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8.07.05 17:34:38
  • 최종수정2018.07.05 17:34:38
[충북일보] 신록이 우거진 싱그러운 바람도 쐬고 입맛을 돋우는 아욱국이나 끓여 먹어보려고 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건새우를 사러 건어물 가게로 갔다. 가게 안주인은 얌전하게 가게에 앉아 있고 바깥 사장님이 카세트테이프를 틀어놓고 건새우를 팔고 있다.

"싱싱한 새우사세요. 눈을 감았다 떴다 허리를 구부렸다 폈다. 눈알은 동글 동굴하고 까만 눈동자는 반짝반짝 팔딱팔딱 뛰는 새우 사세요." 라고 한다.

"사장님 허리를 구부렸다 폈다 하는 새우 주세요." 네 여기 있습니다.

"어디요? 이거는 허리를 구부리고만 있네요. 폈다 구부리진 않는데요?"

이때 가게 안에서 여사장님이 나오더니 화를 버럭 내면서 "우리 집 양반이나 손님이나 똑같군요. 어떻게 죽은 새우가 허리를 폈다 구부렸다 합니까?" 재빠른 손놀림으로 비호같이 카세트를 꺼버리고는 남편에게 쓸데없이 거짓말 하지 말고 장사를 제대로 하라고 한다. 웃자고 농담으로 한 마디 한 게 화근이 되었다. 가게 안주인이 너무 단순하다. 나 같으면 "뱃살이 통통하고 펄떡펄떡 뛰는 새우사세요." 라고 하며 한마디 더 거들었을 것 같다. 어차피 건어물 가게인데 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었던가. 멀쩡한 거짓말인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발길을 멈춰지고 말았었다.

기왕에 장사를 하여 먹고 살기위해 남자 분은 손님을 불러들이려고 선의의 거짓말을 했을 뿐이다. 반짝반짝 그 익살스러운 재미에 지나가던 아주머니들이 발길을 멈추고 손님들이 모여들었는데, 허리를 구부렸다 폈다 하는 익살이 없으니 모였던 사람들이 싱거워서 뿔뿔이 흩어진다. 아주머니들이 건 새우를 사러 왔다가 그냥 가버린다.

할 수 없이 내가 "사장님 카세트 틀어 놓으세요. 웃자고 하는 말이지 죽은 새우가 어떻게 펄떡펄떡 뛰겠어요." 라며 한마디 하고는, "까만 눈동자가 반짝반짝하는 새우하고, 펄떡펄떡 뛰는 멸치 한 근 주세요." 라고 했다. 주인아저씨는 싱글 벙글하며, 건 새우와 멸치를 봉지에 담아서 건네주며 고맙다고 연신 고개를 숙인다. 이를 받아들고 시장을 한 바퀴 돌아 집으로 오면서도 건새우 파는 아저씨의 멀쩡한 거짓말이 밉지가 않았다.

나도 한 때 저런 거짓말을 하면서 장사를 하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오래된 기억 속에 부산 국제시장에서 옷 장사를 하는 고모님 댁에서 장사를 배웠다. 그때의 거짓말은 뚱뚱한 손님이 오면 이 옷을 입으면 날씬해 보인다고 했다. 키가 작은 사람이오면 이 옷은 걸쳐만 봐도 키가 커 보인다며 콧소리를 냈다. 멀쩡한 그 거짓말 보다는 그래도 손님의 마음을 살피며 심리를 이용하여 상술을 짜냈다. 어느 때는 손님들은 속아 넘어가고, 기분 좋아서 한 가지만 사러 왔다가 두개 세 개씩 사들고 가면 고모가 대번 눈빛이 달라졌다. 그날은 점심 식사도 백반에서 곰탕으로 품격이 달라진다.

손님이 오면 그럴싸한 거짓말을 잘 하느냐에 따라서 하루에 매상이 달라졌다. 판매를 많이 하게 되면 고모한테 잘한다고 칭찬도 받았다. 멀쩡한 거짓말에 손님도 기분이 좋고, 장사하는 사람은 돈 벌어서 좋다. 거짓말을 한다 해도 손님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지를 않는다. 아무래도 손님이 마음을 읽고 옷의 디자인이나 색감, 느껴지는 정감이 있을 때 권하게 된다. 때로는 장사를 할여면 필요에 따라 거짓말이 아니라 허풍스러움을 떨게 된다.

1960년대 그때는 사람들이 순진해서 허풍을 떨어도 정말로 믿기 때문에 장사를 해도 정이 담겼고, 선의의 거짓말을 해도 서로가 이해를 하며 살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멀쩡한 거짓말 같은 상술에 손님들은 잘도 속아 넘어 갔다. 그 시절 본의 아니게 허풍이 담긴 말을 해서 미안스럽다. 그러나 멀쩡한 거짓말은 아니었다.

요즘 우리는 경제가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서민 일수록 더욱 힘들게 살아간다. 그래도 옛 시장에 가보면 고유의 전통문화를 지키며 살아가는 지난날의 정감에 푹 빠져 살맛이 난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 해도 재래시장은 세월이 가지 않고 삶의 옛정서가 그대로 남아 머무르고 있다. 이럴수록 서로 서로가 가난을 극복해 가는 우리의 문화를 느끼는 재래시장에서 인정을 쏟으며 함께 정을 나누며 살아갔으면….

민안자

충북대학교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강

푸른솔문학 신인상

푸른솔문학 작가회 회원

공저 : <삶의 향기>. <꿈꾸는 나그네><마음의 소리>외 다수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