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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7.21 17:56:47
  • 최종수정2016.07.21 17:56:57
햇살이 빗살처럼 번지던 날, 길을 나섰다.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하고 있는 화양계곡이 오늘은 신록의 물결로 몸과 마음을 파랗게 물들이며 다가온다. 편안하게 앉아 이야기하는 가족의 단란함과 아름다운 자연의 경치를 화폭에 담고 있는 화가들의 낭만이 여유롭다. 푸르름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걷는 화양동 산책길은, 오랜 만남을 지속해온 친구처럼 포근하고 다정스럽다. 세월을 말해주는 큼직큼직한 바위들과 주변 절경을 둘러보니 발걸음이 마냥 가볍다. 반복되는 하루하루의 일과에 쫓겨 지친 심신이 푸른 나무의 향을 마시며 새롭게 충전되어 감을 느낀다.
아! 상쾌하다. 길을 따라 걸어올라 갈수록 더 수려한 풍경들로 다가오는 화양구곡을 걸으며 삶을 생각해 본다. 인생길도 이렇게 탄탄대로면 좋으련만,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니 굽이굽이 넘을 때 마다 화창하기보다는 구름 낀 날이 더 많았다. 화양구곡의 절경 중 절경인 너른 바위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얼마나 깎이고 갈아내야 저 바위들처럼 선이 부드러워 질까. 긴 세월 비와 바람에 깎이고 마모된 둥글넓적한 바위들에게서 듣는다. 끊임없이 갈고닦는, 노력하는 삶만이 보석과 같은 아릅답고 영롱한 빛을 발할 수 있다고….

"파천." 이란 글씨가 새겨진 바위가 보인다. 용의 비늘을 꿰어놓은 것처럼 보여 파천이라 부르며 신선들이 이곳에서 술잔을 나누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바위다. 흐르는 물에 발 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어디에 자리를 잡을까. 그런데 주변에서 제일 크고 넓음에도 아무도 차지하지 않은 바위가 계곡 건너편에 보인다. 아마도 물을 건너야 하는 곳에 위치해 있어서 인가보다.

신발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리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살이 제법 세게 느껴졌다. 조심조심 계곡을 건너가서 너른 바위에 닿고 보니 그곳이 바로 천국이었다. 넓디넓은 쉼터와 햇살 그리고 맑은 물소리. 바위 틈 사이에 만들어진 작은 폭포수에 발을 담그고 눈을 감았다.

물살의 리듬에 장단을 맞추니 발의 피로도 눈 녹듯 사라졌다. 조금은 따갑게 느껴지는 높은 햇살을 온 몸에 받으며 바위에 두 다리 쭉 펴고 두 팔을 벌리고 누웠다. "와~ 이곳이 천국이야. 이렇게 마음이 편하다니." 몸이 자연과 하나 되는 느낌이 들며 연신 감탄사가 쏟아진다. 인생의 긴 여행 중 절반에 들어선 지금, 이곳 파천에서 안락함과 평화를 느껴본다.

흠~ 행복하다. 물소리가 들려주는 교향곡을 들으며 신천지가 펼쳐지는 상상을 해보았다. 아무도 모르는 신대륙에 들어선 느낌인들 이보다 벅차고 위풍당당할까. 무릎까지 차오르는 거센 물살을 헤치고 건너오는 수고로움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만족감을 누릴 수 없는 일이다. 여느 사람처럼 가까이 보이는 아무 바위에 자리했다면 어찌 느낄 수 있었으랴. 황홀한 감동이다.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미끈거리는 돌들을 밟으며 몸을 쓰러뜨릴 것 같이 세찬 물살을 가르며 계곡을 건너는 작은 모험을 통해 도전하는 자의 승리감을 경험했다.

나이가 들면서 오래도록 옆에 남는 친구가 그리웠다. 이제 새로움으로 다가온 수필이라는 친구가 있어 행복하다. 마음을 열고 내면의 감정과 느낌을 표현할 수 있어 기쁘다. 삶을 반성하며 남은 인생길에 마르지 않는 화양구곡의 물과 같은 감성이 충만하게 넘치면 좋겠다.

앞으로 남은 인생길이 화양구곡처럼 아름다운 절경만 있는 것은 아니리라.더러는 어둡고 무서운 밤길을 걸을 수도 있고, 때로는 험난한 풍랑을 만나 파도 속에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도 있겠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새롭게 만난 친구와 인생구곡을 걸어가는 이야기꽃을 피우며 오순도손 나누고 싶다.

파란하늘 위에서 크게 날개 짓 하는 새처럼. 바위틈에서 세차게 쏟아지는 폭포수처럼. 지금 이 순간 파천절경이 전해주는 자연의 노래처럼. 내 인생이 농익어 가길 꿈꾼다.

화양구곡 곳곳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청아하고 시원한 물소리로부터 인생길의 답을 얻는다.

김경숙 수필가

충북대 수필창작교실 수강

푸른솔문학회 회원

신춘수필문학상 작품공모 우수상

영운동 동사무소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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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