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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7.23 13:48:56
  • 최종수정2015.07.23 13:48:56
죽음을 예감이라도 한 것일까. 이제사 삶이 무엇인지 깨달았는데 살 날이 많지 않으니, 하루하루의 삶이 간절하여 마음에 사무친다.

시인에게 삶의 길은 구도(求道)의 길이다. 누구나 다 길에서 만난 좋은 벗 도반(道伴)이다. 가족이든 친구든 직장동료든 창가에 스치는 얼굴이든 인생의 여정을 함께 걷는 이는 모두 도반이다. 지구의 반대편에서 걷고 있는 이도 도반이라는 것, 그렇다면 함께 시를 읽고 멀리서 대화하는 우리도 구도의 길을 함께 가고 있는 도반이 아니겠는가.

석양을 배경으로 무거운 지게를 지고 가는 우리들의 삶, 거칠고 투박하고 여리고 힘겹기만 한 삶,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삶인데, 시인은 그런 우리들의 삶이 아름다움인 줄 늦게 깨달았다고 후회한다. 시인의 순수한 마음이 왜 각박한 세상에 맑은 샘물처럼 흐르는지 알겠다. 아, 우리들은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구나!

배낭을 곁에 두고 살면 삶의 길이 새의 길처럼 가벼워진다는데, 우리는 잡다한 세상사에 미련을 두고 있어 매양 묶여 있구나. 배낭 속에 꼭 필요한 물건만 넣어야 가볍게 길을 떠날 수 있듯이, 우리도 꼭 필요한 물건만 있으면 삶의 길이 새처럼 가벼울 텐데. 우리는 우리가 쌓아놓은 물건들에 짓눌려 사는구나.

다 털어내고 버리고 내려놓으면 우리의 삶이 벽에 걸린 배낭처럼 소나무 위의 구름처럼 자유로울 터,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사랑조차도 움켜쥐고 풀어놓질 못하니 세상의 고(苦)가 풀리질 않는구나.

불현듯, 회광반조(回光返照)라는 말이 떠오른다. 촛불이 타서 꺼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한 번 확 타오르듯, 태양이 지기 직전 화려한 색깔을 내뿜듯, 사람은 늙어서 죽기 직전에 얼굴 화색이 돌면서 정신이 맑아진다는 뜻이다. 이 맑은 정신으로 지나온 자기 일생을 돌아보며 반성한다고 한다. 인생에 늦은 때는 없다 하였으니, 회광반조의 시간을 지금 이 순간으로 앞당겨 보면 어떨까.

/ 권희돈 시인

도반(道伴) / 이성선(194 - 2001)


벽에 걸어 놓은 배냥을 보면

소나무 위에 걸린 구름을 보는 것 같다

배낭을 곁에 두고 살면

삶의 길이 새의 길처럼 가벼워진다

지게 지고 가는 이의 모습이 멀리

노을 진 석양으로 하늘 속에 무거워도

구름을 배경으로 서 있는 혹은 걸어가는

저 삶이 진짜 아름다움인 줄

왜 이렇게 늦게 알게 되었을까

중심 저쪽 멀리 걷는 누구도

큰 구도 안에서 모두 나의 동행자라는 것

그가 또 다른 나의 도반이라는 것을

이렇게 늦게 알다니

배낭 질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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