쁨의 이중주라는 생각이 든다.

손님이 도착하는 장소에 기다리고 있다가 반갑게 영접하고, 안부를 묻고 답하면서 먼 거리를 찾아온 손님의 여독은 쉽게 녹아내리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와 덕담 속에 서로의 마음을 풀어놓고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모두가 행복이 넘친다. 기다려 고맙고 만나서 반갑고 함께 오니 정겨울 수밖에.

모두가 여유없이 바쁘게, 팍팍하게 살아가지만 마중은 정을 나누고 함께하는 삶의 옹달샘이다. 누구든 찾아온다는 기별이 오면 집 앞이라도 마중을 하고 기쁨의 이중주를 나누고 싶다.

봄과 함께 돌아오는 길, 꽃 아가씨는 피곤한 탓인지 잠이 든 모양이다. 꿈속으로 찾아온 그녀는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싱그럽고 감미로운 봄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김학명 수필가

-충청북도 자치연수원 교수

-청남대 관리소장 역임

-충청북도의회 의사담당관 역임

-푸른솔문학 신춘수필공모 우수상

-푸른솔문학 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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