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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8.06 10:34:09
  • 최종수정2015.08.06 10:34:09
금년 봄 기상관측 후 최악의 가뭄이·들었다고 난리였다. 물이 모자라 농사를 망칠 지경이 되다보니 한모금의 물도 귀했다. 7월에는 비가 몇 번 내렸지만 간신히 메마른 대지를 해갈시켜줄 정도다. 아직도 많은 비가 필요하고 목이 탄다. 한낮의 불볕더위는 시원한 빙과류를 더욱 생각나게 한다. 슈퍼에 가면 모양도, 맛도, 종류도 다른 수십 가지에 이르는 빙과류가 있다.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빙과는 비비빅이다. 딱딱하고 팥 맛이 나는 비비빅은 초등학교 3학년 여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어려웠던 시절 아이스크림은 구경도 못했고, 아이스께끼를 사 먹는 것도 쉽지 않았다.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기 어려웠던 시절 군것질은 꿈도 꾸기 어려웠다. 폭염이 내리쬐는 한낮 아이스께끼를 실컷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순간 아이스께끼 장사를 하면 돈이 없어도 먹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 아이스께끼 장사를 해보는 거야. 어떻게 그런 생각이 나왔는지 내 자신이 기특했다. 불볕더위가 쏟아지는 뙤약볕 아래 오리 길을 걸어서 아이스께끼 공장으로 갔다. 그리고 아이스께끼 장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장님은 아래 위를 흩어 보시더니 너무 어려서 안 된다며 가라고 한다. 한 시간 가까이 힘들게 걸어 와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잘 할 수 있다며 붙잡고 애원했다. 한참을 매달려 사정을 하자 사장님은 껄껄 웃으시며, 그럼 한번 해보란다. 사장님은 아이스께끼 통과 아이스께끼 50개를 주셨다. "아이스께끼는 1개에 2원 50전에 주는 것이니 5원에 팔아야 한다"고 했다. 내가 아이스께끼 1개를 팔면 한 개를 그냥 먹어도 되니 얼마나 신이 났겠는가. 아이스께끼통을 어깨에 둘러메자 통이 무릎까지 내려와 걸을 때마다 무릎에 스쳐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그래도 1개를 팔면 1개를 먹어도 된다는 생각 때문에 아픈지도 몰랐다. 여기저기 다니며 아이스게끼를 팔았고 1개를 팔면 1개를 먹었다. 무더운 날씨에 아이스께끼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제사를 지내고 큰어머니가 감추어 놓은 과자를 몰래 훔쳐 먹던 것보다 행복했다. 여기저기 다니며 목청 것 "아이스께---끼 사세요"를 외치며 읍내를 누비고 다녔다.

온 몸이 다 땀으로 젖어버린 오후 아이스께끼 35개를 팔았고 15개나 먹어버렸다. 입안은 얼음에 얼어 감각이 없을 정도로 차가웠는데 주머니에는 그래도 50원이 남았다. 난생 처음 혼자 힘으로 50원을 번 것이다. 그것도 그토록 먹고 싶었던 아이스께끼를 실컷 먹고도 남았으니 그 기분은 말로 다할 수 없었다. 부자가 된 듯한 그런 기분이었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께 자랑하고 싶어 가슴이 '꿍-쾅 꿍-쾅' 방망이질을 해댔다. 돈은 땀을 흘려야 벌어진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부모님이 돈을 벌기 위하여 매일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시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사장님도 기분이 좋으셨는지 아이스께끼 네 개를 비닐에 싸 주셨다. 부모님과 동생에게 주려고 달리기 시작했다. 천천히 가면 모두 녹을 것이다.

한 시간을 걸어왔던 길을 달린다고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겠는가. 집에 도착하여 동생에게 주려고 아이스께끼가 담긴 비닐을 풀어 놓자 이미 아이스께끼의 얼음은 다 녹고 기다란 나무젓가락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동생은 "형이 혼자서 아이스께끼 다 먹고 왔다"며 울며불며 난리를 피운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글썽이며 동생의 우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아이스께끼 먹을 기대에 부풀어 있었던 동생이 얼마나 큰 실망을 했을까. 혼자 15개나 먹고 돌아온 것이 마음에 걸렸고 동생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날 밤 밤새도록 화장실을 쫓아 다녔다. 갑자기 너무 많은 얼음을 먹은 후유증이 사정없이 배속을 괴롭혔다. 그래도 후회가 되지 않았다. 동생에게 아이스께끼를 가져다주지 못한 미안함만 빼면 최고의 날이었다.

추억속의 그리도 먹고 싶었던 달달한 아이스께끼의 그리움을 가져오기 위하여 슈퍼를 찾았다. 우유에 갖가지 맛있는 과일들을 혼합하려 만들어 낸 빙과류 맛은 어린시절 아이스께끼의 맛과 비교할 수 없이 맛있지만 아직도 난 어린 시절에 먹던 아이스께끼처럼 긴 막대에 얼린 빙과류가 좋다. 아이스크림이 가득 담긴 냉장고를 열고 아내가 좋아할 아이스콘과 내가 좋아하는 비비빅을 봉지에 담았다. 오늘 같이 무더운 날, 긴 막대에 꽁꽁 얼린 비비빅을 먹으면 아이스께끼 통을 어깨에 둘러메고 읍내를 내달리던 그 시절 "아이스께끼 사세요"를 외치던 유년시절의 내 목소리가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

◇ 강대식 수필가

- 푸른솔문학신인상 (등단)

- 충북사진대전 초대작가

- 청주대학교 법과대학 겸임교수 역임

- 시집 : 새로운 잉태를 희구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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