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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가을동화 - 껍데기는 가라

함기석의 생각하는 시-20

  • 웹출고시간2016.11.10 18:55:43
  • 최종수정2016.11.10 18:55:43
신동엽은 시대의 어둠 속에서 생명이 싹트기를 염원하면서 폭력과 억압의 불평등사회가 평등사회로 변혁되길 꿈꾼 시인이다. 그에게 시작(詩作)은 이웃과 세상을 향한 사랑의 개안(開眼) 행위였다. 그의 시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비판, 민족적 역사의식과 저항적 민중의식에 뿌리내리고 있다. 동학혁명, 3·1만세운동, 4·19혁명 등 역사의 주요 사건들을 민요의 율격으로 펼칠 때 그의 민족의식은 가장 농도 짙게 드러난다. 민요의 가락에 민중들의 아픔과 상처, 분노와 열망이 사실적으로 담기기 때문이다.
그는 비참한 현실과 민중의 삶을 도외시한 당대의 모더니즘 문학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맹신적 서구문화 추종과 문화의식을 노골적으로 풍자하면서 문학인의 현실참여를 주장한다. 시인의 주체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현실사회 속에 세워야 하며, 자유를 되찾는 것이 문학인의 실천적 소명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60년대에 접어들어서도 그의 이런 문학관과 시적 태도는 일관되게 이어진다. 당시 그는 5.16군사쿠데타에 의해 4.19혁명의 숭고성이 무자비하게 무너지고 자유가 또다시 찬탈되는 것을 뼈아프게 목격한다. 시대적 폭력과 악행에 맞선 언어적 분노와 저항, 그것이 그의 시다.

'껍데기는 가라'는 신동엽의 대표작이다. 이 시에는 당대에 대한 시인의 현실인식과 역사의식이 잘 드러나 있다. 껍데기는 역사가 우리에게 남긴 모든 겉치레와 허위들을 상징한다. 수많은 피와 목숨을 대가로 얻어낸 4·19혁명의 민주화가 5.16군사쿠데타로 퇴색해 가는 참담한 상황에서 혁명의 순수성이 퇴색되어 가는 현실을 시인은 안타까워한다. 그리하여 1894년 갑오동학혁명의 아우성과 1960년 4월 혁명의 순결성, 즉 알맹이만 남고 모든 가짜 쓰레기들은 없어지라고 비장하게 토로한다. 곰나루는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난 웅진의 옛말이고, 아사달과 아사녀는 백제의 석공 부부로 외세에 물들지 않은 우리 민중을 상징한다. 좌우(左右) 냉전이데올로기를 넘어서서 초례청에서 전통혼례를 치르는 부부처럼 맞절을 하며 민족 전체가 한 가족이 되길 시인은 염원하고 있다.

신동엽은 충남 부여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전주사범에 입학한 후 동맹휴학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제적당했다. 이후 단국대학교 사학과에 입학하여 역사를 공부하면서 우리민족의 역사에 대해 본격적으로 눈을 떴다. 6.25전쟁 때는 애국충정의 마음으로 국민방위군에 입대했으나 군인이 되어 그가 목격한 것은 부정과 비리에 물든 부패한 모습들이었다. 이것이 그의 시에 분노와 저항의식을 싹틔웠다. 권력자의 위정과 자본가의 횡포는 그가 살았던 당시와 오늘의 시대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민이 국가의 악행(惡行)에 분노하고 집결하고 행동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일 수도 있다.

/함기석 시인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申東曄 1930~1969)

껍데기는 가라.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漢拏)에서 백두(白頭)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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