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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5.28 12:17:24
  • 최종수정2015.05.28 19:25:13
약국을 하는 사람들은 계절을 잊고 살 때가 많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근무하느라 실내를 벗어나기 어려운 게 원인이다. 더우면 에어컨을 켜고 추울 때는 온풍기를 돌릴 뿐,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생활을 하다 보니 계절이 오고 감에 둔감하다. 그래도 시골에 내려 갈 일이 종종 있는 나는 조금은 나은 편이다.

계절의 변화를 처음으로 느끼는 순간은 약장의 약들을 교체할 때다. 진열장을 채우던 방한대가 황사마스크로 바뀔 때면 봄이 온 신호다. 봄이 오면 립크린이 나간 자리에 아토피연고도 들어선다. 직업만큼이나 딱딱하고 재미없는 봄을 맞이하는 셈이다. 이외에 나에게 봄을 알리는 신호는 춘곤증이다. 4-5월이 되면 병도 아닌 것이 나를 괴롭힌다. 나른하고 밥맛이 없어지며 소화가 잘 안 된다.

음식을 먹은 후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춘곤증과 증세가 비슷한 식곤증도 있다. 고3 때 식곤증으로 애를 먹었다. 대학 입시를 앞둔 중요한 시기임에도 점심시간 후 두어 시간은 비몽사몽이 되어 선생님 말씀이 와 닿지 않았다. 지금도 이 증상은 여전하여 환자가 없으면 점심식후는 졸고 있다. 음식을 먹으면 소화를 위해서 위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이때 에너지 보충을 위해 위장에 혈액이 몰리는 반면, 뇌와 사지(四肢)에는 일시적으로 혈액공급이 줄면서 나른해지고 졸리는 현상이 식곤증이다.

식곤증이 소화기가 약한 사람에게 음식이 원인이 되는 거라면 춘곤증은 계절이 주는 피로감이다. 봄이 되면서 기온이 올라가고 몸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진다. 활동량이 많아지면서 에너지 요구량도 증가한다. 이것이 봄철 나른함으로 나타난다. 신이 어떤 질환을 줄 때는 대책도 제시해 준다. 계절병에는 제철 음식이 좋은 법이다. 춘곤증에는 봄나물이나 채소, 과일들이 해결책이다.

시골 우리 밭에는 자생한 달래와 쑥과 냉이가 있다. 누가 심지도 않았는데 봄만 되면 어김없이 우리 밭을 찾아온다. 이것들이 나에게는 춘곤증의 해결사다. 달래는 생으로 무쳐 먹고 냉이는 소금을 넣은 물에 데쳐 먹는다. 쑥은 떡을 해먹는다. 이렇게 해서 한 주의 피로가 풀린다. 식곤증도 마찬가지지만 춘곤증에는 제철 음식 외에 가벼운 운동과 충분한 수면이 좋다. 봄이 되면 봄볕을 맞으면서 휴일 하루만이라도 산천을 누벼볼 일이다. 거기서 산나물을 좀 뜯어 온다면 앞에서 말한 조건이 충족되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안 되면 약이 있다. 비타민B와 비타민C가 춘곤증을 없애준다. 그래서 봄철에는 약국에서 영양제가 많이 나간다.

봄날의 시골 나들이는 제철 음식을 먹는 즐거움과 건강도 챙기는 양수겸장의 장점이 있으나 최근에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봄철 질환으로 진드기에 감염되어 생기는 중증열성 혈소판감소증후군(SFTS)에 대한 염려다. 진드기가 역시 원인인 쯔쯔가무시병이 가을에만 발병하는데 비하여, 이 질환은 봄부터 가을까지 언제나 걸릴 수 있다. 과학은 편리를 주는 대신에 그에 대한 부작용도 가져왔다. 약에 내성균들이 생겨나며 더 큰 병을 낳고 있다. 어쩌면 인간이 신의 영역을 파고드는 데 대한 일종의 경고인지도 모른다. 푸른 초원에 누워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은 옛 영화의 한 장면일 뿐, 실제로는 풀밭에 함부로 앉을 수도 없는 세상이 됐다.

몇 년 전 나는 시골 풀밭에 앉아서 일을 하다가 쯔쯔가무시병에 걸려 생전 처음으로 열흘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고열이 계속되고 간수치가 오르며 고생을 했는데 아직도 그 후유증으로 건선까지 앓고 있다. 그래서 시골에 갈 때는 해충 기피제를 꼭 가지고 간다. 더운 날에도 긴 옷을 입고 옷과 모자, 신발에 이 약을 골고루 뿌리고 나서야 밭에 올라간다. 쯔쯔가무시병은 바이브라마이신이라는 치료약이 있으나 SFTS는 최근에 발견된 신종질환이라 아직 약도 발명이 안됐고 그만큼 치사율이 높다.

봄날 즐거운 나들이에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절제의 몸가짐을 가지라는 충고로 받아들인다면 괜찮지 않을까. 건강을 지키는 데는 설마가 없다.

정의륙 작가

-푸른솔문학신인상. 푸른솔문학작가 회원. 부산수필문학회 회원

-정은문학상 수상

-저서: <감동이 있는 세상을 그리며>

-공저: <심연에 자리한 이름> <반딧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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