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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겨울연가 - 광야

함기석의 생각하는 詩 11

  • 웹출고시간2016.06.09 16:15:22
  • 최종수정2016.06.09 16:15:41
이육사의 시는 끈질긴 생명의 추구, 고통을 초극하려는 초인적 의지, 대륙적 기상과 남성적 의지를 표출한다. 시인이 대륙을 방랑하면서 느낀 향수와 기다림, 인간적 고통이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드러난다. 그에게 시는 삶의 행동이자 진정한 의미의 참여였고 저항이었다. 실제로 그는 일제의 폭압에 대항하여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하여 대륙을 전전하며 숱한 고난과 역경을 겪었다. 이러한 역경의 극복 노력과 조국 해방에 대한 열망, 온몸을 내던지는 투쟁의식이 초인(超人) 이미지로 승화되어 나타난다.

'광야(曠野)'에는 광활한 대륙과 태고의 시간을 배경으로 우리 민족의 정기와 기품이 장중하게 펼쳐져 있다. 비장미가 서린 지사적 어조와 남성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1~3연에서는 태초를 포함한 과거, 4연에서는 현재, 5연에서는 미래가 웅혼하게 펼쳐진다. 하늘이 처음 열리던 태고의 광야에서 닭 우는 소리는 어두운 밤을 밀어내고 새벽의 도래를 알리는 첫 신호이다. 이 닭 울음소리의 존재 유무는 해석자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때조차도 이곳을 범(犯)하진 못하였으리라 생각하는 시인의 결기 서린 마음이다. 이 결의에 찬 순수한 마음이 혹한의 시련을 견디고 피어나 진한 향기를 내뿜는 매화 이미지로 나타난다. 매화는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려는 시적 자아의 의자가 담보된 존재로 비록 지금은 매화향기 아득하지만 언젠가 이 적막한 광야에 빛이 도래할 것임을 의심치 않는 시인의 희망이 내포되어 있다. 이 희망이 천고(千古)의 시간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 이미지로 승격되어 등장한다. 즉 초인(超人)은 시인의 열망과 의지가 투영된 자아이자 우리 백의민족의 불멸의 혼(魂)인 셈이다. 이 초인이 빛이 도래한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는 노래는 실로 광대하고 심원하고 진한 감동을 전한다.

광야 / 이육사(李陸史 1904~1944)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山脈)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향기(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육사는 조국의 식민지 현실을 극복하려 자신과 싸웠고 시대의 암흑과 싸웠던 저항시인이다. 극한의 절망 속에서도 삶과 꿈을 포기하지 않고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린 아름다운 시인이다. 1925년 그는 형 원기(源琪), 동생 원유(源裕)와 함께 항일독립운동단체인 의열단에 가입하고 중국 베이징으로 건너간다. 1926년 잠시 귀국했다가 베이징 사관학교에 입학하여 전문적인 군사훈련을 받는다. 1927년 국내에 잠입했다가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에 연루되어 대구형무소에 수감된다. 이후 10여 차례 투옥된다. 1929년 출옥하자마자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대륙과 서울을 오가며 독립투쟁을 벌인다. 1941년에는 폐결핵으로 한동안 요양생활을 하고, 1943년 4월 서울에서 검거되어 베이징으로 압송된다. 이듬해 건강이 악화되어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한 채 베이징 감옥에서 운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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