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8.10.04 15:46:19
  • 최종수정2018.10.04 15:46:19
[충북일보]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약속일지라도 상대방이 감탄할 정도로 약속을 지켜야한다. 신용과 체면 못지않게 약속도 중요하다."카네기가 한 말이다. 약속을 깨는 것은 신뢰를 잃을 수도 있고 인간관계의 단절을 가져올 수도 있다.

요즘 "No Show"족 [예약부도손님]이 늘고 있는데 이는 예약을 하고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아서 가게에 치명적인 손해를 입히는 행위를 말한다. 언제부터 우리사회에 타인을 배려하는 정신이 사라졌는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약속에는 상대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를 갖는다. 나 자신과, 가족, 그리고 단체와 약속을 할 수도 있다. 매년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새로운 다짐이나 약속을 한다. 나는 아주 오래된 나 자신과의 약속이 있다. 남들에게는 사소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매일 영어단어를 하나씩 쓰고 의미와 예문을 쓰는 일이다. 인터넷의 영어사전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영어단어를 쓰기 시작한 것이 강산이 한 번 이상 변화할 수 있는 세월이 흘렀다. 지금까지도 매일 아침에 노트북을 열면 바로 영어단어와 한자숙어를 하나씩 정성을 다해서 쓴다. 요즘은 영어성서와 논어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오 헨리의 단편소설『20년 후』에서 어릴 적 친구인 지미(Jimmy)와 밥(Bob)은 뉴욕의 한 식당에서 마지막 식사를 하고, 20년 후에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지미는 경찰관이 되었지만, 밥은 서부에서 범법자로 살았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멀리서 온 친구인 범인을 차마 체포하지 못하고 대신 다른 경찰을 보내 친구를 체포했다. 이 둘은 비록 상반된 처지가 되었으나 20년 전의 약속을 성실히 지켰다.

이 이야기를 상기하다 보니 Y라는 옛 친구 생각이 났다. Y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내가 근무하는 대학에서 모의토익시험을 대행해주었다. 학생들이 일정한 돈을 지불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감독하고 채점까지 해 주었다.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학기 초에 학생들의 토익 실력향상을 위해서 수익금의 일부를 장학금으로 기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막상 학기말이 되어서는 친구와 연락이 두절되었다. 학기말에 성적이 향상된 학생들의 장학금 명단도 다 발표를 했는데, 나는 난감한 처지가 되었다. 하는 수 없이 학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몇 달을 긴축생활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그 친구에 대한 강한 실망과 배신감마저 들었다.

몇 년의 세월이 흘렀고, Y와는 전혀 연락이 안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Y 친구가 사망했다는 메시지가 휴대폰에 떴다. 건강이 안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너무 뜻밖의 소식이었다. 공교롭게도 해외출장중이라서 조문을 갈 수가 없었다. 설령 내가 국내에 있었어도 감정의 동물이라서 조문을 가야할 것인가를 망설였을 것이다.

어느 날 그 죽은 Y 친구의 전화번호로 부터 한 통의 휴대전화가 걸려왔다. 어떻게 죽은 사람이 전화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너무도 놀라서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그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친구의 아내였다. 남편이 죽기 전에 장학금을 전달해 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편이 장학금을 반드시 전해주라고 암투병중에 유언을 하였단다. 그래서 뒤늦게라도 갚고 싶다고 했다.

그 친구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알고 있던 터라, 받은 것으로 하겠다고 말하고 정중하게 전화를 끊었다. 남편의 마지막 유언을 실천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한동안 내 뇌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동안 친구를 원망했던 내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그리고 그 부부는 약속을 지키는 의리 있는 사람으로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약속은 시간을 초월해서도 지킬 수 있다면 지켜야 한다. 우리는 수많은 약속을 하면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간다. 약속은 지키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안한 것만 못하다. 약속을 지키는 일은 현대인의 매너이고 에티켓이 아니더냐?

김진두

한국교통대학교 비즈니스영어전공 교수

충북대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강 중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