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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9.03 13:13:11
  • 최종수정2015.09.03 13:13:11
어느 날 시장에 들어서니 물고기 좌판이 눈에 보인다. 물고기들이 물속을 헤치며 묘한 재주를 부리니 신기하여 눈을 돌릴 수 가없다. 쓸쓸하게 홀로 생활하는 것보다는 물고기를 사다 취미삼아 친구처럼 기르고 싶었다.

집에 어항 겸 화분 겸 사용할 수 있는 소래기가 생각이 나서 물고기 다섯 마리와 어항에 넣어두는 장식물을 사왔다. 물고기가 자라는 모습을 보니 생활에 활기가 생기고 분위기가 살아난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주려고 어항에 다가가면 사방으로 흩어져 놀던 물고기들이 먹이 주러 온 사람냄새가 나는지 용하게 알고 모여든다.

밥을 주면 배고파 기다렸다는 듯이 재빠른 활동으로 먹이에 집중한다. 먹이가 나뭇잎 부셔갈아 놓은 것 같아 넣어주면 물위에 둥둥 뜬다. 사람도 입맛이 다르듯이 어느 물고기는 먹고 안 먹는 것이 있다. 고기들도 편식을 하는 모양이다. 제외되는 먹이는 물 안으로 가라앉는다.

여름 날 자식들과 함께 대천바다로 피서를 갔다. 조개껍질이 얼마나 예쁜지 큰 것 작은 것 몇 개를 주어왔다. 깨끗하지만 한 번 더 물에 씻어 어항 속에 넣어주었다. 새집에 이사 온 것처럼 신이 나게 잘 놀고 있다. 나 역시 흐뭇했다. 다음날 아침에 물고기를 들여다보니 세 마리가 죽어서 물 위에 떠 있다. 이게 웬일일까· 갑자기 죽다니. 바다 물속에서 있던 짠물이 배여 있는 조개껍질이라 물이 울어나서일까· 깜짝 놀랐다. 살아있는 물고기를 다른 그릇에 옮기고 주어 온 조개껍질은 모두 빼고 원상태로 해주었다. 물고기는 내 마음을 모르는 듯 그렇게 내 곁을 떠났다. 다행히 암놈 수놈이 짝이 되어 남았으니 물고기가 죽고 나서는 더 관심을 갖고 자주 들여다보며 보살폈다.

겨울이 다가왔다. 환기를 시키기 위하여 어항이 있는 곳에 창문을 아주조금 열어 놨다. 아침에 거실에 나오니, 싸늘하게 추운 감이 들었다. 물고기를 들여다보니 실망스럽게 수놈이 죽었다. 한파추위를 생각하지 못하고 창문을 꼼꼼하게 챙기지 않은 내 탓이었다. 죽은 물고기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 남은 암놈도 숨을 거두려고 한다. 맥이 쭉 빠지며 한 마리마저 죽을까봐 한걱정이 되었다. 소중한 생명을 잃게 한 절망감에 따뜻한 물을 떠다 온도를 맞추어 주었더니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 살 수 있다는 신호를 준다. 암놈 한 마리라도 살아있으니 다 행으로 안심이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친구같이 한 집살이를 이어갔다.

병원에 수술을 하러가면서 어린 손녀딸에게 화분에 물주는 걸 부탁을 했지만, 물고기 밥 주는 것은 잊고 말을 못 했다. 수술을 잘하고 집에 돌아오니 화분과 꽃들이 어린 손녀딸 노고로 전과 다름없이 싱싱한 모습으로 반겨준다. 화분 옆에 어항이 보인다. 고기 밥 주라는 말을 안 했으니 그마저 죽어 있겠다며 깜짝 놀라 달려가 보았다. 줄어든 물속에서 물고기가 살아남아 있어 감탄했다. 한 달이 넘도록 물갈이도 없고 먹이도 없었으니 생명을 유지하느라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나는 감격스러웠다. 굶고 한 달간 어떻게 살아있었느냐고 우는소리로 바라보면서 밥을 넣어 주었다. 반갑고 좋다는 듯이 꼬리를 흔들며 활기를 쳐 마음이 놓였다.

어느 날 소파에 앉아 TV를 보다가 옆에 있는 어항을 보았다. 바람에 바닷물 출렁거리듯 잔잔하게 물결을 치는 모습이 보였다. 벌레가 생겼나·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보았더니 벌레가 아니고 새끼를 많이 쳤다. 하루아침에 가족이 모이듯 살맛이 나니 어찌 기쁨을 감출 수 있으랴. 산모 미역국 주듯이 물갈이를 하고 고기밥을 자주 넣어주며 관찰하듯 지켜보니 토실토실 자란다. 하찮은 물고기지만 의지하고 숫자를 세어 보며 사랑을 나눈다. 떠나간 고기가 아쉬워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나날을 보내며 어항에 관심을 두었다.

어느 날 아침에 고기밥을 주려고 들여다보니 물이 출렁거리며 벌레 같은 게 보이는 게 아닌가· 새끼 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수놈도 없이 또, 새끼를 쳤으니 무슨 연고일까·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수컷도 없이 새끼를 낳을 수 있는지 물고기 정체에 대하여 알고 싶었다. 물고기 사온 좌판을 찾아갔다.

물고기가 죽고 새끼 친 과정을 일일이 말하니 물고기 이름은 구피란다. 열대어 물고기로 18°c 온도물이 되면 물이 얼지 않아도 죽는단다. 한번 교배를 하면 수정된 상태로 정액이 몸속에 남아 있기 때문에 너더댓 번은 낳는다고 한다. 새끼를 낳을수록 숫자는 적어지고 무정란이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구피물고기는 특별한 것 같다. 수컷이 없어도 새끼를 몇 번 낳을 수 있다니 신기하다.

◇조순희 수필가

-한국문인신인상

-푸른솔문인협회 회원. 여성문인협회 회원

-자랑스런 어머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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