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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가을동화 - 낙엽(落葉)의 성(城)에서

  • 웹출고시간2015.11.19 15:15:05
  • 최종수정2015.11.19 15:15:05
자연의 명령에 복종하라! 그 위반자 있겠는가. 단풍이 드는가싶더니, 벌써 낙엽 지는 소리가 가슴으로 스민다. "어디를 가시는가?" 뭇지도 않았는데, 정처 없는 길을 간다는 듯, 손사래 치는 듯, 하염없이 떨어진다.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의 아우성, 영지를 지키려는 병졸 같이 수성(守城)의 자세로 진영(陣營)을 덮는다. 은행나무 밑은 노란 성역(城域)이요, 단풍나무 밑은 붉은 영지(領地)이다. 나무는 낙엽으로 성을 쌓으며 세력의 한계를 표시하는지, 뒤섞임의 교류 속에서도 봉토(封土)의 특색을 지상에다 만든다.

영지를 지키는 나목(裸木)을 보라. 무엇이 생각나는가.

몸을 나눈 낙엽의 효성, 어느 문중의 전통인가. 씨앗을 덮어 겨울을 내고, 모체의 뿌리를 보호하는 자연의 도리가 신비롭지 않은가. 조상을 숭배하고 종친 간에는 돈독히 지낸다는 "숭조돈종(崇祖惇宗)"의 인의(人義)의 길이리. 연년이 쌓이는 낙엽의 성이 무위자연의 성지가 아닐까. 두툼하게 쌓인 낙엽의 성곽, 그들의 봉토는 늘 평화롭다.

낙엽 지는 숲, 삼림(森林)의 질서가 보이는가. 관심을 두면 보이는 진리다. 인생살이도 그러하지 않는가. 공존(共存)을 꿈꾸는 사람들의 윤리 도덕도 자연 질서의 모사(模寫)이리라. 무위자연 도덕경 강의를 낙엽의 성에서 듣고 있다. 뿌리 깊은 거목의 기상, 곱게 덮이는 낙엽의 성은 베푸는 성군의 영지이리라. 가을 풍광의 중심에 서서 한가한 노경을 즐기는 듯, 정중동의 신선경이다.

지팡이에 의존해 길을 가는 노인이 위태로워 마음이 쏠린다. 세월의 무게 에 눌린 듯 힘든 운신(運身)을 보면서 만추 낙엽의 쓸쓸함이 느껴진다. 자신의 임무를 완성하고 단풍들어 떨어지는 낙엽의 길을 가는 것이리.

낙엽 지는 소리는 나이가 들수록 더 크게 들린다. 귀가 밝아지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소리다. 우수수 바람소리 커지면 백설 엄동으로 계절은 바뀌리. 영면의 길이 낙엽의 성이요, 인생 낙엽이 문중의 성이다. 곱게 쌓인 낙엽의 성에선 명문 명가의 명성이 들리고, 탐관오리 불화의 문중은 지탄의 구설로 성벽을 쌓는다.

생과 사,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천당과 극락, 내세를 꿈꾸는 사람들이여! 무념무아로 편히 잠든 낙엽의 성에서 쉬어가시라. 낙엽의 속삭임이 시경(詩經)이요, 포근함이 성경(聖經)이며, 무언의 수용이 자연경(自然經)이리. 성인군자가 아니더라도 연꽃 방석 위 관음의 귀로, 낙엽의 송가(頌歌)를 경청하시라. 중생들의 아우성 너머에서 자연의 훈시가 들리지 않는가.

수 십 종류의 나무가 석여서 사는 삼림 지대에도 햇빛 다툼이 있기는 하리라. 그러나 낙엽의 영지를 다투지는 않고 순리에 따라 쌓인다. 공생의 윤리요, 협조의 공리(公利)이리. 영장(靈長)인 인간세계는 왜 이리 다툼이 많은가. 테러와 데모와 전쟁이 끝이지 않는다. 인간도 공생의 진리를 낙엽의 성에서 배워야 하리라. 법치 국가에서 법을 어기는 데모군중이 애국의 저항으로 보이지 않는다. 서울 거리의 합동 시위의 슬로건 깃발이 난무하는 하루다. 법에 의한 선거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자기 맘에 맞지 않는다고 불법 데모를 일삼는가. 망국의 역성이 안타깝다.

욕심의 성을 높이 쌓으면 내 세상이 만들어질까. 천금의 부귀를 누렸다고, 만금의 행복이 내 것 되는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인간사 허욕의 난장판에서 순리를 거역한 천벌의 형장을 보고 있다. 낙엽이 쌓이는 낙엽의 성에서 선악의 판결을 듣고 있다. 한 살이 인생사 마음 길에서 고운 낙엽을 밟고 있다. 공생의 평화가 낙엽의 성인데…….

△이재부 수필가

-충북대평생교육원수필창작, 시창작수강. <한국문인 등단>

-푸른솔문인회장역임, 우리시회 충북지부장, 청주문협, 한국문협회원

-저서: 수필집:「백팔번뇌」「강으로 지는 노을」「부부백경」「사랑하는 사람아」

-시집:「사랑빛 방황의 노래」「바람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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