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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6.18 14:27:34
  • 최종수정2015.06.18 14:27:34

낙타 / 신경림(1936 - )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일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에 살았는지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가 되어서.
'낙타'의 언어는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낙타의 눈으로 화자와 이승(세계)를 중재하고 있다. 시적 화자의 주관적 감정과 객관적 사회를 또한 낙타의 눈으로 중재하면서 시적 공란을 마련해 놓는다. 그래서 이 시는 마치 세상을 등지고 청산에 드는 은자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죽음에서 부활한 성자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저승길은 낙타를 타고 가고 누군가 있어 저승에서 다시 세상에 나를 내보낸다면, 아예 낙타가 되어 나오겠다는 서사를 갖는다. 이 서사의 두 장소 즉 저승과 이승 사이 시적 화자가 인식하는 객관 사회가 놓인다.

객관 사회는 슬프고 아프고 눈 가리고 살고 싶은 그런 사회이다. 그래서 그런 사회에서 다시 사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낙타가 되어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를 골라 등에 태우고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를 골라 길동무를 삼아 오겠다는 것이다.

화자를 슬프게 하고 아프게 하는 객관 세계를 구체적이거나 직접적으로 말하지 아니한다.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기에 객관 세계가 더 사악하고 비극적이며 영악스러워 보인다. 차라리 눈을 감는 게 나을 세계이다.

/ 권희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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