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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1.25 17:56:16
  • 최종수정2018.01.25 17:56:16
2017년이 우리 곁을 떠나갔다. 힘겨웠던 한 해, 즐거운 추억보다는 안타까운 일들이 많았다. 세계 도처에서 있었던 테러와 자연재해, 로힝야족의 참상, 서로의 긴장과 갈등들…. 나라 안을 보아도 대통령 탄핵으로 시작해 핵과 미사일을 두고 벌어진 북미간의 신경전, 그로인해 우려와 불안이 이어졌었다. 서민들은 외줄을 타는 듯한 외교와 안보에 대한 걱정, 포항 지진과 여러 사고로 너무도 자주 가슴이 철렁했었다. 우리 지역도 수십 년만의 물난리와 제천 화재로 마음이 안타깝고 무거웠다. 어쩌면 닭의 해에 되록되록 눈알을 굴리며 불안에 쫒기는 닭처럼 우리가 살아왔는지 모른다.

본래 우리민족은 그렇지 않았다. 예의가 바르고 대의명분이 분명하며 체면을 중시했다. 품위를 잃지 않고 은근함이 있었다. 드러내 자랑하지 않았지만 재능이 우수하고 자기 일에 전문성이 있었다. 오천년을 유구히 이어온 우리의 역사와 선조들이 남긴 문화와 유적이 그것을 보여준다. 올 한 해는 우리 모두 선조들이 자랑스레 물려준 아름다운 전통을 활짝 꽃피우면 어떨까. 주변나라와도 사이가 좋아서 동맹인 미국과, 조심스런 이웃인 일본과, 늘 경계를 풀 수 없는 중국과 또 형제이며 적인 북한과도 잘 지내는 한 해가 되었으면….

우리 충북은 국토의 중심일 뿐 아니라 나라를 대표할 만하다. 자연재해가 빈번하지 않은 지형에서 온화한 성품의 사람들이 젊잖게 살아왔다. 과격하지 않으나 선거 때면 혈연 지연 학연에 휩쓸리지 않아 어느 한 곳에 표를 몰아주지 않고 깊고 넓게 생각하고 언제나 민심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소로리 볍씨'가 인간 삶의 뿌리라면 최초의 금속활자'직지'는 인간 삶의 꽃이다. 곡식 중 으뜸인 벼농사가 행해지고 정신문화의 총화인 서적의 대량인쇄를 가능하게 한 곳이 청주이다. 양식이 넉넉하고 문화가 풍성하면 더 바랄 게 무언가.

새로 맞은 2018년에는 충북이 국토의 중심이라는 특성을 살려 다른 지역과 함께 힘차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서울은 크게 성장해 오래전에 포화상태가 되었다. 서울의 주변지역이 위성도시가 되고 서울처럼 되었다. 교통이 편리해지고 왕래시간이 짧아질수록 생활전반은 강한 문화권의 영향을 받는다. 충북이 서울이나 그 주변지역과 다른 자연과 문화를 보여주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이런 면에 강한 경쟁력을 갖기 위해 우리가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2018년은 '개'의 해다. 파헤치고 경계하고 위기에서 고개만 감추는 행동을 연상케 하는 게 2017년을 상징한'닭'이라면, 친근하고 살가우며 충직함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동물이'개'가 아닐까 싶다. 이웃과 이웃이, 노동자와 사용자가, 정치가들과 국민이 서로 친근하고 살갑고 도움이 될 수는 없을까. 자신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이해하는 한 해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개인적인 바람도 있다. 주변의 어른들, 그 중에서도 팔십 중반의 이모님과 장모님이 한 해 내내 더욱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가까이 하는 지인들도 하는 일들이 더 잘 되기를 소원한다. 나 자신이 긴 세월을 지지부진하게 살아왔다. 올 해라고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지만 스스로의 믿음과 가치관에 어긋나지 않게 퐁퐁 솟아나 졸졸 흐르는 산골 물처럼 시원함과 맑음을 간직하려 노력하련다. 또한 이제는 장성한 자녀들이 든든한 배필을 만나 좋은 가정을 이루고 제각기 독립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사회가 한과 미움을 더하지 않고 고백과 용서로 서로 치유하고 화합하는 성숙한 세상으로 나아가면 좋겠다. 만나는 사람마다 '복 많이 받으세요'하고 인사를 주고받는데 그 말이 조금은 추상적이다. 구체적으로 인간관계, 건강, 살림살이가 더 나아지고 개인의 성장과 꿈을 이루는데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는 한 해가 된다면 더욱 좋으리라.

새해 벽두에 했던 다짐과 결단이 올해의 마지막까지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한 해 동안, 우리나라의 큰 과제인 평창동계올림픽, 헌법 개정과 지방자치단체의 선거가 잘 치러지고, 개인과 우리 지역사회와 국가에 좋은 일들이 가득한 2018년이 되기를 내가 믿고 받드는 하나님께 날마다 기도하련다.

최한식

푸른솔문학 신인상

푸른솔문학 작가회회원

저서 : '변두리에 변두리가 산다'

복원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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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