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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여름의 추억 - 뻐꾸기는 울어야 한다

  • 웹출고시간2015.07.16 15:10:06
  • 최종수정2015.07.16 15:10:06

뻐꾸기는 울어야 한다 / 이문재(1959 - )


초록에 겨워

거품 물까 봐

지쳐 잠들까 봐

때까치며 지빠귀 혹여 알 품지 않을까 봐

뻐꾸기 운다

남의 둥지에 알을 낳은 뻐꾸기가

할 일은 할 수 있는 일은

울음으로 뉘우치는 일

멀리서 울음소리로 알을 품는 일


뻐꾸기 운다

젊은 어머니 기다리다

제가 싼 노란 똥 먹는 어린 세 살

마당은 늘 비어 있고

여름이란 여름은 온통 초록을 향해

눈멀어 있던 날들

광목천에 묶여 있는 연한 세 살

뻐꾸기 울음에 쪼여 귓바퀴가

발갛게 문드러지던 대낮들

그곳 때까치 집, 지빠귀 집

뻐꾸기가 떨어뜨려놓고 간 아들 하나

알에서 나와 운다

뻐꾸기 운다
한 남자가 있어 뻐꾸기 소리를 들으며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자신의 어린 시절은 남에게 키워진 뻐꾸기로 동일화되어 있다. 동일화의 내용은 굶주림과 묶여 있음과 고독함과 간절한 기다림이었던 것. 불행했던 어린이는 자라서 시인이 되었으나, 뻐꾸기는 제 어미의 어미가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놓고 뻐꾸기는 때까치며 지빠귀가 알을 품지 않을까봐 멀리서 울음으로 알을 품는단다. 자식을 키워낼 집도 짓지 못하고, 자식을 낳아 한 번 품어보지도 못하고 남에게 맡겨야 하는,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위탁모에게 맡겨지는 뻐꾸기. 아기 뻐꾸기는 멀리서 서러운 목소리로만 들려오는 엄마의 모습이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

뻐꾸기의 비극적인 운명을 보며 까맣게 잊고 었었던 신의 존재를 생각한다.

축생으로 삶을 받지 않고 인간으로 삶을 받았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출생인가.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그 자체가 의 근원적인 축복이 아니던가. 신은 인간에게만 자신의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주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인간으로 태어나서 자신을 변화시킬 수 없다면 그런 사람은 이미 축생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지금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 이렇게 들어보면 어떨까. 변화하라. 자신의 삶을 자신이 끌고 가라. 생명을 다한 나뭇잎처럼 태풍을 끌려 가지 말고, 싱싱하게 살아있는 바람처럼 태풍를 끌고 가는 삶을 살아라.

/ 권희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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