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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0.15 14:37:41
  • 최종수정2015.10.15 14:37:41
한 가지 사건을 두고 두 마음을 가져본 적이 있나요· 겉으론 기쁜데 속으론 찜찜하다거나, 행복한데 왠지 불안이 엄습할 것 같은 이런 이중의 마음 말입니다. 시에서는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데요, 이를 뜻겹침이라고 하지요. 낱말, 어구, 진술이 정반대되는 경우로써 정신의 양분상태라고 할 수 있지요. 프로이트는 이런 양분상태를 인간의 기본조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비방>의 밑줄 부분은 두 마음을 가장 개성적으로 표현한 부분입니다. 당신이 청루에 들어가 음란한 짓을 했다고 사람들이 비방하지만, 자기는 절대로 당신이 지조가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으니 괘념치 말라고 합니다. 달빛을 갈꽃으로 알고 흰모래위에서 갈매기를 이웃하여 잠자는 기러기를 음란하다고 할지언정, 당신은 청루에 속아가 간 것이니 당신이 지조를 꺾인 것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화자가 강조하는 말을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강조하면 할수록 당신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당신이 음란한 짓을 하였다고 수군대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방어를 하면서도, 무의식 속에는 당신은 못난 사람이라는 속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교활한 유혹에 속았다고 변명하지만, 교활한 유혹에 속을 만큼 지조가 허망하게 무너졌음을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당신이 지조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철석같이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 당해본 적이 있습니까· 배신한 사람이 관계를 끊을 수 없는 가까운 사람이라면 얼마나 큰 상처덩어리를 안고 살아야 할까요· 그렇다고 해서 관계를 끊으면 핏줄을 끊는 것처럼 관계는 더 악화됩니다. 인생이란 긴 여정에서 누구든 한번쯤은 배신을 당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이 시를 기억하십시오. 이 시의 화자처럼 두 마음을 응축된 언어로 표현해 보십시오. 배신의 상처를 극복하는 치료 기술 중 이만한 치료 기술은 없으니까요.

/ 권희돈 시인

비방 / 한 용 운(1879 - 1944)


세상은 비방도 많고 시기도 많습니다.

당신에게 비방과 시기가 있을지라도 관심치 마셔요.

비방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태양에 흑점이 있는 것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당신에게 대하여는 비방할 것이 없는 그것을 비방할는지 모르겠습니다.

조는 사자를 죽은 양이라고 할지언정,

당신이 시련을 받기 위하여 도적에게 포로가 되었다고

그것을 비겁니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달빛을 갈꽃으로 알고 흰모래 위에서 갈매기를 이웃하여

잠자는 기러기를 음란하다고 할지언정

정직한 당신이 교활한 유혹에 속아서

청루靑樓에 들어갔다고 당신을 지조가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에게 비방과 시기가 있을지라도 관심치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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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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