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법에 순응하여 떨어지는 꽃잎이 아름답듯, 가야할 때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꽃이 떨어진 자리에 잎이 무성하고 열매를 맺을 터이다. 만약 꽃이 자기 자리임을 주장하여 떨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잎이 돋아나고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인가. 꽃이 지는 일이 이별처럼 아프기는 하지만 곧 새롭게 태어나는 잎을 위해서 열매를 위해서 자리를 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의 이별도 이와 같아서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야 아름다운 이별이 된다. 이 아름다운 이별의 아픔을 거쳐 샘터에 물이 고이듯 영혼은 성숙의 결실을 맞이한다. 이별의 때를 놓치고 나면 상처만 쌓일 것이다.
누군가 있어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거냐고 묻는다면, 타이밍(Timing)을 잘 맞추어 사는 게 잘 사는 거라고 주저 없이 대답할 것이다. 씨앗을 뿌릴 때, 꽃이 질 때, 탕자가 회개하고 돌아오는 때, 어부가 그물을 거두고 돌아오는 저녁, 결혼 적령기, 내려놓아야 할 때, 죽음의 순간 이 모든 '제 때'가 골든타임(Golden Time)이라 할 수 있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인생이 되지 않을까 싶다.
/ 권희돈 시인
낙화 / 이형기(1933~2005)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